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입시에 관한 학원 홍보물이 걸려 있다. 뉴스1
" 초등 6학년 때 10명 규모로 의대반을 꾸려서 같은 멤버로 대입까지 쭉 올라갑니다. 보통 중3까지 고교 수학 과정을 끝내죠.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초·중·고 의대반을 운영하는 수학학원 원장 A씨는 의대 입시 준비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를 준비하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의대반에 중간에 들어오려면 수학 진도와 성취도를 확인하는 ‘레벨 테스트’를 봐야 한다”며 “원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등 의대반 커리큘럼 보니…‘14배속’ 초고속 선행
의대를 목표로 ‘초고속 선행 교육’을 받는 초등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사교육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초등 5학년이 중학 수학은 물론 고등학교 2학년 범위까지 진도를 나가는 식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1일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과 맞물려 초등 의대반이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영옥 기자

사걱세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G학원에서는 정상 교육과정의 최대 14배 속도로 선행 학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선행 속도는 ‘학습 범위’(학년)에 12개월을 곱하고 이를 ‘학습 기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G학원 의대반에 다니는 초등 5학년은 고2까지 7개 학년(84개월)을 6개월 만에 배운다. 이 학원은 초등 2학년부터 의대반을 운영하는데 6개월 동안 최소 3개년 이상 진도를 나간다.

같은 지역 H학원의 초등 의대반은 초5부터 39개월에 걸쳐 고3 이과 수학까지 선행 학습을 시킨다. P학원은 초등 5·6학년을 대상으로 영재반과 의대반을 운영하는데 고1 1학기 수학까지 선행 학습을 한다.



“의대 확대와 맞물려 사교육 의대반 들썩”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의 광고. '초·중 의치약 전문학원 BIG 5'라고 적혀 있다. 서지원 기자
사걱세는 “연령대를 낮출수록 학생들을 학원에 더 오래 다니게 할 수 있고, 학원들이 즉각적인 성적 향상 책임에서 자유롭다”며 “학부모들도 선행 학습을 많이 하는 지역일수록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여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학원들이) 학생을 유치하기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효과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선행학습 반들이 중·고등학생을 타깃으로 ‘SKY반’(서울대·고려대·연세대)’, ‘서카포반’(서울대·카이스트·포항공대) 식으로 명문 대학을 앞세웠다면, 이제는 ‘초등 의대반·영재반’으로 더 어려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얘기다.

비수도권에 있는 학원들도 ‘의대 레이스’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충남 아산에 있는 한 학원은 중학교 2·3학년 의대반에서 고2 과정까지 끝내는 것으로 2~3배속 선행 학습을 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과 충북 청주를 오가며 수업하는 한 학원 강사는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 선발이 늘어나면서 의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자연스럽게 학원 의대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선행학습 금지법, 초등 의대반 못 잡아”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 진학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이른바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정상화법은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선행학습을 유발한 광고를 적발·처분한 사항은 지난해 상반기 6건에 그쳤다. 앞서 4년간은 2019년 4건→2020년 4건→2021년 68건→2022년 18건을 기록했다.

사걱세 관계자는 “초고속 선행교육 상품을 학원 홈페이지 등에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 간단한 검색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조차 단속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국회와 협력해 ‘초등 의대반 방지법’ 제정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9088 [속보] 美증시 급락…정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 가동” 랭크뉴스 2024.08.05
39087 육아휴직 급여 높였더니···올 상반기 '아빠 육아휴직' 역대 최고 랭크뉴스 2024.08.05
39086 이란 보복 초읽기 "아랍권 만류 묵살... 전쟁 촉발 상관 없다 해" 랭크뉴스 2024.08.05
39085 ‘봉화 살충제 사건’ 수사 막바지…“음독 시점·경로 달라” 랭크뉴스 2024.08.05
39084 북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개 최전방 배치”…김주애도 동행 랭크뉴스 2024.08.05
39083 위기 징후를 모두 무시한 티메프 사태, 책임자는 누구일까[EDITOR's LETTER] 랭크뉴스 2024.08.05
39082 인천서 아내 살해한 60대 남편 긴급 체포 랭크뉴스 2024.08.05
39081 애완견 이빨에 '펑' 리튬 이온 배터리 폭발 랭크뉴스 2024.08.05
39080 석탄공사 폐업 현실화‥"혁신도시 위축" 랭크뉴스 2024.08.05
39079 미 CBS 여론조사 “해리스 50%, 트럼프 49%” 오차범위 내 앞서 랭크뉴스 2024.08.05
39078 오세훈 “삶의 질 높이려는 중국,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없어” 랭크뉴스 2024.08.05
39077 손흥민, 강남 클럽서 수천만원 결제?…소속사 "명백한 허위" 랭크뉴스 2024.08.05
39076 윤 대통령 지지율 32.8%…국민의힘 38.5%, 민주당 36.3%[리얼미터] 랭크뉴스 2024.08.05
39075 낼모레 입추 맞나…낮 최고 35도, 푹푹 찐다 랭크뉴스 2024.08.05
39074 "원전에 1조2000억 투자, 주주배당 규모 유지" 두산의 주주달래기 성공할까 [biz-플러스] 랭크뉴스 2024.08.05
39073 [이하경 칼럼] 민심은 법불아귀를 원한다 랭크뉴스 2024.08.05
39072 이란, 아랍권 보복 만류 요청 묵살‥'전쟁 촉발 상관 안해' 랭크뉴스 2024.08.05
39071 본인도 울고 깜짝 놀랐다…"상상도 못했다" 김주형의 오열 [파리TALK] 랭크뉴스 2024.08.05
39070 美 경기 침체 맞아? 반도체는 팔아?… 시장 공포 확산에 증권가도 의견 분분 랭크뉴스 2024.08.05
39069 ‘또 전기차 화재?’ 주차된 BMW 연기…100명 대피 소동 랭크뉴스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