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4일부터 ‘일주일 휴진’을 예고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경증 환자 진료를 최소화하고 암 환자 등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는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휴진 방침은 유지하되, 현재 의료 현장을 지키는 교수와 전문의 등의 피로도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공백이 길어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인 최창민 교수는 2일 “(기존의) 휴진 방침을 유지하면서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증 환자는 1, 2차 병원으로 보내는 등 ‘휴진’하고, 중증·응급·희귀난치병 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진료를 이어가겠단 의미다. 최 교수는 “현재 암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단해야 할 환자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의료 공백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대위의 고범석 교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교수들의 (체력적) 한계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진료 재조정 첫날인 4일 주요 수술은 지난주 대비 29%, 외래진료는 17.2% 줄어들 전망이다.

애초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4일부터 일주일 동안 집단 휴진을 진행한 뒤 정부 반응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휴진 기간과 방식을 바꾼 셈이다. 최창민 교수는 “진료 재조정 형태를 의료 공백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지난달 17일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가 5일 만에 중단하고, 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 교수들도 예고했던 휴진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더욱이 환자 단체들도 휴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럼에도 서울아산병원이 휴진과 다름없는 진료 재조정을 예고해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가운데 지난달 27일부터 휴진에 들어간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두 곳이 휴진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세브란스병원은 일부 외래진료가 줄어들었을 뿐 의료 공백 이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상태다. 다른 상급종합병원 가운데는 고려대병원과 충북대병원 교수들이 각각 오는 12일과 26일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한겨레

손지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