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록물법 시행령 '이관 규정' 따라 연말까지 보관
'받은 직후엔 판단 불가능했나' 의문은 남을 듯
잇단 회피와 두루뭉술 설명, '뒤늦은 수습' 의혹 키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통령이나 대통령 배우자가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 (명품백을) 대통령기록물로 분류하는 작업은 아직 기한이 도래하지 않았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1일 국회 운영위원회 발언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정 실장은 "(명품백이)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하다. 규정에 따라 대통령실이 명품백을 보관하면서도 정작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평가는 연말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처럼 뜸을 들이는 것일까.

근거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 5조 1항이다. '(대통령실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을 보관한 후 보존기간의 기산일로부터 2년 이내에 관할 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김 여사가 2022년 9월 명품백을 받았으니, 그 이듬해인 2023년부터 보존기간을 계산해 2년 후인 올해 말까지 일단 대통령실에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기고, 아닌 경우에는 폐기 또는 반환한다. 그런데 이런 판단 자체를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반대로 현재 보존기간에 해당하는 만큼 언제라도 기록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정 실장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할 것 같아 (결정을) 유보한다"고 말했다. 결국 연말에 대통령기록물 이관 기한이 도래할 쯤에야 명품백 처리 방향이 정해질 공산이 크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명품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건 지난해 11월, 고발이 이뤄진 건 지난해 12월이다. 선물을 받은 뒤 1년 넘는 기간 동안 관련 수사가 없었다. 당시 처분했다면 문제가 깔끔하게 끝났을 텐데 마냥 미루다가 사달이 났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이나 관련 기관이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접수한 기록물 및 물품'을 지칭한다. 명품백 선물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비교적 간단하게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시행령 조항이 향후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물품에도 적용되는지, 과거 정부는 이 같은 물품을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 역시 쟁점이 될 수 있다. 같은 법 시행령 4조 1항엔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의 장은 매년 5월 31일까지 관할 기록관의 장에게, 관할 기록관의 장은 매년 8월 31일까지 대통령기록관의 장에게 전년도 기록물 생산현황을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에 따른 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실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대통령실이 명품백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일관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그러고는 뒤늦게 대통령기록물 규정을 들이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명품백이 제대로 보관돼 있는지 현장 점검을 하자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이 계속 거부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8189 한전 변전소서 소화장치 분리 중 가스 폭발...1명 숨지고 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8.13
38188 바이든 때 등 돌렸던 청년층, 해리스 등장에 돌아왔다 랭크뉴스 2024.08.13
38187 윤 대통령, 광복절 특사·복권안 재가‥김경수·조윤선 포함 랭크뉴스 2024.08.13
38186 [단독] "지하말곤 충전할 곳 없어"…인천 화재 이후 전기차 충전 2% 줄었다 랭크뉴스 2024.08.13
38185 [단독]국토부, 쿠팡CLS에 택배기사 보호방안 마련 권고 랭크뉴스 2024.08.13
38184 국회의장도 “독립기념관장,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라” 비판 가세 랭크뉴스 2024.08.13
38183 "신분 상승시켜줄게" 성관계 후 헤어진 남자에 징역형 내리는 '이 나라' 랭크뉴스 2024.08.13
38182 정주영 소떼도 다 죽였다…北, 러 염소 447마리 들여온 속내 랭크뉴스 2024.08.13
38181 "8월 14일에 난카이 대지진" 6년 전 예언 SNS 확산… 자칭 '시간여행자' 랭크뉴스 2024.08.13
38180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광복절 특별사면… “경영 공백 해소” 랭크뉴스 2024.08.13
38179 광복절 앞두고 "'일제강점기'는 북한 용어" 주장한 日 극우논객 누구? 랭크뉴스 2024.08.13
38178 "김문수, 경사노위원장 시절 서면회의 한 번하고 수당 1억 챙겨" 랭크뉴스 2024.08.13
38177 “상생 가장해 중소상공인 퇴출”…CJ프레시웨이 245억 과징금 랭크뉴스 2024.08.13
38176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노란봉투법’ 재의요구안 의결 랭크뉴스 2024.08.13
38175 윤 대통령 '57년 죽마고우' 이철우, 김형석 인선에 일침 랭크뉴스 2024.08.13
38174 줄이고 묶고 갈아타고…대출과 현명하게 이별하려면 랭크뉴스 2024.08.13
38173 코로나19 재확산은 단 ‘한 개’의 이것 때문 랭크뉴스 2024.08.13
38172 "전여친이 준 선물이라…" 당근 올라온 '꿀매물'들 너무 싸다 했더니 '충격' 랭크뉴스 2024.08.13
38171 집값 급등에 '가격 담합' 등 기획 조사…그린벨트 이상거래도 랭크뉴스 2024.08.13
38170 일본 ‘황혼이혼’ 비율, 역대 최고치···“고령화로 인생 재설계” 랭크뉴스 202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