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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레저·여가시설 모두 집약해 놓은 아부다비 야스섬
F1경기부터 페라리 월드, 아쿠아리움까지 정부가 직접 기획

아부다비 공항에서 단 10분 거리. 도시의 동쪽 끝에 위치한 야스섬은 엔터테인먼트와 레저, 여가 시설까지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아부다비를 찾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들릴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지난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부다비를 방문한 뒤 야스섬에서 영감을 받아 상암 재창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암동 일대를 야스섬처럼 녹지 속 즐길 거리가 가득한 복합 문화·여가 공간(펀시티)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장마저 사로잡은 야스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서울 상암동과 아부다비는 과거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쓰레기를 매립하던 간척지 모래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두 지역 다 2000년대 초반 개발해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두 지역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세계인들이 찾는 아부다비 대표 관광지구가 된 야스섬과 달리 상암은 여전히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라는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 반면 처음 눈에 담긴 야스섬은 과거 쓰레기를 매립하던 모래섬이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들이 가득했으며 어딜가나 관광객 무리와 셔터음이 들렸다.

아부다비 야스섬에 위치한 페라리 월드. /AP

페라리가 세계 최초로 아부다비에 허락한, 야스섬의 첫번째 테마파크 ‘페라리 월드’
야스섬에 들어서면 누구나 하얀색의 레일과 빨간색의 거대한 건물을 볼 수 있다. 마치 지구가 너무 거대해서 둥글다는 인식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 빨간 빛깔의 건물은 야스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사진을 미리 보지 않았다면 무슨 형상일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다. 상공에서 보면 거대한 삼각형의 구조를 하고 있으며 구조물 전면에는 빨간색과 대비되는 선명한 노란색의 페라리 로고가 붙어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브랜드 테마파크, 페라리 월드다.

아부다비의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이라는 형용사를 굉장히 쉽게, 자주 접할 수 있다. 페라리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테마파크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 ‘포뮬러 로사’를 가지고 있다. 외부에서 페라리 월드를 휘감고 있는 하얀색 레일의 정체가 바로 이 롤러코스터다. ‘오일 머니’의 힘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페라리월드는 인공 테마파크면서도 대자연처럼 천장이 높고 광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넓은 만큼 수만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보니 지난 1월 이곳에서는 블랙핑크의 월드투어가 열리기도 했다. 내부에는 페라리의 역사와 모형 자동차를 전시해 놓은 공간과 페라리의 고향 이탈리아의 한 동네를 재연한 거리, 각종 놀이기구 등이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다. 한국의 테마파크에서 줄을 설때면 전깃줄의 참새처럼 비좁게 섰던 기억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앞뒤로 한참 간격을 두고 서도 전후좌우 공간이 남아 돈다.

페라리가 전세계 가운데 아부다비에 처음 테마파크의 문을 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 1(F1)의 마지막 경기는 아부다비 그랑프리로, 매년 12월 야스섬 트랙에서 열린다. 가장 빠른 슈퍼카로서 어떤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 페라리가 기꺼이 아부다비에 첫 테마파크를 열게 해주고 페라리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직접 경험해보라는 의미의 롤러코스터 포뮬러 로사를 선보인 이유다. 방문한 날 포뮬러 로사는 안타깝게도 점검 중이라 직접 타보진 못했으나, 최고 속도 시속 240㎞까지 올라가는 속도로 인해 모든 소지품을 내려 놓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착용자는 반드시 눈을 보호하는 고글을 착용해야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페라리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2010년 페라리월드를 문을 연 야스섬은 얼마 안되어 2010년대 중반 워터 테마파크인 야스 워터월드, 워너브러더스 월드 등을 차례차례 열었고, 2022년에는 해양생물 아쿠아리움 씨월드 아부다비를 열었다. 씨월드는 이제는 지겨울 정도인 그 형용사, ‘세계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이다.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프라를 갖추고 숙박시설과 함께 줄줄이 테마파크를 들여온 야스섬 개발의 핵심은 2006년부터 지속된 정부 계획의 연속성에 있다고 한다. 2004년부터 서울시가 나서서 개발하고자 했지만 여섯차례나 용지 매각이 무산된 상암동 일대나 같은 간척지이고 훨씬 땅이 넓은데 수십년간 개발에 실패한 새만금 간척지와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아부다비를 방문해 마스다르 시티 살펴보는 오세훈 서울 시장./연합뉴스

산유국에서 도전하는 탄소제로 도시, 마스다르 시티
야스섬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또다른 공사현장을 마주했다. 도시급으로 규모도 크고 한눈에 봐도 특이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친환경 건축기술로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는 아부다비의 혁신도시, 마스다르 시티였다. 마스다르 시티는 탄소와 자동차가 없는 도시를 목표로, 도시 내에서는 무인궤도차(PRT)를 이용하고 어떤 주요 시설이든 15분 내로 이동이 가능한 직주근접 도시를 만드는 구상이다.

마스다르 시티의 완공 목표 시기는 2034년. 딱 10년이 더 남았다. 이 도시 역시 국가주도 개발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총 6단계로 이루어진 공사 중 2단계까지 완료됐으며 현재 3단계와 4단계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로 인해 기후 문제가 대두되고 천연자원이 고갈되는 문제에서 벗어난 미래 도시를 구상하면서 마스다르 시티를 계획했다고 한다. 도시에서 필요한 에너지도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태양에너지를 활용한다. 석유로 돈을 버는 산유국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도시를 꿈꾼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정부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들은 아부다비 곳곳에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일뤄냈다. ‘야스섬 프로젝트’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야스섬은 2006년부터 공공·민간 협업으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에 나섰고, 아부다비 정부 산하의 부동산 개발업체 ‘미랄’을 설립해 야스섬의 개발및 관리에 관한 총책임을 맡겼다. 야스섬 개발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진다. 초기단계인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은 청사진을 계획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다졌다. 드넓은 25㎢ 부지에 어떤 숙박시설과 테마파크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계획한 것이다. 2009년에는 F1을 위한 야스 마리나 서킷이 개장하면서 다음해 첫번째 테마파크인 페라리월드 아부다비가 문을 열었다.

이후 F1 아부다비 그랑프리와 세계 최초 페라리월드를 구경하고자 올 세계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아부다비는 40여개의 최고급 호텔을 야스섬에 말 그대로 ‘때려’넣었다. 특히나 F1시즌, 경주 트랙이 코앞을 지나가는 워너브라더스 호텔은 1박에 1000만원은 우스울 정도라고 한다. 이후 첫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야스섬은 테마파크 및 레저 확장을 이어오면서 현재는 테마파크와 숙박 여가 시설들이 모두 자리 잡았으며 골프장까지 들어온 상태다. 하루 만에 둘러본 아부다비는 몇일을 머물더라도 이 섬 내에서만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부다비는 2010년을 전후로 야스섬과 마스다르 시티, 사디야트 문화지구 등을 포함한 도시개발 프로젝트 10개를 한번에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의 개발 면적을 모두 합하면 170㎢, 지금까지 투입된 국가재정은 한화로 약 256조원에 이른다. 409㎢나 되는 새만금 전체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면적이다. 물론 석유로 벌어들인 돈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한 개발이었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과 투자에 나선 뒤 이를 꾸준하게 이어오면서 꽃피운 결과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간척지들도 드넓고 개발 의지에 따라 그 가치가 뛰어오를 수 있다”며 “국책사업인 새만금이나 서울시의 묵은 숙제인 상암동도 야스섬처럼 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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