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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에 ‘上'…5만→17만원대로
상속 받은 딸들, 적은 주식 담보로 걸고 상속세 납부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 기업 한미반도체의 창업주가 작년 12월 별세한 이후 지분을 상속받은 네 딸이 최근 상속세 신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상속세액이 확정되자마자 회사 측이 주가부양책을 내놓았고, 실제로 주가가 폭등해 눈길을 끈다. 5만원대였던 주가가 17만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딸들의 상속세액은 넉 달 전 정해졌는데 그 이후 상속세 납부에 활용하는 주식의 담보 가치가 3배나 뛴 것이다. 유족 입장에서는 적은 주식만 담보로 제공하고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유가증권의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상속인의 사망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 동안의 주가를 토대로 산정된다.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로 끌어올렸던 자사주 소각 발표는 상속세액이 확정된 직후에 이뤄졌다.

그래픽=손민균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 창업주인 고(故) 곽노권 회장의 네 딸 곽혜신·명신·영미·영아씨는 최근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회사 주식 총 904만3080주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곽 회장이 지난해 12월 4일 별세했기 때문에 딸들은 상속 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31일)부터 6개월이 되는 날, 즉 6월 28일까지 상속세 신고를 마쳐야 했다.

곽혜신씨 등 네 딸은 아버지의 주식을 균등하게 상속받았으며, 상속가액은 총 5295억원으로 산정됐다. 과세관청에 따르면 상속세액은 곽 회장 별세 두 달 전인 작년 10월 5일부터 두 달 후인 올해 2월 3일까지 한미반도체 종가의 평균치(5만8554원)를 토대로 결정됐다. 대주주 지분이기 때문에 상속세율 60%를 적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상속세액은 총 3177억원으로 추산된다. 딸 한 명당 794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딸들은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10년간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식을 각각 55만주씩 총 220만주를 공탁한 것으로 확인된다. 연부연납이란 세금을 나눠서 매년 일정 금액씩 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가산금을 포함한 연부연납세액의 110~120%에 상당하는 담보를 증권 등으로 제공해야 한다.

네 딸이 공탁한 주식 220만주의 시가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총 3790억원에 육박했다. 연부연납세액의 담보가 되기에 충분한 가치다. 상속가액의 근거가 된 주가(5만8554원)가 기준이었다면 약 650만주를 공탁해야 했겠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바람에 220만주만 담보로 제공해도 연부연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이처럼 상속세액은 그대로인데 주식의 담보가치만 급등한 이유는, 공교롭게도 상속세액을 확정한 시점 직후 한미반도체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열풍과 맞물려 상승 동력을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가 절묘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상속세액은 지난 2월 3일 확정됐는데, 한미반도체는 나흘 뒤인 2월 7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고 다음 날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했다. 5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이때부터 꾸준히 급등해 20만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뛰었고, 현재 17만원대에서 등락하는 중이다. 상속세 신고 기한이 지난달 28일까지였기 때문에 유족들은 상속세를 최대한 늦게 신고해 주식의 담보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상속 전문 변호사는 “나중에 만약 한미반도체 주가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주식을 더 공탁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면서 “유족 입장에선 공탁을 적게 할수록 활용할 수 있는 주식이 더 많아지니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네 딸은 공탁과 별도로 주식담보대출도 활용하고 있다. 공탁한 주식은 법원에 묶여있을 뿐 이를 유동성 확보에 이용할 수는 없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려면 공탁하고 남은 주식을 활용해야만 한다. 담보대출 역시 주가 급등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세 딸은 총 217만8000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80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담보유지비율(담보평가액을 대출원금으로 나눈 값)이 110%이기 때문에,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딸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총 3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담보로 제공한 주식만으로도 2600억원을 더 차입할 수 있는 셈이다. 아직 담보로 내놓지 않은 주식도 1400만주가량 남아 있기 때문에 추가로 현금화할 여력도 충분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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