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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입원이란 이름의 불법감금> ① 누구나 갇힐 수 있다

지난해 12월 10개월 된 딸을 키우던 김지혜(가명·39)씨 집에 사설구급대원들이 들이닥쳤다. 김씨는 인천 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 3개월간 폐쇄병동에 강제입원해 있었다.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 13년간 직장생활을 해왔다. 평범한 일상이 깨진 건 양육 문제 등으로 남편과 불화가 커지면서부터다. 합의이혼을 요청했지만 남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던 김씨는 법적 보호자인 남편과 시어머니가 밀어붙인 폐쇄병동행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동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처럼 부실한 진단과 절차적 문제에도 보호자 동의가 있다는 이유로 자의와 무관하게 강제입원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유명무실한 제도 탓에 이 같은 인권침해를 막지 못하는 현실이다.

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국가입퇴원관리시스템(AMIS) 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지난 6월 12일까지 보호입원제로 강제입원한 환자 18만8907명 중 국가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를 통해 구제된 경우는 3100명(1.6%)에 그쳤다.


김씨도 입적심에서 입원 적격 판단을 받았다. 불법으로 강제입원된 것이었지만 입적심에선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입적심 기한은 입원 한 달까지다. 입원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정신질환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퇴원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2018년 5월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시행된 개정 정신건강보건법은 김씨 같은 피해를 막지 못했다.

새벽에 들이닥친 사설구급대

김씨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한 과정은 위법 소지가 크다. 보호입원제는 보호의무자 2명이 신청하고, 서로 다른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 2명의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 남편 A씨는 통화에서 “(김씨와) 갈등이 심해 (김씨를) 보호입원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병원에 연락했고, 병원에서 사설구급대를 직접 보내줬다”며 “보호입원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 보호입원을 승인한 전문의 2명 모두 같은 병원 소속이었다. 2명 중 1명은 병원 홈페이지 의료진 소개란에도 없는 인물이다. 김씨는 어떤 의사에게도 대면 진료를 받지 못했는데 ‘상세불명의 산후기 정신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민일보 DB


김씨는 법원에 인신구제청구서를 낸 뒤에야 정신병원에서 풀려났다. 퇴원 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종합 관찰을 받고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김지혜(가명·39)씨 사례는 직계가족 등 법적 보호자가 마음만 먹으면 보호입원제의 허점을 활용해 정신병원 불법 감금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씨 부모는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남편과 시어머니가 김씨의 보호자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김씨가 남편에게 합의 이혼을 요구한 지 일주일 뒤인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집에 사설구급대원들이 나타났다. 남편과 함께였다. 김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강제입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남편과 구급요원들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돌아가는 척만 하고 집 주변에 대기하던 사설구급요원들은 5분여 뒤 집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 김씨를 정신병원으로 끌고 갔다.

180도 달라진 정신장애 판정

김씨의 입원 과정 곳곳에 불법 정황이 드러나 있다. 그의 입원 기록에는 ‘경찰이 입회했고, 김씨의 저항과 폭력성이 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실과 달랐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강제입원 건에 입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남편에게 가족이 없는 아내를 다른 목적으로 강제입원을 시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고지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설구급대원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고 병원에서 통신을 차단당했다. 가까스로 주변 입원 환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법원에 인신구제청구서를 냈다. 법원의 첫 심리기일 직전인 지난 2월 28일 남편은 보호입원을 철회했다.

김씨가 퇴원 후 받은 진단도 입원 당시 진단 내용과 180도 달랐다. 퇴원 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종합 관찰을 거쳐 받은 소견서에는 ‘초진과 두 차례 진찰과 면담, 심리검사 결과 내원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정신병적 신경증적 이상 소견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지각 사고능력에 장애가 없다. 현실검증력이 양호하고 판단력이나 이해력이 양호하다’고 돼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사진으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국민일보DB


김씨는 최근 경찰에 남편과 시어머니, 사설 응급요원 2명, 병원장 등을 정신건강보건법 및 보건법 위반, 폭행, 감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 남편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 신고를 받고 경찰이 입원을 말렸지만, 이후 부인을 데려갈 때 현장에서 보고 있어서 경찰이 입회했다고 생각했다”며 “저희 어머니도 상황을 듣고 보호입원이 필요하다고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김씨를 강제입원 조치한 정신병원 측은 1일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가 밝힐 입장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김지혜씨처럼 보호입원제를 악용한 불법입원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남매가 지난해 10월 아버지 김모(60)씨를 알코올중독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4개월간 강제입원시킨 사례도 있다. 김씨의 형은 어머니 장례식 이후 소식이 끊긴 동생을 4개월여간 수소문 한 끝에 동생이 폐쇄정신병동에 갇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김씨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그사이 김씨는 정신병동에서 이전 조치됐다. 수사기관은 남매가 아버지를 제외시킨 채 할머니 유산을 물려받으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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