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 김인병씨 유족 비통…"'비타민' 같은 동생"
9급 공무원에서 5급까지 승진…사고 당일 우수팀상 등 2개상 수상
동료들과 저녁식사 후 시청 복귀하다 참변…다른 직원 1명도 사망


사고 현장에 붙어 있는 추모 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1일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4.7.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최윤선 기자 = "몸이 불편한데도 하나도 내색 안 하고 열심히 일하던 자랑스러운 동생이었어요. 자기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도 많이 하던 애였는데…."

2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서울시청 청사운영1팀장 고(故) 김인병(52)씨의 유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전날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벌어진 역주행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가난한 집안의 5남매 중 막내아들이었던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다 뺑소니 택시에 치여 한쪽 눈을 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9급 세무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5급 사무관까지 승진했다.

김씨의 큰형 윤병(68)씨는 "워낙 못 살아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쌀을 죽처럼 뭉개서 겨우 먹어가며 컸다"며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공부한 끝에 동생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기억이 선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에서 체납 세금을 징수하며 '좋은 나라 운동본부' 등 TV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하기도 했다.

6개월여 전 청사운영팀장으로 발령받은 뒤에는 날마다 시위가 열리는 청사 앞을 관리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는 김씨가 속한 팀이 '이달의 우수 팀'과 '동행매력협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서울광장에 차려졌던 이태원참사 분향소 이전과 야외 밤 도서관 행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선보인 야외 밤 도서관 행사는 시민 호응이 매우 좋은 사업으로 꼽혀왔다.

김씨는 함께 세무과에서 일했던 동료 직원들과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돌아가 남은 일을 하려다 변을 당했다. 김씨와 식사한 윤모(31)씨 또한 숨졌고 또 다른 직원은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윤병씨는 "내일모레 어머니 제사여서 혹시 내려올 수 있는지 물어보려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느낌이 이상했다"며 "어젯밤 10시쯤 동생이 위독하다는 서울에 사는 누나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왔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바쁜 업무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동생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비통함에 형은 고개를 떨궜다.

그는 "집에 오면 형한테 농담도 잘하고 팬플루트도 잘 불던 '비타민' 같은 동생이었다"며 "동생이 좋아하던 등산을 한 번도 같이 못 간 것이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인의 고등학교 동창인 권모(52)씨도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졌던 친구였다"며 "지난주 토요일에는 통화하면서 '자기는 서울시를 위해 한 몸을 다 바칠 각오를 한 사람'이라고 하기에 '미련하다'고 웃어넘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청 직원들도 동료 2명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허탈하고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관계자는 "어제는 사실 아침부터 상복이 터지는 날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김인병 팀장님이 세무직 출신이어서 같이 있었던 직원들 격려 차원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하더라. 저녁을 함께 간단히 먹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8112 오세훈 "25만원 뿌릴 거면 '티메프 피해' 소상공인 지원부터" 랭크뉴스 2024.08.02
38111 ‘쯔양 공갈 방조’ 카라큘라 구속…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랭크뉴스 2024.08.02
38110 [속보] '2연패 도전' 김우진·임시현, 인도 꺾고 혼성 결승 진출 랭크뉴스 2024.08.02
38109 ‘쯔양 공갈’ 카라큘라 구속…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랭크뉴스 2024.08.02
38108 [올림픽] 유도 김하윤, 동메달전 진출…24년 만의 女최중량급 메달 도전 랭크뉴스 2024.08.02
38107 '쯔양 공갈' 카라큘라 구속…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랭크뉴스 2024.08.02
38106 '쯔양 공갈 방조' 카라큘라도 구속…전 남친 변호사는 영장 기각 랭크뉴스 2024.08.02
38105 미국 7월 실업률 4.3%…2021년 10월 이후 최고 랭크뉴스 2024.08.02
38104 '쯔양 협박' 유튜버 카라큘라 구속‥전 남친 변호사는 기각 랭크뉴스 2024.08.02
38103 2700 깨진 코스피…‘경기 경착륙’ 공포 미국 시장발 ‘검은 금요일’ 랭크뉴스 2024.08.02
38102 [영상][하이라이트] ‘너무 잘하는데요’…양궁 혼성 단체 임시현 김우진 결승 진출 랭크뉴스 2024.08.02
38101 탁구 신유빈, 중국에 막혀 결승행 좌절… 한일전 치른다 랭크뉴스 2024.08.02
38100 [속보]‘쯔양 공갈 혐의’ 카라큘라 구속…최모 변호사 영장은 기각 랭크뉴스 2024.08.02
38099 [영상] ‘통한의 0점 한 발’…김예지, 25m 권총 본선에서 탈락 랭크뉴스 2024.08.02
38098 '쯔양 협박' 카라큘라 구속… '과거 유출' 전 남친 변호사는 기각 랭크뉴스 2024.08.02
38097 [영상] ‘금메달 보인다’…임시현·김우진 양궁 혼성 결승 진출 랭크뉴스 2024.08.02
38096 [올림픽] 양궁 임시현·김우진, 혼성전 은메달 확보…1승 더하면 2관왕(종합) 랭크뉴스 2024.08.02
38095 '2관왕 도전' 김우진·임시현, 양궁 혼성전 결승 진출…銀 확보 [올림픽] 랭크뉴스 2024.08.02
38094 ‘10·10·10·10’…임시현·김우진, 이탈리아 물리치고 4강 안착[파리올림픽] 랭크뉴스 2024.08.02
38093 미국 7월 신규 일자리 증가폭 예상치 하회···실업률 4.3% 랭크뉴스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