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가짜 노동' 저자이자 덴마크의 인류학자인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1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진짜 노동'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 책에 대한 관심이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픕니다.”

덴마크 인류학자이자 ‘진짜 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1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덴마크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독자들의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씁쓸하다고 했다. 성과와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노동을 고발한 전작 ‘가짜 노동’과 가짜 노동에서의 해방을 이야기한 신작 ‘진짜 노동’에 한국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뇌르마르크는 “이런 책이 인기인 것은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사를 통해 한국의 노동 환경을 공부했다는 그는 “한국에서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고 덴마크에 비해 노동 시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위계질서가 강조되고 관리자와 근로자 간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불신이 한국 노동 문제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를 쌓는 덴마크와 달리 한국에서는 근로자가 상사와의 논쟁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뇌르마르크는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쓸모없는 일들에 대해 비효율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뇌르마르크는 한국의 인구문제도 가짜 노동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일에 많은 시간을 쏟으면 다른 것을 할 수 없게 된다”며 “한국 정부가 인구문제를 중요시하고 정치적으로 담론이 오가고 있는데 주 69시간 일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건 양립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노동 시간이 생산성과 비례한다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뇌르마르크는 그 예로 주 4일제를 도입한 덴마크의 한 패스트푸드 체인점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해당 체인점이) 주 4일제를 도입한 뒤 (그동안) 해 온 일의 20%가 가짜 노동인 걸 깨달았다”며 “시간이 곧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뇌르마르크는 1978년 덴마크 출생으로 오르후스 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고 노동·정치·문화 영역에서 강사, 컨설턴트, 비평가 등으로 활약했다. 여러 회사에서 조직 컨설팅 전문가로 일하며 직장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았고, 그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통찰하는 글을 써왔다.

그는 신작 ‘진짜 노동’에서 “오늘날 하는 많은 일이 자신과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 없는 직업으로 특징 지어진다”며 이제 가짜 노동을 넘어 진짜 노동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 저출산 및 고령화, 인플레이션, 경제 침체 등 세계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록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진짜 노동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진짜 노동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가짜 노동에 대한 비판적 감각을 재건해, 실제의 삶을 더 낫게 만들자는 것이다. 가짜 노동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한국에서 진짜 노동을 도입하는 것은 가짜 노동에 갇혀 있던 시간을 해방시켜, 진짜 일을 해야 할 시간에만 일을 하자는 말과 같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7488 [단독] 이진숙, 사장실 ‘비상구 도주’ 뒤 법카로 호텔 결제 랭크뉴스 2024.08.01
37487 PD수첩 무력화, ‘문재인 공산주의자’···이진숙이 뽑은 공영방송 이사진 랭크뉴스 2024.08.01
37486 日 전직 외교관 “노태우 때 위안부 협의 대상 아냐…반일 감정은 만들어진 것” 랭크뉴스 2024.08.01
37485 SUV 잘나가네…기아, 글로벌 판매량 7월에만 무려 ‘이만큼’ 팔렸다 랭크뉴스 2024.08.01
37484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의 쓴소리 "안 되는 건 인정하고 도전할 건 도전해야" 랭크뉴스 2024.08.01
37483 전국민 25만원 지급법에 與 "현금살포법" 필리버스터 돌입 랭크뉴스 2024.08.01
37482 기아, 7월 26만 1334대 판매…스포티지·셀토스·쏘렌토 인기 랭크뉴스 2024.08.01
37481 결혼 앞둔 여성 살해한 50대…예비신랑에 시신 사진 보낸뒤 사망 랭크뉴스 2024.08.01
37480 파리 올림픽을 흔든 김예지의 사격 자세, 고교생 시절도 똑같았네 랭크뉴스 2024.08.01
37479 가계대출 한달새 7조 불어…불붙은 부동산에 브레이크 안 듣는다 랭크뉴스 2024.08.01
37478 전국이 ‘습식 사우나’···비도 못 식히는 폭염, 언제 꺾이나요 랭크뉴스 2024.08.01
37477 결혼 앞둔 예비신부 살해하고 목숨 끊은 50대 남성…스토킹 신고는 없었다 랭크뉴스 2024.08.01
37476 '하니예 암살' 후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누구… "누가 오든 강경해질 것" 랭크뉴스 2024.08.01
37475 “비행기 늦었다!” 김해공항에 ‘길막 주차’하고 해외로 랭크뉴스 2024.08.01
37474 원·달러 환율 10.3원 내린 1366.2원… “美 FOMC 여파” 랭크뉴스 2024.08.01
37473 인천 아파트 지하서 전기차 폭발 화재…유독가스 아수라장(종합) 랭크뉴스 2024.08.01
37472 티메프 불똥 튈라… 발란·머스트잇 "유동성 문제없다" 랭크뉴스 2024.08.01
37471 이진숙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보고…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랭크뉴스 2024.08.01
37470 경찰 "시청역 사고 운전미숙 탓…시속 107㎞로 행인 충격"(종합2보) 랭크뉴스 2024.08.01
37469 "누가 쫓아와요" 다급한 신고…캄캄한 골목길엔 곧장 드론 떴다 랭크뉴스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