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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돌진사고 당시 재구성]
60대 운전자, 주차장 나와 과속 역주행
인도 위 행인·차량과 충돌, 교차로 정차
경찰 입건...차량 정밀 감식·관계자 조사
60대 운전자가 서울 중구 시청 교차로 인근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한 1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역주행 제네시스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 시청역 인근 인도로 돌진,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를 낸 60대 운전자는 운전경력이 긴 버스 기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회사 근무 기간 동안 무사고였던 '베테랑 운전자'가 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으로 들어왔는지, 사람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서 왜 갑작스럽게 가속했는지 등 여러 가지 의문점이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입건해 사건의 원인과 과속 경위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1분 만에 9명 목숨 앗아간 '과속 역주행'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밤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차모(68)씨는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당시 옆자리에는 아내가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의 차량은 갑자기 급가속했다. 이때가 오후 9시 26분쯤이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이내 호텔 앞 사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직진 방향은 반대편에서 오는 일방통행로라 모든 차량은 여기서 우회전해서 교차로를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차량은 출차 방향(동→서) 그대로 직진해 교차로를 가로지른 뒤 4차선인 세종대로18길에 진입했다. 약 180m 거리의 이 도로는 시청 교차로에서 소공동 쪽으로 가는 일방통행임에도, 차씨의 차량은 역주행을 하며 시청역 교차로 방면(서쪽)으로 과속해서 내달렸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개요. 그래픽=이지원 기자


세종대로18로는 동쪽에서 서쪽(진행 반대방향)으로 볼 때 오른쪽으로 살짝 꺾이는 지점이 있는데, 차씨 차량은 여기서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진행방향 왼쪽 인도를 들이받았다. 안전펜스를 그대로 뚫은 차량은 길을 쓸 듯 돌진하며 상가 부근 도보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보행자 10여 명과 충돌했다. BMW·소나타 등 차량 2대와 연달아 충돌한 차씨는 시청역 교차로를 거의 다 가로지르고서야 질주를 멈췄다. 사고 현장에서만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고, 심정지 상태이던 3명도 이내 사망 선고를 받았다. 차씨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사망자 9명, 부상자 6명이 나온 대형참사가 벌어지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차씨는 경기 안산시 운수 업체에서 1년 4개월째 촉탁직으로 근무한 버스 기사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급발진은 단순 주장...국과수에 차량 감정 의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시청역 교통사고 차량 운전자가 입원 중인 서울의 한 병원을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경찰은 차씨가 일방통행로에 진입, 과속해 역주행을 하게 된 이유 등 사고 당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차량의 블랙박스, 호텔 등 인근 상점으로부터 폐쇄(CC)TV 영상을 입수했고, 동승자 등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받았다"며 "신속하게 조사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사고 직후 가슴 쪽의 통증을 호소하며 인근 종합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에서 갈비뼈 골절 판정을 받은 그는 입원 조치됐고, 사고 다음 날인 2일 오전까지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운전자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사고 원인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사고 발생 당시 경찰이 현장에서 차씨에 대한 음주 검사와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차씨 측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 관계자들은 "(차씨가) 과거에도 버스 운전 경력이 상당했고, 근무 기간 동안 사고를 낸 적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 브레이크 등에 나중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천천히 멈춰 섰다는 목격자 증언과 영상들이 올라오며, 급발진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사고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차량 급발진은 피의자가 주장하는 내용으로, 경찰이 관련 진술을 확보한 바는 없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국과수는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도 착수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등을 파악해볼 예정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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