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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반등 기미 없어…보수화된 노동당 우려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전경.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에선 (보수당이) 한 세기 동안 집권당 자리를 차지하다가 가끔 대안적인 진보 정권이 들어서곤 했다면, (이제는) 오랜 기간 노동당이 집권하고 이따금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1990년대 윌리엄 헤이그 영국 보수당 대표와 존 메이저 총리 등의 조언자였던 보수당 원로 대니 핑컬스타인이 코앞으로 다가온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패배를 예상하며 한 말이다. 그는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뒤 2001년, 2005년 총선에서 내리 진 보수당의 혼란을 지켜봤다.

오는 4일 열리는 총선에선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의 패배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노동당과 보수당 간 지지율 격차가 이를 보여준다. 양당 지지율은 2021년 하반기부터 노동당이 우세하고 보수당이 밀리는 구조가 굳어졌다. 지난달 28일 기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은 41%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보수당은 그 절반인 20%로 내려앉았다. 우파 포퓰리즘 정당으로 꼽히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의 영국개혁당은 17% 지지율을 얻어,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심이 개혁당으로 옮겨가 보수당 표가 더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리시 수낵(44) 총리가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며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했지만, 결국 도박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줄곧 집권당 자리를 유지했던 보수당은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지지율이 하락해왔다. 영국 싱크탱크 레절루션 재단은 지난 보수당 정권에서 영국은 “10년 반 동안의 침체”를 겪었다며, “느린 성장과 불평등의 못된 조합”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이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져나가고, 물류 운송 대란과 무역 혼란으로 기업들의 비용이 늘어나는 등 경제활동은 위축됐다. 특히 2020년 팬데믹 여파로 영국 경제는 -10.4% 역성장했고 2021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은 벗어났지만 고물가로 인한 고통이 커졌다. 고령화와 인구 증가 등으로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기능도 망가져 지난 3월 기준 수술 대기자 수만 754만명에 이르는 점은 영국의 가장 큰 개혁 과제로 꼽힌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기간 중 총리 공관 등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의혹인 ‘파티 게이트’, 존슨 총리 이후 집권한 리즈 트러스 총리의 무리한 감세 정책 추진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도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오랜 시간 누적된 보수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파고든 노동당은 “변화”라는 짧고 명료한 슬로건을 내걸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보수적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법인세를 올리지 않겠다, 핵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같은 공약을 내걸고 있다. 스타머 대표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변화를 원한다면,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보수 입맛에 맞춘 ‘중도화’ 전략에 대해 이런 노선의 노동당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수낵 총리도 1일 “견제받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노동당이 압도적인 과반수를 차지해 집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라”며 “(노동당 집권은) 세금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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