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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목격자들
“폭탄 떨어지는 소리에 너무 놀라”
피해 현장 인근 상인들 서로 위로

2일 새벽 12시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만난 김모(47)씨는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손을 덜덜 떨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차모(68)씨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역주행으로 인도를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 뒤 3시간 가량 지난 때였다.

인근 음식점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김씨는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군대에서나 듣던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가게 종업원들이 ‘쾅쾅’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가봤지만, 너무나 참혹한 상황에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어 순간 깊은 정적이 흘렀다고 한다. 김씨는 “가게로 돌아와 뉴스를 보고 사상자들이 길에 쓰러져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사망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업장 CCTV를 살펴봤다는 김씨는 “행인 12명 가량이 가게 앞 건널목을 지나자마자 매우 빠른 속력으로 검은색 차가 순식간에 질주했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기엔 시속 100㎞ 정도 돼 보였다고 했다. 동료 매니저 이모(49)씨도 “하마터면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까지 희생됐을지 모른다”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김씨가 일하는 음식점은 평소 시청 직원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다. 이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에는 시청 직원 2명이 포함돼 있다. 식당은 애도의 뜻을 담아 평소 점심시간 무료로 막걸리를 제공하던 행사를 잠정 중단했다.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어젯밤 사고를 직접 보고 한숨도 못 잤다”며 “더 이상의 말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도 당시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시청역 7번출구 앞에 지난 1일 교통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져 있다. 윤예솔 기자

피해를 입은 주변 상점들은 서로 위로하면서 사고의 충격을 이겨내고 있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곳은 세종대로18길 바로 옆에 위치한 삼계탕 가게다. 이곳은 가해 차량이 직접 돌진해 유리가 모조리 파손됐다. 인근 카페 주인 이모(37)씨는 “옆집이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2시간 일찍 출근했다. 같이 청소도 도와주고 괜찮은지 물어봐 주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사고를 직접 목격하진 않았지만 “아침 출근길에 비에 섞인 피 비린내가 주변에 가득했다”며 “앞으로 이 길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옷가게, 약국 등의 상점도 피해를 많이 입었다. 이씨는 “서로서로 잘 아는 사이다. 같이 청소도 하고 위로해줬지만 무서운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해 차량이 역주행해 논란이 된 세종대로 18길에서 비슷한 역주행 사례를 자주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웨스틴조선 호텔 앞 상가 1층에서 10년간 꽃집을 운영해온 최모씨는 “호텔로 가는 일방통행 도로의 좌회전, 우회전 신호가 둘 다 바뀌어 도로가 잠깐 비면 가끔 잘못 역주행하는 차들이 있다”며 “일방통행 푯말이 작게 붙어 있어 평소에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저녁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귀가하는 시간과 겹쳐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상인들은 “그나마 월요일이 가장 매출이 적은 날이라 사람이 적어 다행”이라며 “상인들 대부분이 충격에 빠져 있고,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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