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신이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옆 화장실에 소변을 보러 들어갔다 성범죄자로 몰렸던 20대 남성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엿새째만입니다.

피의자로 지목됐던 이 남성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없고 심장이 옥죄이면서 숨이 막혀 미칠 것 같았다"면서 "참다못해 오늘 정신과 진료를 받고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혐의없음' 메시지를 받았다. 해방된 기분"이라는 심경을 전했습니다.

사건은 지난달 23일 발생했습니다.

경기화성동탄경찰서는 이날 경기도 화성시에서 한 여성에게 신고를 받았습니다.

한 50대 여성이 화성시 내 한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본인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 여성은 사건 당일인 오후 5시 34분 112에 신고했습니다.

본인이 화장실을 다녀온 지 20여 분이 지난 뒤였습니다.

여성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2명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현장에 출동해 관리사무소 건물 CCTV 영상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이 CCTV 분석을 통해 지목한 남성은 얼마 전 군대에서 전역한 22살 A 씨였습니다.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간 지 앞뒤 1시간 동안 화장실 쪽으로 향한 유일한 남성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A 씨에게 찾아가 전날 관리사무소 건물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은 뒤 신고 접수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에 운동을 즐겨 하던 A 씨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을 향해 살고 있는 아파트 헬스장 옆 관리사물 내 화장실에 용변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성추행범으로 지목된 A 씨와 최초 신고했던 여성 B씨가 해당 화장실을 들어갔다 나온 시간(출처: 유튜브 김원TV)

CCTV 영상에서 확인된 A 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시간은 여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시각인 5시 11분 50초에서 불과 100초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13분 25초.

A 씨는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은 있지만, 여자 화장실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다"고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 씨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응대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사건 접수 여부 및 수사 진행 상황을 묻기 위해 같은 날 오후 직접 동탄서 여성청소년과를 방문했으나, 당시 근무하던 경찰관은 "나는 담당자가 아니다"라는 등의 답을 하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아울러 이 경찰은 A 씨를 향해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서를 다녀온 A 씨는 '억울한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조사를 받는 과정 전반을 녹음해 둔 파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건이 논쟁거리가 되던 지난 28일, A 씨에 반말과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받았던 경찰은 돌연 신고인이었던 여성 B 씨가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고 털어놓자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습니다.

동탄서가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해 온 A 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해 입건 취소하기로 한 겁니다.

당초 경찰은 CCTV 영상을 근거로 수사를 시작했으나 객관적 증거는 부족했습니다.

범행 장소로 지목된 관리사무소 건물의 CCTV는 건물 출입구 쪽을 비추고 있을 뿐, 남녀 화장실 입구를 직접적으로 비추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A씨가 여자 화장실로 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CCTV 영상에는 신고 당일 오후 5시 11분 B씨가 건물로 들어가고, 2분 뒤 A씨가 뒤이어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어 오후 5시 14분 B씨가 건물을 빠져나가고, 1분 뒤 A씨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장면도 찍혀있었습니다.

다만 A씨가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는 전혀 없었습니다.

경찰은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 피해자 진술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프로파일러들은 B 씨의 신고에 대해 "실제 없었던 일을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이 신고는 정신과 등 증상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B 씨는 앞서 언급됐던 것처럼 경찰에서 "허위신고를 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 다량을 복용하면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고 자백하기도 했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자유게시판 화면 캡처

화성동탄경찰서 게시판에는 사건이 알려진 뒤 경찰의 수사 미비와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1만 건 넘게 적혔습니다.

심지어 한 변호사에 의해 동탄경찰서장의 파면 요구 운동까지 진행됐습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장 파면 요구 서명 운동 글

결국 이 여성 B 씨는 무고죄로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B 씨에 대해 무고죄로 수사에 착수하며 "B 씨가 진술 과정에서 CCTV를 보면서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던 사실이 있는 만큼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이 무혐의 종결 처리된 뒤 A 씨는 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A 씨는 "사실 저는 '혐의없음' 문자만 달랑 받고 아무런 사과를 못 받았다"며 "분명 수사에 잘못된 점 있었으면 사과하겠다고 공문 올라온 거로 아는데 별말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책임을 지고 관계없는 분들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피신고인인 A 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데 대해 여러 차례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담당 경찰들이 A 씨에게 직접 사과를 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무고죄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온다면 그때 사건 담당자들이 직접 A 씨를 찾아 사죄의 말씀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776 [단독] 올해 서울 아파트 매수, ‘갈아타기’가 절반 넘었다 랭크뉴스 2024.08.06
39775 로이터 “中, 삼성서 HBM 대거 주문”…업계선 “현실성 없다” 랭크뉴스 2024.08.06
39774 [1보]"美, SK하이닉스 인디애나 공장에 최대 6천200억원 보조금 계획" 랭크뉴스 2024.08.06
39773 스스로 깨뜨린 '철밥통'… 청년 공무원들 "박봉에 이대론 못 살겠다" 랭크뉴스 2024.08.06
39772 "금메달 영웅의 충격적 반전"‥'친중 논란'에 뒤집힌 홍콩 랭크뉴스 2024.08.06
39771 美 7월 실업률 지표가 부른 ‘R의 공포’ 전문가들 생각은… “실제보다 과장. 韓 영향 제한적” 랭크뉴스 2024.08.06
39770 [영상] 단체전 임종훈, 세 게임 내리 따내며 8강 눈앞에 랭크뉴스 2024.08.06
39769 전기차 화재 아파트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전례 없어" 랭크뉴스 2024.08.06
39768 과방위원들 “불법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 자료 달라” 방통위 “제공 못 해” 랭크뉴스 2024.08.06
39767 증시 폭락에 ‘금투세 폐지’ 압박하는 당정···민주당은? 랭크뉴스 2024.08.06
39766 이재명 “주식시장은 꿈 먹고 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하는데 많은 분들 저항” 랭크뉴스 2024.08.06
39765 안세영만 없는 안세영 기자회견…"선수단 분위기 좋지 않다" [파리TALK] 랭크뉴스 2024.08.06
39764 급식 김치볶음에 10억 로봇…폐암 조리사엔 5만원 위험수당 랭크뉴스 2024.08.06
39763 [단독] 韓, 남미 최대 경제공동체 ‘메르코수르’와 FTA 연내 협상재개 급물살 랭크뉴스 2024.08.06
39762 ‘돌반지 대신 주식’ 이숙연 대법관 취임…“가족 문제 송구스럽다” 랭크뉴스 2024.08.06
39761 코스피, 폭락 하루 만에 3.3% 오르며 2,500선 회복…코스닥도 6% 반등 랭크뉴스 2024.08.06
39760 한국양궁 1세대 김형탁 "여자단체 20연패 꿈 아닌 현실 될 수도" 랭크뉴스 2024.08.06
39759 '금방이라도 부딪힐 듯' 남방돌고래 떼에 돌진하는 낚싯배 랭크뉴스 2024.08.06
39758 "귀국하면 바로 갈 거"라더니, 정말 할아버지에게 메달을‥ 랭크뉴스 2024.08.06
39757 "안세영 金 사진 왜 없지?" 다른 건 다 있는데‥'술렁' 랭크뉴스 202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