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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일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이사

[서울경제]

인류는 농업의 시작과 함께 정착 생활을 시작했고, 이는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넓은 땅과 풍부한 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강 주변에 모여 살았고, 농사짓는 곳까지 물을 끌어오는 수리(水理)시설을 발전시켜 왔다.

집단생활은 더 많은 양의 곡식을 필요로 했다. 기후에 의존하는 농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수지를 축조하기 시작해 김제 벽제골, 제천 의림지, 상주 공검지, 영천 청제와 같은 대표적인 고대 저수지를 남겼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수리 사업의 결과로 우리나라 쌀 자급은 197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뤄졌다. 이처럼 식량 생산을 목적으로 축조된 저수지는 현재 1만7066 개소에 이르고, 용수 공급 시설이 설치된 논의 비율은 83.7%를 차지해 국가적 가뭄이 와도 쌀농사는 언제나 풍작이었다.

하지만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만든 수많은 저수지는 점차 노후화되어 우리나라의 농업용 저수지 중 50년을 넘은 곳이 1만4997 개소로 87%를 넘어섰다. 저수지 내구연한이 60~70년인 점을 고려할 때, 농업용 저수지의 노후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기후는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극심한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0년에는 역대 최장인 54일간의 장마가 지속되었으며, 2022년에는 6월 중 단 나흘 동안 중부지방에 최고 300mm 이상의 폭우가 발생하였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찾아오는 등 예상하지 못한 기상현상이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집중호우와 기상이변은 노후화로 취약해진 저수지의 제방 유실, 관련 수로 파손 등을 일으키고, 결국 그 피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직결되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재산 피해까지 가져올 수 있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는 이상기후에 대응하여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관리에 적극 힘쓰고 있다. 공사 관리 저수지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 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여 순차적인 개보수 사업을 확대하고, 대규모 저수지는 홍수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치수능력확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저수지에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도록 저수지에 유입된 토사의 퇴적물을 파내어 저수용량을 늘리는 ‘저수지 준설사업’에 전년대비 대폭 확대된 사업비를 투입한다. 또한 기상청 날씨 데이터와 저수지 수위계, 강수량계 등 계측장치로 측정된 자료들을 기초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저수지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재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재해예방 사업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

홍수기 저수지 안전관리를 위한 공사의 부단한 노력에도 예산이 한정돼 급변하는 기후와 저수지 노후화를 대비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의 온난화 전망과 강수 변동성 증가로 극한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기후 위기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수적이라고 경고한다.

이제 농업용 저수지도 재난 방재시설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물을 저장하고 이용하는 ‘이수’(利水) 기능에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재난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 재난 방재시설로 ‘치수’(治水)의 기능을 더한 저수지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흙이 주재료인 저수지는 특성상 완성 후 상당 기간에 걸친 압밀(점토층이 하중을 받아 생기는 침하)과 수위의 오르내림으로 인한 변형으로 누수가 생기기 쉽고 월류(물이 넘쳐흐름)에 대해서는 저항력이 거의 없어 지금과 같은 이상기후 시대에는 댐체 월류로 인한 위험도 대비해야 한다.

점차 줄어드는 농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저수지를 방재시설로 분류하여 재난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시설로 예산을 확보하고 노후화된 저수지의 집중적인 개·보수를 통해 저수지의 위험 요소를 차근차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 관리자인 공사와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전통적으로 계절적·지형적 요인으로 인해 물 자원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우리나라에 저수지와 같은 담수호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간 시설임이 틀림없다. 담수 자원의 활용은 물론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저수지 자원 활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저수지 시설에 대한 안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재난·재해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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