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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둘러싼 몇가지 의문점

해당 도로 비슷한 역주행 사례 증언
사고 차량 최근 종합검사 이상없어
퇴근 시간대 보행자 밀집 피해 커
2일 오전 서울 시청역 주변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 뉴시스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운전자 차모(68)씨가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을 한 이유부터 미스터리다. 차씨 주장대로 차량이 사고 당시 급발진했는지, 아니면 차씨의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는지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차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6분쯤 서울 소공동 소재 웨스틴 조선호텔 지하주차장에서 나온 뒤 급가속해 일방통행로를 과속으로 역주행했다. 차씨의 제네시스 차량은 200m가량 역주행하면서 차량 2대를 들이받은 뒤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했다. 이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차씨 혐의는 역주행 이유가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갑자기 차량이 속도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차씨가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2일 “역주행으로 진입해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가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도로에서 비슷한 역주행 사례를 자주 봤다는 증언도 있다. 웨스틴 조선호텔 앞 상가 1층에서 10년간 꽃집을 운영 중인 최모씨는 “호텔로 가는 일방통행 도로의 좌회전, 우회전 신호가 둘 다 바뀌어 도로가 잠깐 비게 될 경우 역주행하는 차가 가끔 있다”며 “일방통행 푯말이 작게 붙어 있어 평소에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은 급가속에 대한 원인 규명이다. 차씨는 사건 직후부터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목격자나 전문가들은 급발진 가능성을 낮게 본다. 급발진 사고의 경우 차량을 제어할 수 없어 벽이나 가로등을 들이받은 뒤 차량이 멈추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 차량은 감속 끝에 멈춰섰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 증거로는 급발진보다 운전자 실수 가능성이 크다”며 “사고가 5~6초 만에 끝나는 경우 본인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기 때문에 그냥 급발진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급발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급발진 사고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세계적으로 단 한 번뿐이다. 2009년 미국에서 렉서스 차량이 급가속해 일가족 4명이 숨진 사례다. 다만 이 사례도 외부의 물리적 충격이 급가속을 초래했다는 결론을 냈다. 브레이크 오작동 같은 기계적 결함이나 전자제어장치(ECU)의 문제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차량 결함이 급발진 사고 원인으로는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차씨 차량은 최근 종합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차량의 ‘자동차등록원부’에 따르면 이 차량은 2022년 6월과 올해 5월 두 차례 경기 안산시 차량정비업체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모든 항목에서 ‘양호’가 나왔다.

다만 차씨가 한 운수업체 소속 버스 기사로 알려지면서 ‘운전 미숙’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베테랑’ 운전기사가 역주행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차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최근 1년간 경기 안산시 K운수업체에서 32인승 중형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985~1992년 서울에서 버스 기사로, 1993~2022년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다.

K운수업체 관계자는 “차씨 관련 큰 사고나 문제는 없었다”며 “의무 교육이나 자격 유지 검사도 모두 통과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68세 운수업 종사자면 기기 조작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며 “부부싸움 등 순간적으로 심신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 등 여러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9명이나 숨질 정도로 인명피해가 컸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사고는 시청역 주변 직장인들의 퇴근시간과 겹친 데다 북창동 먹자골목 인근 번화가에서 식사를 마친 사람까지 밀집된 상황에서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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