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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 30일 폐막
5일간 15만명 찾아…전년 대비 15.4% 증가
흥행 주역은 2030 여성…젊은 세대·독서 애호가 몰려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 출판사가 홍보부스에 붙여둔 문구. 오른쪽은 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엑스 캡처

Q. 안 읽는 책을 사놓는 사람을 부르는 말은?
오답: 지적허영
정답: 출판계의 빛과 소금

지난달 26일부터 5일 동안 열린 서울국제도서전(SIBF)에 참가한 한 출판사가 홍보부스에 붙여둔 ‘밈’(meme·인터넷 유행 이미지)이다. 독서에 대한 관심보다 책 소비가 하나의 문화가 된 현상과 불황에 시름하는 출판업계의 현실을 유쾌하게 꼬집었다. 지난해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독서 부족 국가’에서 어떤 식의 관심이든 반갑다는 출판업계의 자조 섞인 농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로 66회째를 맞은 이번 도서전의 분위기는 이런 밈이 무색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책도 사람도 엄청 많았다” “돌아다니기도 힘들었다” “입장 대기 한 시간 넘게 한 건 처음” 등의 후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속출했다. 현장에 들고 간 여행용 가방을 구입한 책으로 가득 채운 사진 인증샷도 등장했다.

도서전 참가자의 후기글. 엑스 캡처

도서전을 주관한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행사 기간 현장을 찾은 관람객은 모두 15만명으로, 지난해 13만명보다 15.4% 증가했다. 그동안 받았던 정부의 국고보조금 지원이 끊겨 올해 행사는 협회 자체 비용으로 홀로 선 것인데, 결과는 더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다만 “해마다 관람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에 이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서 문화 체험” vs “지나친 핫플 느낌”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6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 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도서전은 걸리버 여행기 속 완벽한 세상으로 묘사되는 ‘후이늠’을 주제로 진행됐다. 19개국 452개 출판사가 참가해 주제와 관련된 도서들을 선보였고, 부대행사·강연 및 세미나·현장 이벤트 등 450여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김연수 소설가, 강혜숙 그림책 작가 등 유명인사들도 참석했다.

다채로운 이벤트 덕에 도서전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주말에는 입장하는 데에만 1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평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독서광’이라는 유채원(24)씨는일부러 평일 오전에 입장 시간을 맞춰 갔는데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민음사와 같은 유명 출판사 부스는 인파에 밀려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도서전이 책을 매개로 한 축제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즉석에서 시 써주기’와 같은 이벤트에 참여하러 오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며 “입장료가 1만2000원인데, 요즘 영화 한 편 가격보다 저렴하지 않나. 독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반면 지나치게 ‘핫플레이스(hot place·명소)’가 된 도서전에 외려 실망했다는 이도 있었다. 지난해 도서전을 방문했다는 주영은(24)씨는 “진득하게 책을 고르고, 큐레이션도 받아보는 도서전을 기대했다”며 “그런데 현실은 사람에 치여 책조차 고르기 힘들었다. 올해는 사람이 더 많이 올 것 같아서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흥행 주역은 2030 여성…“연결되고 싶은 욕구”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참가 업체들은 도서전의 흥행을 이끈 주역으로 2030 여성을 꼽았다. 현장에서 관람객을 직접 만난 업계 관계자들이 체감하기에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얘기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관람객의 80~90%가 젊은 여성이었다”며 “외국에서 온 출판사 관계자들이 이를 보고 ‘코리안 미스터리’(Korean mystery·한국의 수수께끼)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 소장은 여성들이 도서전에 몰리는 이유를 ‘연결되고 싶은 욕구’에서 찾았다. 그는 “개인이 각자의 생존을 고민하며 홀로서기 하는 ‘핵 개인’의 시대에 차별과 불안을 극복해야 하는 젊은 여성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며 “비슷한 고민과 정서를 지닌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책이 그 정서의 매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최근 문학계에서 여성 작가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도 여성 관람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도서전에 참가한 이이레(23)씨는 “올해 ‘젊은 작가상’ 수상작 7개 중 6개가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다”며 “도서 출판 생태계에서 여성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책에서 더 다양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인스타용 독서’면 어때… “힙 해진 텍스트”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도서전의 흥행이 독서율이 떨어지는 시대에 아이러니한 현상이라는 평가도 일각에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0명 중 6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실태조사가 이뤄진 1994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 속에서 도서전이 흥행한 것을 두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보여주기식 독서’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소장은 “활자를 의미하는 ‘텍스트’와 ‘힙하다’(멋지다)를 합친 신조어 ‘텍스트 힙’처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책과 친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하는 문화에서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전의 흥행을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인증 욕구에서 찾는 것은 도서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스트셀러나 대형 출판사 서적 위주로 진열된 서점과 달리, 도서전은 국내외 다양한 출판사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도서를 큐레이션 해서 선보이는 자리다. 이 점이 독서 애호가들에게 마치 ‘보물찾기’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고, 자연스레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온라인 누리꾼들이 '인스타용 독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엑스캡처

주 대표는 “SNS 후기 글이나 관람객들 피드백만 봐도 단지 ‘굿즈’(goods·기념품)나 이벤트 때문에 왔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도서전에서는 새로운 책을 발굴할 수 있고, 저자나 편집자 등을 만나 책의 배경 설명도 들을 수 있지 않나.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런 즐거움을 찾아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이런 도서전이 출판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독서율 감소로 인해 출판업계가 위기인 상황에서 도서전과 같은 이벤트는 ‘책이 살아있구나’ ‘독자가 살아있구나’라는 자긍심과 위안을 준다”며 “독서엔 전염성이 있다. 책을 재밌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늘리면 독서 인구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소장도 “무엇이든 가까이하다 보면 친해지고, 애정도 가고, 소유하고 싶어지기도 한다”며 “보여주기로 시작한 독서일지라도 그 안에 큰 잠재력이 있다”며 “흉흉하고 삭막해지는 사회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믿을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퍼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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