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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남부 라티나에서 인도인 이주 노동자 사남 싱의 사망 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이 잘린 인도인 이주 노동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고용주가 체포됐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경찰은이탈리아 로마 남부 라티나 지역에 있는 농장 사장인 안토넬로 로바토(38)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유치장에 입감했다.

라티나 검찰은 성명을 통해 숨진 인도인 이주 노동자 사남 싱(31)의 사인이 과다출혈로 확인됐다며 “싱이 즉각적인 도움을 받았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피의자(로바토)는 자신이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며 “인간 생명을 등한시한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라치오 인도인 공동체의 구르므크 싱 회장은 “우리는 이 소식을 기다렸다”며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의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싱은 지난달 17일 로바토의 농장에서 작업 도중 농기계에 셔츠가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팔이 절단되고 하반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고용주인 로바토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로바토는 도움을 요청하는 싱의 아내에게 “가망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싱과 싱의 아내, 그리고 절단된 팔이 담긴 과일 상자를 화물차에 실은 뒤 집 근처에 버리고 사라졌다.

싱은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이송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이탈리아 전역에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2일과 26일 라티나에서는 숨진 싱을 추모하고 이주 노동자의 근로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제2야당 오성운동(M5S) 대표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잔인한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라티나 검찰은 사고가 발생한 농장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근로 조건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자 착취로 악명높은 라티나 지역에는 아시아 출신이 주로 고용돼 있다. 이들 대다수는 악덕 고용주나 마피아와 결탁한 중간 소개업자의 농간으로 법으로 보장된 혜택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다.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IL)은 농업분야 계절 노동자의 4분의 1이 넘는 23만명이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인도에서 3년 전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온 싱 역시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4유로(약 6000원)를 받고 일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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