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은행 직원 4명·시청 직원 2명·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 사망…모두 30∼50대 남성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모친 주저앉아 통곡…조문객도 '눈물바다'
사망자 9명 중 세 자녀 키우는 아버지·결혼 1년 안 된 새신랑도


사고 현장에 붙어 있는 추모 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1일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4.7.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내 새끼가 왜 저기 있어. 잘생긴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2일 오후 8시께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로 사망한 양모(35)씨의 어머니 최모 씨가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 복도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서울 한 대형병원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양씨는 전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난 뒤 길가에서 참변을 당했다.

최씨는 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가도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빈소 입구에 서서 모니터에 작게 띄워진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최씨는 "너무 착한 아들이었는데 대체 왜 인도에 날벼락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양씨와 함께 숨진 김모(38)씨, 박모(40)씨 빈소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김씨의 어머니 이모 씨도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늘 아래 날벼락"이라며 "실감이 안 나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촌동생 신모 씨는 "세 명이 퇴근하고 함께 시청 근처에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저녁 먹고 나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며 "형이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씨는 "형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좋아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생활하는 정말 바른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같은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시중은행 직원 4명의 빈소는 직장 동료를 비롯한 조문객의 발걸음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시청역 인근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 동료였던 사망자 4명은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알려졌다.

숨진 이모(54)씨의 어머니는 "자식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가느냐"며 손자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백발의 어머니는 "거기가 어디라고 가. 너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가니. 내가 먼저 가야지 네가 먼저 가면 어떡해"라며 통곡해 눈물을 자아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52)씨의 유족은 이날 새벽 강원 춘천에서 급히 왔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아들 1명과 딸 2명을 키우고 있다.

이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한 유족은 "(이씨의)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우리가 아들처럼 키웠다"며 "너무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목숨을 잃은 은행 동료 4명 중 1명은 사고 당일 승진을 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빈소를 찾은 은행 동료들은 "제일 좋은 날이었는데…"라며 눈물을 보였다.

완전히 파괴된 차량…서울시청역 인근 대형교통사고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70대 남성 운전자가 신호 대기하는 보행자들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 파악 중으로, 사상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4.7.1 [email protected]


사고가 난 장소는 시청뿐 아니라 은행 등 기업체 사무실 건물과 음식점 등 상가가 밀집한 곳이었기 때문에 사상자 대부분은 인근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이었다.

사망자는 모두 30∼50대 남성으로 6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청 세무과 직원인 윤모(31)씨도 동료 2명과 함께 식사하고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일행이던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인병(52)씨도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경상을 입었다.

윤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유족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사고 소식에 달려온 윤씨 동료들은 빈소 밖에서 눈물을 훔치며 영정사진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4년가량 함께 일했다는 한 동료는 윤씨가 외고 등을 졸업한 인재였다고 전했다.

이 동료는 "2020년에 7급 공채로 들어온 직원인데 인품이 정말 좋았다. 고참들도 힘들다고 하는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는데 항상 웃었고 힘들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정말 정말 착하고 애교도 많고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진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연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씨와 함께 시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공무원 김남호(28)씨는 조문을 마친 뒤 "(윤씨가) 선배였는데 밥도 사주시고 힘든 업무도 알려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고 기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도 비통한 분위기였다. 사고 당일 김씨가 소속된 팀이 '이달의 우수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김씨는 저녁 식사 뒤 시청으로 돌아가 남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다.

김씨의 형은 "청사 관리가 워낙 바쁜 업무다 보니 보통 저녁 8∼9시쯤 퇴근하며 연락했었다"며 "그저 일밖에 모르던 동생이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인근에서 직원 2명이 숨진 사건에 동료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인트라넷에 올라온 사고 관련 소식에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200여개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김모(31)씨는 "어젯밤 뉴스를 확인하고 잠을 설쳤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매일 같이 점심을 사 먹는 회사 앞이라 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한 시청 직원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황망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겁다. 당장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고 썼다.

[그래픽]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상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김민지 기자 =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인 데다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이 몰리는 시간대였던 탓에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정윤주 장보인 김정진 홍준석 이율립 최원정 최윤선 기자)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897 국민연금, 가상화폐 간접 투자… 美 비트코인 최다 보유 기업 주식 매입 랭크뉴스 2024.08.17
39896 에듀테크 강자 아이스크림미디어, 시가총액 5300억원 정조준[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랭크뉴스 2024.08.17
39895 서울 간밤 역대 최장 27일째 열대야…주말도 덥고 소나기 랭크뉴스 2024.08.17
39894 출산율 높이려고 ‘청년 연애’ 연구하는 프랑스 [특파원 리포트] 랭크뉴스 2024.08.17
39893 더 어려워진 서울 ‘입성’...‘문재인 정부’ 뛰어넘은 집값 상승세 랭크뉴스 2024.08.17
39892 ‘김호중 방지법’ 낸 의원들에 댓글 수천개…“낙선운동 하겠다” 랭크뉴스 2024.08.17
39891 비행기 안에서 욕설하고 승무원 폭행한 60대 징역형 집행유예 랭크뉴스 2024.08.17
39890 "기네스 신기록 세웠습니다"…25만명 몰린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 [인터뷰] 랭크뉴스 2024.08.17
39889 "출생신고 하고 왔더니 아기들이 숨졌다"…폭탄 맞은 가자지구에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8.17
39888 한미일 정상, ‘캠프 데이비드’ 1년 맞아 18일 공동성명 발표 랭크뉴스 2024.08.17
39887 생리를 시작한 여자아이는 왜 뱀파이어보다 남자사람을 더 경계해야 할까 랭크뉴스 2024.08.17
39886 70대에 간암? 걱정마세요…“이러면 50대 만큼 삽니다”[헬시타임] 랭크뉴스 2024.08.17
39885 "맞장구 안 쳐?" 술자리서 격분…지인 맥주병으로 때린 50대 랭크뉴스 2024.08.17
39884 트럼프 당선되면 정말 비트코인 오를까?[비트코인 A to Z] 랭크뉴스 2024.08.17
39883 김두관 "쉬쉬하지만 10월 이재명 선고 걱정" 랭크뉴스 2024.08.17
39882 서울, 27일째 ‘최장’ 열대야... 17일 낮 최고기온 30~35도 랭크뉴스 2024.08.17
39881 6년 만에 분식회계 의혹 털어낸 삼바… 이재용 회장 항소심에 미칠 영향은? [서초동 야단법석] 랭크뉴스 2024.08.17
39880 "성관계 영상 다 뿌린다" 교제 폭력으로 출소하자 또 여친 협박 랭크뉴스 2024.08.17
39879 또 급발진? 인천 주차장서 전기차 충전시설로 돌진한 SUV 랭크뉴스 2024.08.17
39878 신유빈, ‘바나나 먹방’ 난리나더니...결국 광고모델로 데뷔 랭크뉴스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