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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열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인터뷰
코스닥 시장 상장이 유일한 엑시트 창구인 건 문제
“바이오는 돈보다 공익이 앞서야”

안재열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바이오 벤처 시장에서 독특한 전략을 펼치는 벤처캐피털(VC)이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빅 하우스’로 통하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그렇다.

파트너스인베는 바이오 허브로 꼽히는 미국의 동서부 지역의 투자기관을 포함해 글로벌 10곳 이상과 파트너십을 맺고 테스트 베드(Test Bed) 딜을 만들었다. 테스트 베드 딜은 전 세계의 정보를 파트너스인베로 모아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정보를 통해 전 세계 에코시스템(생태계)을 학습하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다. 한국 포트폴리오사의 시장 진출, 기술 협력 등을 위해 글로벌 팀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파트너스인베에서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인물은 안재열 상무다. 안 상무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의과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에서 의학 석사를 마쳤다. 주 연구 분야는 신경면역 및 종양생물학으로, 삼성암센터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신약 개발 기업 제넥신에서 임상 및 전략 기획을 담당하다가 2016년 파트너스인베에 합류했다.

안 상무의 첫 작품은 제넥신의 중국 상하이 현지 조인트벤처인 아이맵바이오파마다. 안 상무는 제넥신에서 연을 맺은 아시아 헬스케어 전문 투자기관인 CBC그룹과 손을 잡고 아이맵바이오파마에 투자했다. 아이맵바이오파마는 지난 2020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두 번째 투자처인 네오이뮨텍은 지난 2021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바이오 벤처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8844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1058억원) 23.1% 감소했다. 바이오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지난 2021년(1조6670억원)과 비교하면 신규 투자액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안 상무는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는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자체가 가라앉는 상황에서도 합심해서 버텨내면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파트너스인베 사무실에서 안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크니 밖으로 나가 투자를 한다’는 시장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당연하다. 해외의 바이오 시장, 특히 미국 시장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바이오 기술은 시장에 도달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물먹는 하마’와 같다. VC 입장에서는 이런 에코시스템(생태계)이 갖춰진 미국 시장이 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해외 투자에 집중할 생각인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에코시스템을 한국의 에코시스템과 접목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역할이다. 미국의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텍사스 등은 바이오 허브로 불린다. 학교와 병원, 펀드와 제약사 등이 모여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 투자를 하면서 만나는 파트너와 포트폴리오사, 기업과 전문가들을 한국 정부와 병원 등 민간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에코시스템을 연결시킨다는 것이 무엇인가.

“한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임상 시험을 위해 미국으로 가게 되면 미국 병원과, 미국에서 자금 조달을 하려고 하면 미국 벤처캐피털과,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가 필요하면 하버드나 스탠포드, MIT 등 전문가와 연결해 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추후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인수합병(M&A)을 하게 된다면 더 확장된 에코시스템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기업, 더 큰 시장 등과 만날 기회를 한국 기업이 잡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노력을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바로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상상만 하다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에코시스템을 우리가 형성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미국의 바이오 전문 VC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등 대형 팀과 협업하며 뒷단에서 투자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을 앞단으로 내려와 실행하기로 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직접 인큐베이션을 진행한 딜, 한국 기업을 인큐베이션한 뒤 미국 인큐베이션에 합친 딜 등 두 가지 케이스가 있다.

─대표적 사례를 소개해달라.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트루티노바이오사이언스라는 회사를 다국적 기업 네슬레헬스케어 출신 필립 킴 박사와 기획 창업했다. 필립 킴 박사는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다. 트루티노바이오사이언스는 동물 실험은 물론 세포실험 데이터도 없었다. 그러나 필립 킴 박사가 말하는 이론이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기획 창업부터 인큐베이션까지 진행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 등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상황을 다 이겨내고 궁극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매각할 수 있었다.

미국인 하버드 교수가 창업한 회사를 미국 팀과 함께 인큐베이션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하버드 의대의 바이오 인공장기 아이디어로 함께 설립한 아이비바메디칼이다. 아이비바메디칼은 줄기세포와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이식 가능한 생체 인공장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첫 번째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당뇨, 신장투석 환자를 위한 인공 신장의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미국과 한국, 중국 등 여러 국가의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굉장히 큰 진단그룹에 매각했다.”

─미국 현지에서 일군 케이스 외에 한국과 관련된 사례는 없나.

“한국 기업 메디노와 미국의 사이토너스테라퓨틱스를 연결한 케이스가 있다. 두 회사는 모두 파트너스인베 포트폴리오사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유사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메디노는 한국 생산기지에서 생산을 하면서 아시아 쪽 개발과 임상을 맡고, 미국 임상과 FDA 통과 후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은 미국 회사가 맡는 방식으로 콜라보를 중개했다. 이 작업을 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두 회사 각자 보유한 차세대 파이프라인 특허를 교환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국내에서 VC가 자금 회수를 할 방안은 기업공개(IPO)가 거의 유일한 데 상장 자체가 힘들어진 것 같다.

“엑시트 창구가 코스닥 시장 상장밖에 없는 건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더 넓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 반대로 나스닥에 상장할 만한 회사가 우리 코스닥에 들어온다는 선례도 쌓여야 한다.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바이오 콘텐츠의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투자자 엑시트를 위해 코스닥에 들어간다’가 아니라, ‘M&A는 물론 나스닥에 상장해도 좋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회사가 코스닥으로 가더라’라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스토리를 실현한 적이 있나.

“한국 기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 한국 시장으로 해외 기업을 불러들이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는 해외 쪽 작업을 하면서 해외 기업들이 가진 니즈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만난 다국적 제약사의 자회사를 한국으로 불러 코스닥에 상장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슬레의 자회사 세레신이라는 기업이다. 세레신은 네슬레 그룹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디비전의 자회사로, 케톤 관련 뇌 신경계 의약품 개발을 하고 있다.

세레신은 알츠하이머 임상을 진행하다가 백인이나 흑인보다는 아시아 지역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를 얻은 뒤 오퍼레이션 본사를 싱가폴로 옮겼다. 그 이유는 동남아 지역에서 나오는 물질인 팜유다. 이 팜유에서 추출한 키토제네시스의 과학적 기전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증상을 완화시키기 때문이다. 이후 세레신이 나스닥과 홍콩, 싱가폴, 일본 등에서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었고, 제가 세레신의 이사회에서 한국의 코스닥 시장으로 유도하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지금은 기술성 평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진행 중인 건 없나.

“미국 서부 지역의 한 VC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의 포트폴리오사를 미국으로 보내는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 국내 투자사 중 박찬호나 류현진처럼 메이저리그에 보낼 수 있는 스타급을 키워 미국 현지로 보내는 기획이다. 예를 들어 한-미 바이오 공동 펀드를 조성한 뒤 1차로 우리가 스크리닝 후 숏리스트를 제공하고, 미국 팀이 최종적으로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후 미국 파트너가 기술 검증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시키거나 M&A를 하는 등 미국 진출을 꾀할 수 있다. 1년 내에 현실화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에는 바이오 스피릿이 필요하다. 돈이 없다, 상장이 안 된다, 프로세스가 어렵다 등 불만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투자사와 개발사가 합심해서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 보여줘야 한다. 성공 스토리를 보여줘야 바이오산업에 대한 글로벌 인식이 바뀐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후배 기업들이 올라올 수 있게 된다. 우리 바이오 본부는 앞으로도 이런 컬러를 가지고 딜을 진행해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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