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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보조제 2년 넘게 복용한 여고생
정신과 입원 등 넉 달 치료 끝에 끊고도
체중 강박에 ‘다시 먹을까’ 최근까지 고민
부작용 떠올리며 ‘날 망치지 말아야’ 결심
극단적 다이어트, 장기손상·뇌기능저하 위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등학생 김소영(가명·18)양은 국민일보가 최근 불법 판매 실태와 미성년자 복용 위험성을 지적한 문제의 다이어트 보조제를 끊기 위해 정신과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김양이 이 보조제를 처음으로 입에 넣은 건 열다섯 살이던 3년 전이다. 주로 익명의 판매자에게 내용물을 낱알로 사는 소분 구매로 제품을 구매 부모 몰래 2년 넘게 복용했다.

이 보조제는 하루 최대 권장량인 여섯 알에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 석 잔과 맞먹는 900㎎의 카페인을 함유한 고카페인 제품이다. 강한 중독성과 부작용 위험 때문에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섭취가 금지된 ‘19금’ 제품이지만 극단적 체중 감량을 원하는 10대들이 주로 찾고 있다(본보 2024년 6월 21일자 1·8면). 일부 제품은 카페인과 함께 복용 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의약 성분이 포함돼 국내 유통 금지 대상인 해외직구 위해식품으로 지정돼 있다.

[단독] “한 알에 500원씩”… 19금 ‘뼈말라약’ 불법판매 횡행

이 보조제는 극단적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프로아나’ 세계에서 유명했다. 프로아나는 거식증(아노렉시아)을 유발하면서까지 살을 빼는 이들이나 그런 방식을 말한다. 김양은 프로아나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보조제를 먹고 며칠 만에 몇 ㎏을 뺐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다른 제품도 많이 언급됐지만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라 미성년자가 구하기 더 어려웠다. 보조제는 SNS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먹고 싶었다
김양은 2년간 매일 평균 두 알씩 복용했다. 많으면 여섯 알까지 먹는 날도 있었다. 시험 기간에는 커피를 함께 마셨다가 심한 어지러움과 복통을 경험했다. 위액이 나올 정도로 토하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보조제를 먹던 김양은 올해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고서야 비로소 복용을 중단할 수 있었다. 살이 너무 빠진 딸을 보다 못한 부모가 병원에 데려갔다. 키 150㎝대에서 50㎏ 중반이던 몸무게는 치료 직전 160㎝에 40㎏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김양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입원치료만 2주를 받았다”며 “그 후 통원치료가 3개월 가까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치료 초기에는 보조제를 먹지 못하게 되자 체중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강박이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음식을 더 먹지 않거나 토하는 일이 잦았다. 정상적으로 식사가 가능해진 건 치료가 거의 끝나갈 때쯤이었다. 그렇게 보조제 복용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10㎏ 정도 몸무게를 늘렸다.

힘들게 끊은 보조제지만 최근까지도 ‘다시 먹을까’ 수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체중에 대한 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복용자를 더욱 의존적으로 만드는 이 제품의 강한 중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김양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국민일보 취재에 응하는 과정에서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조제의 위험성이랑 부작용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겪은 부작용 사례가 생각이 났어요. 오래 복용했던 입장에서 그걸 먹는다고 살이 빠지지 않고, 보조제로 느끼지 못했던 배고픔은 결국 나중에 몰려오기 마련이거든요. 이걸 알고도 저 자신을 망치는 일은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양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10대에게 인기 많은 상품’으로 보조제를 광고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를 통해 다이어트 보조제의 위험성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며 “제 또래나 더 어린 친구들이 보조제 복용으로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보조제 다이어트, 지속 불가
전문가들은 빠른 체중 감량을 위해 약물은 물론 보조제에 의존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눈에 띄는 효과를 원하다 보니 과다 섭취 유혹에 빠지기 쉽고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제대학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을 광고하는 제품일수록 복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급격한 체중 저하는 뇌의 식욕 조절 중추를 와해시켜 결국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조제를 이용한 다이어트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프로아나처럼 음식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습관은 성장기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는 “영양실조 상태가 지속되면 주요 장기까지 손상될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뇌 기능도 저하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른’ 칭찬 아니라 걱정해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 섭식장애 상태라면 빠져나오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 교수는 “신체 건강이 위험하다면 상태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후 정상적인 식습관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며 “그다음 단계로 정서적인 문제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유혜진 소장은 “섭식장애를 혼자서 극복하는 것은 어른에게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인터넷이나 SNS의 도움을 받아 혼자 극복을 시도하다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외모를 대하는 주변의 태도도 중요하다. 급격하게 살이 빠진 청소년에게 “말랐다” “예쁘다” 같은 칭찬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유 소장은 당부했다.

그는 “체중 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며 “마음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극복 방법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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