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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기록된 사고 상황. 독자 제공/연합뉴스

1일 밤 9시26분, 서울 중구 정동 시청 교차로로 이어지는 한 모퉁이 건물 앞에 저녁을 먹고 막 나온 직장인들이 멈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겨레가 확인한 현장 시시티브이(CCTV) 영상 속에서 이들이 가게 문을 나선 지 불과 20초가 지난 시점, 제네시스 G80 차량은 가드레일을 뚫고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들이 닥쳤다.

“아직 가게에 그 일행이 가져온 꽃다발도 남아있어요.” 주인 박아무개(66)씨는 전날 밤부터 대형 교통참사의 한복판이 돼버린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 날씨가 좋았잖아요. 음료수도 하나 사 먹고, 동료들하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겠죠.” 귀가 찢어지는 듯 폭발하는 소리에 가게 손님들도 일제히 일어서서 밖을 내다봤다. “맨정신으로 못 있겠어요.” 전날 밤 사고의 처참함은 목격자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했다.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목격자들의 설명, 한겨레가 확보한 시시티브이 영상을 종합하면, 전날 저녁 9시26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조선호텔의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급가속하며 4차선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면서 인도로 돌진했다. 목격자들은 이 차량이 신호를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눈앞을 지나갔고 인도를 들이받는 순간 폭발음이 들리는 듯 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근처 가게 주인인 김아무개(47)씨는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 ‘펑’하고 매장 안까지 크게 들렸다”고 했다. 김씨는 이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또다른 폐회로티브이 속에서 가드레일을 뚫은 차량은 보행자를 순식간에 쓰러트린다. 가까스로 차량을 피한 또다른 시민은 당황한 듯 거리를 오간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목숨을 잃었고, 베엠베 자동차와 소나타 차량 운전자 2명, 보행자 2명이 다쳤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아무개(68)씨와 동승자인 아내 김아무개(65)씨도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상자는 전날 13명에서 경상을 입은 차량 운전자를 더해 이날 15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전날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차씨가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간이 마약검사 시행 결과 또한 음성이었다고 한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날 채혈을 했고, 정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차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차씨가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관계로 관련 진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인근 가게 시시티브이에 담긴 사고 직후 상황 갈무리. 제보자 제공.

전문가들 사이에 “급발진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은 호텔과 인근 가게의 시시티브이, 피의자와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가해 차량이 급가속한 상황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경찰은 증거보전을 위해 전날 제네시스 G80 차량을 즉시 이동시켰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구체적인 감정을 의뢰한다. 사고기록장치(EDR)의 경우 분석에 한달∼두달가량 소요된다. 한겨레가 가해 차량의 자동차등록원부 등을 확인해보니, 이 차량은 2018년 5월 제조돼 총 6만6183km를 주행했다. 차량 주인은 동승자인 그의 아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6월과 올해 5월 두 차례 검사를 받았고, 총 3건의 정비이력이 있었다.

차씨는 40여년 운전 경력이 있는 베테랑 버스 운전기사로 알려졌다. 차씨가 근무 중인 버스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촉탁직으로 1년4개월 정도 일했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데 사고가 난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며 “입사 뒤 사고 이력은 없다”고 말했다. 차씨는 해당 업체 입사 전에는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트레일러 기사로도 일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한 시청교차로에는 2일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드레일 앞에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 10여다발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고 있었다.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도 적혔다. 이날 사고 장소를 찾은 배서영(30)씨는 “자주 지나가던 곳이라 나도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워 잠을 못 잤다. 애도해야 겠다는 마음에 출근길에 왔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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