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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제5차 남북회담문서 공개
1984년 4월 30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체육회담 모습. 통일부 제공


북: 이게 뭡니까? (삐라를 들고 아측대표단 앞에 흔들어 대며) 이거 오늘 새벽 4시에…


1984년 4월 9일 오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선 때아닌 ‘삐라(대북전단) 공방’이 벌어졌다. 그해 7월 열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남북 단일팀 파견 논의를 위해 개최된 ‘남북한체육회담’에서 이뤄진 대화에서다. 북측 대표단 주장에 우리 대표단은 "우리도 새벽에 그런 것이 많다"고 하자, 북측 대표단은 "회담에 나올 때까지 귀측에서 그렇게…"라며 남측의 '비(非)매너'를 지적했다.

당시 북한은 약 6개월 전 버마(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진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림픽 단일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우리 정부가 끈질기게 아웅산 테러사건 책임을 묻자 갑자기 대북전단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통하지 않자 결국 회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북한은 향후 LA올림픽 출전을 아예 포기하고, 국제사회 고립 또한 피하지 못하며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됐다.

대북전단 뭉치 들고 회담장 들어왔던 北

1984년 7월 29일 미국 LA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성대히 개최된 개막식 중앙부에 태극기를 높이 든 한국선수단의 모습이 보인다. 북한은 이 대회에 결국 불참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통일부가 2일 공개한 5차 남북회담문서(1981년 12월~1987년 5월)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까지 일곱 차례에 걸친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명분으로 삼았던 대북전단 문제를 과거 협상 무대에서도 적극 활용했다. 40년 전인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북측 대표단은 대북전단 뭉치를 일부러 구해 회담장에 들고 온 정황이 뚜렷했다. 우리가 북측을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되자 회담 주도권 전환을 위해 이를 활용한 것이다.

남북회담 문서 공개 예비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센터장은 “이번 회담 자료를 보면 북한의 ‘살라미 전술’을 굉장히 많이 썼다”며 “(궁지에 몰릴 때) 각기 다른 내용을 하나씩 언급하며 협상해 가는 모습은 지금과도 크게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은 아웅산 테러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남한의 자작극임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친위 국가였던 버마가(사건을 수사한 뒤) 북한과 수교를 끊으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주장을 믿지 않았다”며 “버마의 단교 이후 돌파구가 필요했던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을 제의했고, LA올림픽 계기 체육 회담을 추진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고 전했다.

"4차 70%에서 5차 85% 수준으로 공개



제5차 남북회담문서 공개를 통해 빛을 본 남북회담 사료집 표지. 통일부 제공


이번 5차 남북회담문서 공개를 통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남북대화 사료집 제10권과 11권(총분량 1,693쪽) 내용이 펼쳐졌다. 재작년(2~6권)과 지난해(7~10권) 각각 상·하반기에 걸쳐 두 차례씩 공개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작업한 내용을 다섯 번째로 공개한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공개된 문서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및 수재물자 인도·인수 등 1980년대 남북 간 접촉·대화의 실상, 인도적 문제해결 노력 등이 담겼다.

예비심사를 맡은 김웅희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지난 공개(4차) 때 공개율이 사료집 전체의 70%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85%로 공개율을 높여 가급적 많은 내용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며 “가급적 예비심사위원(7인)들의 만장일치를 유도했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결 원칙에 의해 공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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