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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남긴 트라우마]
①회식시간 ②먹자골목 ③붐비는 환승역
익숙한 곳, 익숙한 시간 들이닥친 날벼락
집단적 트라우마, 불안감 이어질 우려도
지난밤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차라리 이 비가 어제 왔더라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나왔을 텐데…"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진 2일 서울 시청역 인근 인도.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한 송이씩 두고 간 국화꽃이 쌓여 어느덧 다발을 이뤘다. 전날 밤 이곳에선 차량의 역주행 돌진 사고로 아홉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근처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오늘 아침 출근 때까지만 해도 여기에서 피 냄새가 났다"며 지워지지 않는 치명적 사고의 잔상에 몸서리를 쳤다.

①월요일 저녁 ②중심업무지구 인근의 먹자골목 초입 ③지하철 환승역
입구. 우리 중 누구라도 거기 있을 수 있었던 이 친숙한 시공간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 시민들은 놀라움과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청역 인근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노광현(59)씨는 "회식이 끝난 직장인들이 각자 지하철, 버스, 택시를 잡으면서 내일 보자고 헤어지는 시간과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매일 저녁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그 차가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전날 밤 역주행 차량에 치여 9명이 숨진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중구청 관계자들이 현장의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누군가의 가족, 친구, 연인이었을 이들에게 들이닥친 벼락 같은 참사. 시민들은 나에게도 언제든 이런 날벼락이 내릴 수 있겠다는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사고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직장인 정모(35)씨는 "언제 어디서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단 사실이 너무 슬프고 충격적"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고 당시 북창동 인근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강모(35)씨 역시 "예기치 못한 사고나 참사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고 털어놨다. 인근 건물로 출근하는 강모(57)씨도 "피해자들이 30대와 40대라고 들었다"며 "이번 사고로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우려는 분노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고 현장에서 5분 거리에서 근무한다는 이승옥(49)씨는 "저에게도 어젯밤 괜찮냐는 지인과 친구들의 연락이 쏟아졌다"며 "대체 여기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던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시청역을 지나 출근하는 유모(64)씨도 "차 한 대 때문에 몇 사람이 목숨을 잃은 거냐"며 "이젠 이 길로 지나다니는 것도 겁이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시공간에서 느닷없이 발생한 참사라서 많은 시민이 긴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앞으로) 많은 사람이 시청역에 대한 기억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익숙한 장소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했기에 국민적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평소 심리적으로 취약했던 사람은 이번 사고로 더 많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럴 경우엔 사고 관련 소식을 멀리하고, 주변에서 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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