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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60엔 수준, 기록적 약세
엔화예금·엔화기반 ETF ‘관심’
일본, 당분간 저금리 기조 유력
강세 전환까지 시간 소요 감안해야
엔화 환율이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슈퍼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향후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엔화 재테크를 해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100엔당 850~860원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져있지만 향후 일본의 금리 인상 등을 염두에 두면 1000원대로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다. 당장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은 올들어 1조4000억원 가까이 증가했고 엔화 상장지수펀드(ETF), 일본 주식투자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엔화 가치의 향방을 좌우하는 미·일 정책금리 전망 등을 볼 때 당분간은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단기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엔화는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 환율(원·엔 재정환율)은 1년 전만 해도 100엔당 904.03원이었으나 올해 초 919.69원으로 올랐다가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6월 마지막주에는 855.60원까지 떨어졌다. 달러당 엔화 환율도 160엔을 넘어서면서 심리적 방어선마저 뚫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달러당 160엔은 1986년 이후 약 38년만으로 기록적인 내림세다.

‘슈퍼 엔저’ 현상이 이어지는 데에는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 격차 영향이 크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로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지만 공격적인 인상 기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일본 금리도 오르지 않으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져 엔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재무당국이 거듭 외환개입 의사를 밝히고, 환율 방어를 위해 10조엔 가량을 투입했지만 엔화 가치가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일본은행이 구체적으로 금리 인상 신호를 명확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엔화 약세 폭은 더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나타나자 개인 투자자들은 엔화 반등을 기대하며 엔화 예금, 엔화 ETF 등의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엔화 예금이다. 시중은행에서 외화예금 가입을 통해 엔화를 모아둘 수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약 1조2924억엔이었다. 당시 원·엔 재정환율 마감가(100엔당 864.37원)로 계산하면 11조1711억원 규모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1594억엔(약 1조3778억원·14.1%) 증가한 수치다. 엔화 예금은 엔화가 100엔당 900원대에 일시적으로 가까워졌을 때 일부 차익 실현이 이뤄지다 5월 들어 엔화가치가 떨어지자 다시 늘었다. 다만 엔화 예금 통장은 대다수 시중은행의 경우 이자율이 0%에 가까워 이자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환차익만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엔화를 기반으로 한 ETF 투자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일본엔선물 ETF’가 유일하다. 다만 이 상품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6.34%대로 저조한 편이다. 이외에도 일본 주식시장의 개별종목에 투자하거나 일본 주식 종목들로 구성된 ETF, 미국에 상장된 일본 증시 추종 ETF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타이거 일본반도체 팩트세트’,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일본반도체소부장’ 등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엔화를 기반으로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미 국채 ETF’ 등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향후 엔화 가치 상승 기대감과 함께 미국 금리 인상이 맞물릴 경우 상승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엔화의 방향성이다. 단기 전망은 이달 말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융정책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 일본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가계의 실질소득이 오르지 않고 있고, 정부의 부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일본은행은 정책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엔화 투자에 접근할 때는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일 금리 차이를 감안하면 현재 엔화는 달러당 148엔 정도 나와야 하는데 심리적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내려야 엔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9월 이후는 돼야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화가 싸긴 하지만 과거처럼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서는 강세로 전환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투자를 한다면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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