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앵커 ▶

스스로 '개처럼 뛰고 있다'던 네 아이의 아빠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사연, 최근 들어보셨습니까.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배송된다.

쿠팡이 자랑하는, 동시에, 한국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는 없어질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 쿠팡을 대표하는 배송 방식이죠.

손쉬운 주문, 그러나 스마트폰 화면 뒤엔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사랑하는 00이, 생일 축하합니다. 불어~ 00아, 생일 축하해."

막내가 두 살 되던 작년 3월, 4남매 아빠 정슬기 씨는 쿠팡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 5~6백만 원씩 벌 수 있대서, 맞벌이도 관뒀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아이 아빠가 자기 이제 돈 많이 벌 수 있으니까 그만하라고 해서‥"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

정 씨는 주6일 심야와 새벽에 일했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살이 많이 빠졌어요. 10킬로그램이 거의 몇 주 만에 훅 빠졌었어요."

정 씨가 일했던 남양주2캠프를 밤새 지켜봤습니다.

저녁 8시 반, 배송 트럭들이 하나 둘 들어갑니다.

잠시 뒤 상품을 싣고, 배송구역으로 출발합니다.

새벽 1시반, 차량들이 돌아오고 2회차 물품을 싣고 다시 나갑니다.

새벽 4시, 마지막 3회차 배송을 위해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듭니다.

정 씨도 매일 밤 세 차례씩, 경기도 남양주와 서울 상봉동을 오갔습니다.

하룻밤 이동 거리만 100킬로미터가 넘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아침에 아이 아빠 얼굴을 이렇게 딱 보면요. 진이 다 빠져서 너덜너덜한 상태로 진짜 들어왔었거든요."

배송구역에 도착하면, 그 때부턴 발로 뛰어야 했습니다.

요즘같은 장마철엔 특히 더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고 정슬기 아내]
"비 올 때는요. 기자님. 물건이 자꾸 젖으면 배송이 안 돼요. 그러면 그걸 안고선 뛴다고 하더라고요."

쿠팡은 멤버십 고객들에게 배송 예정일을 약속합니다.

이른바 PDD(Promised Delivery Date).

밤 12시 이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송 완료.

PDD는 로켓배송의 핵심입니다.

[고 정슬기 아내]
"(천천히) 안 된대요. 7시까지는 꼭 해야 된대요. '안 그러면 나 여기서 일을 못해'라는 얘기를 했었고."

쿠팡CLS와 배송 위탁업체 간의 합의서.

PDD를 못 지키면 위탁 계약은 즉시 해지될 수 있습니다.

해지 기준은 0.5%.

200개 중 1개만 늦어도 안 됩니다.

[강민욱/택배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
"클렌징 제도, 상시 구역 회수 제도, 저희는 상시적 해고 제도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마지막 3차 물량을 7시까지 마치느냐의 문제입니다. 7시까지."

본인 할당량만 끝냈다고, 끝난 건 아닙니다.

동료가 배송이 밀리면, 가서 도와줘야 했습니다.

원청업체인 쿠팡CLS 직원이 직접 지시했고, 정 씨는 '개처럼 뛰고 있다'며 지시에 따랐습니다.

[정금석/고 정슬기 아버지]
"제 아들이 '무릎이 아파서 무릎이 없어질 것 같다', '개처럼 일하고 있다' 할 때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런 얘기를 했겠어요."

쿠팡 로켓배송 일을 한 지 1년 2개월째, 지난 5월 28일 출근을 앞두고 정슬기 씨는 자택에서 쓰러졌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제가 핸드폰을 봤어요. 그런데 그날 아침 검색어가 '팔이 저리고 숨이 안 쉬어진다'였어요. 책상을 보니까 진통제가 이렇게 한가득이더라고요. 다 먹은 진통제들."

4남매를 둔 41살 정슬기 씨의 사망 원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

과로사의 대표적인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입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김민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543 거취논란 정점식, 尹-韓 회동 이틀 만에 하차…'원팀' 힘싣기? 랭크뉴스 2024.08.01
37542 한동훈 ‘주도권 강화’ 길 터줬다… ‘친윤’ 정점식, 사의 랭크뉴스 2024.08.01
37541 유해야생동물 잡으랬더니… 노루 잡고 고라니라며 ‘포상금’ 챙겼다 랭크뉴스 2024.08.01
37540 현대글로비스, 아시아나항공 화물 인수 SI로 참전 랭크뉴스 2024.08.01
37539 '이진숙 버티기'에 스텝 꼬인 민주당... "탄핵 역풍 맞을라" 랭크뉴스 2024.08.01
37538 이스라엘 “하마스 군사지도자 7월 공습에 사망”…암살된 정치지도자 장례식날 발표 랭크뉴스 2024.08.01
37537 체코 원전 수주 맞춰 준공식 앞당겼다 돌연 연기, 국제적 망신 랭크뉴스 2024.08.01
37536 또 탄핵안 정쟁에 필리버스터 소모전…본회의장 고성·야유 랭크뉴스 2024.08.01
37535 큐익스프레스 주주·채권단 복잡해진 셈법…경영권 장악할까 (종합) 랭크뉴스 2024.08.01
37534 [단독] 이진숙, 세월호 조사 ‘비상구 도주’ 뒤 법카로 호텔 결제 랭크뉴스 2024.08.01
37533 "귀여워, 광고 줘라" 신유빈 주먹밥·납작복숭아도 폭풍 먹방 랭크뉴스 2024.08.01
37532 사격 고글·귀마개 없이 은메달 쐈다…51세 군인 출신 사수 화제 랭크뉴스 2024.08.01
37531 '친윤' 정점식, 與정책위의장 사의…"당 분열 막기 위해"(종합) 랭크뉴스 2024.08.01
37530 소비자원, 티메프 집단분쟁조정 7시간 만에 1천732건 접수(종합) 랭크뉴스 2024.08.01
37529 오상욱 "브라질요? 제가 왜요?"…전세계 여심 찌르고 어리둥절 랭크뉴스 2024.08.01
37528 ‘엉터리’ 검사 탄핵안 쓴 민주당이 검찰개혁 말하려면[기자메모] 랭크뉴스 2024.08.01
37527 "희망회로 그만"…삼성반도체 수장, 호실적 다음날 '작심발언' 랭크뉴스 2024.08.01
37526 "차 이렇게 대놓고 해외로?" '역대급 민폐주차' 공항 발칵 랭크뉴스 2024.08.01
37525 "티메프 환불해준다? 문자 속 링크 함부로 클릭하지 마세요" 랭크뉴스 2024.08.01
37524 ‘친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임…“당 분열 막기 위해” 랭크뉴스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