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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남의 일 같지 않아 참담”
펜스 무용지물 “인도도 불안해”
빗속 묵념 지난 1일 역주행 차량이 인도를 덮쳐 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튿날인 2일 서울 시청역 인근 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mail protected]


2일 아침 서울 중구 시청역 주변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오전 8시쯤에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뀔 때마다 30여명씩 무리지어 횡단보도를 건넜다. 장맛비에 우산을 받쳐들고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도 전날 밤 이곳에서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에 “남 일 같지 않고 참담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현장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는 이들도 있었다.

사고를 낸 차량이 인도로 돌진한 현장에는 파손된 안전 펜스를 대신해 푸른색 임시 펜스가 설치됐다. 횡단보도 곁에는 파손된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하얀색 국화 두 다발이 인도 위에서 비를 맞고 있었다. 파손되지 않은 안전 펜스 기둥에는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뤄지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 7.2”라고 손글씨로 적은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사고가 “내 일 같아”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채모씨(46)는 “어젯밤 11시쯤 기사를 봤는데 혹시 동료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며 “대부분 가정이 있는 가장의 나이대여서 남 일 같지 않고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인근에 있다는 김영미씨(53)도 “이 근처에서 30년 정도 일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돌아가신 건 처음”이라며 “기사를 보고 너무 놀라서 새벽 3시까지도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전날 이 근처에서 회식을 하려다가 날짜를 옮겼다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 호텔 보수공사를 맡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이상일씨(46)는 비를 맞으며 사고 현장을 허망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씨는 “어제 점심도 현장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고, 원래 어제 이곳에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며 “시간이 안 된다는 사람이 있어서 날짜를 오늘로 바꿨는데 어제 회식을 했다면 사고 시간대에 분명 이 거리에 있는 치킨집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태원 참사 때도 사고 전날 이태원에 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 안전 펜스가 있었지만 돌진하는 차량으로부터 행인을 보호하지 못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시공 과정에서 안전 펜스를 더 깊게 박거나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외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도 펜스가 밀리지 않고 차가 멈추는데 어제 사고는 차량이 다 밀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채씨도 “3년 전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보호자가 햄버거를 사러 간 사이 아이가 대낮에 음주 차량에 치여서 죽은 사건이 생각난다”며 “인도로 다니는 것도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차량이 안전 펜스를 뚫고 횡단보도 인근에 있던 시민들을 들이받았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사고 현장 인근 상점 주인이라고 밝힌 A씨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쾅 하는 굉음을 듣고 창밖을 내다봤더니 차량이 가드레일을 뚫고 횡단보도에 있는 사람들을 다 쳤다”면서 “난간이 4개 이상 파손될 정도로 밀쳐서 들어왔는데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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