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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때죠. 연중 출생아 수가 90만 명을 웃돌았던 1955년부터 74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부릅니다.

시기에 따라 1차, 2차로 나눠 연령 집단을 구분하는데 2013년 당시 50대였던 1954~63년생을 보통 1차 베이비붐 세대(705만 명)라고 하고, 2차 베이비붐 세대(954만 명)는 2023년 당시 50대였던 1964~73년생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세대별 구분으로 봤을 때 가장 큰 규모인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1차 베이비부머들이 지난해까지 모두 은퇴 연령을 넘어선 가운데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올해부터 11년에 걸쳐 은퇴 연령에 진입하게 됩니다.

2차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 대비 비중이 18.6%에 달합니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13.7%)보다 더 많은 규모입니다. 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본격적으로 은퇴 시기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한국은행이 시나리오별로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 "계속 일하고 싶다"…2차 베이비부머 특성은?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겠다는 의향이 매우 강할 것으로 봤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5~79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응답자의 비중은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상승했습니다. 평균 근로 희망 연령 역시 71.7세에서 73.0세로 상승했습니다.

실제 60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 공급은 우리나라가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2차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후에도 노동 공급을 지속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적 자본 수준도 높아졌죠. 1차 베이비부머와 비교해 2차 베이비부머의 교육 수준은 더 높아졌습니다. 특히 1990년대~2010년대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2차 베이비부머는 IT 기기 활용 능력과 빈도가 이전 세대에 비해 높아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문 일자리 종사자 비중 역시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2차 베이비부머가 더 높은 편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에도 2차 베이비부머들이 상대적으로 잘 적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진단했습니다.

소득 및 자산 여건도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해 은퇴 후 소비 여력은 상대적으로 크고, 사회·문화적 여가 활동에도 더 적극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경제성장률 하락…"2차 베이비부머 은퇴 영향 더 커"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취업자 수 감소를 통해 2015~2023년 기간 중 연간 경제성장률을 0.33%p 하락시킨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2차 베이비부머 은퇴가 진행되는 향후 11년간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한은은 세 가지 시나리오 하에서 2차 베이비부머 은퇴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먼저 향후 11년 동안 60대 남녀 고용률이 2023년 수준(남 68.8%, 여 48.3%)에서 유지되고 고령층 고용을 위한 별도의 정책적 지원이 없는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이 경우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2024~2034년 중 연간 경제성장률을 0.38%p 하락시키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1차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 폭보다 0.05%p 큰 건데, 이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규모가 1차에 비해 큰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 시나리오 분석…정책 뒷받침 되면 성장률 하락 상쇄 효과



두 번째 시나리오는 2차 베이비부머의 계속 일하고 싶은 의향이 효과적인 정책 대응으로 뒷받침되고, 60대 남녀고용률이 과거 10년간의 추세에 따라 추후에도 상승하는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은 첫 번째 시나리오와 비교해 0.14%p 줄어 0.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한 근로 의지에 정책이 뒷받침되면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의 충격 효과가 조금은 상쇄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재고용 법제화 등 더 강력한 정책 대응으로 이 같은 정책을 실제로 시행해 2000년대 중반 이후 가파른 60대 남녀 고용률 증가 추세를 보인 일본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는 것을 가정했습니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폭은 0.16%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별도의 정책적 지원이 없을 때를 가정한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추정된 경제성장률 하락폭보다 0.22%p 줄어든 것입니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에 강력한 제도 변화까지 뒷받침될 경우 은퇴에 따른 급격한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031~204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3%로 추정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완화 효과는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은퇴연령 진입 후 계속 근로 시에 발생하는 인적 자본과 실제 직무 간 불일치(미스매치)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한은은 지적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본인의 인적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노무직 등으로 이직하는 게 현실입니다.

■ 충분치 않은 노후 대비…"2차 베이비부머도 은퇴 후 소비 줄인다"

전체 소비 측면에서 볼 때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연령 진입은 부정적으로 평가됩니다.


2012~2023년 중 60세 이상의 소비성향 하락폭은 75.0%에서 67.1%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연령 소비성향 하락 폭(74.7%→70.7%)보다 컸는데요.

한은은 고령층의 소비성향 둔화는 기대수명 증가와 미래소득 불확실성 등에 따라 '예비적 저축'이 늘어나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소비를 더 줄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전체 소비 성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연령별 소비 성향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는 양상이 다른데요. 통상 소비 성향은 지출 대비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서 높고 소득이 많아지는 중장년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가 은퇴 등으로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고령층에서 다시 높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은퇴 이후 소비가 더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소비성향은 전체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단일 세대로 규모가 가장 큰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이런 전체 소비성향을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입니다.

■ "돈 쓸 수 있게 해줘야"…은퇴 후 재취업 등 '사회적 합의' 필요

다만 2차 베이비부머가 1차 베이비부머와 비교해 비교적 소득이 높고 보유 자산이 많은 점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가계의 순자산이 1% 증가하면 평균 소비 성향이 0.0538%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2차 베이비부머의 평균 순자산 규모가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24.6% 큰 것으로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2차 베이비부머의 평균 소비성향이 1차 베이비부머에 비해 1.3%p 정도 높을 수 있다고 한은은 계산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고령층의 소비 여건을 개선해주면 인구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이 내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한은은 2차 베이비부머는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보유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유동화하기 위한 주택연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 활용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들이 가진 보유 자산이 현금화돼 소비로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고용의 질도 높이면 소득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만큼 공적연금 제도 개선과 개인연금 확대 등이 뒷받침되면 과도한 예비적 동기의 저축을 줄이고 소비 수요를 더 확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습니다.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차 베이비부머 인력 활용을 통한 성잠 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결론입니다.

보고서 저자인 이재호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법정 은퇴연령은 60세지만 국민연금을 받는 연령은 65세로 늘어난 만큼 그 차이를 어떻게 메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고령층의 은퇴 후 재취업 등이 청년층 일자리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그런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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