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박종식 기자 [email protected]

성인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합의가 있었더라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취약점을 이용해 피해자를 통제·조정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헌재는 성인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로 처벌하는 형법 305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지난달 27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2020년 5월 신설된 이 조항은 13살 이상 16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살 이상의 성인에게는 강간·간음·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3살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관계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연령과 상관없이 처벌해온 데 이어 그보다 나이가 많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성관계도 성범죄로 처벌하도록 법이 강화된 것이다.

앞서 이 조항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헌법소원을 내어 “19살 이상인 자는 이 조항으로 인해 13살 이상 16살 미만인 사람을 성행위의 상대방으로 선택할 수 없게 되고, 개인의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받게 되므로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19살 이상인 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최근 계획적으로 청소년에게 접근해 자연스러운 이성 교제인 것처럼 환심을 산 뒤에 성행위에 응하도록 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을 짚으며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는 온라인 성범죄나 그루밍 성범죄로부터 16살 미만의 청소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해당 조항의 신설은 “동의에 의해 성적 행위에 나아간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은 성적 행위의 의미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만 13살 이상 16살 미만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해당 연령의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적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또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법원에서 사건마다 양형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과잉금지 원칙 위배가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헌재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적용 대상을 ‘19살 이상의 자’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청구인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일본·미국·독일의 형법을 예로 들며 “연령이나 발달 정도 등의 차이가 크지 않은 미성년자 사이의 성행위는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라 보고 이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619 [속보] "볼티모어 교량 붕괴 테러 증거 없다"…美메릴랜드주지사 "사고 추정" 랭크뉴스 2024.03.26
43618 붉은누룩 ‘홍국’, 日서 신장병 유발 논란···한국인 즐기는 컵라면까지 불똥 랭크뉴스 2024.03.26
43617 [총선] 권역별로 보니…경합지 결과가 승패 가를 듯 [D-15총선판세분석] 랭크뉴스 2024.03.26
43616 1990원 대파, 30분 만에 매진…대형마트 ‘오픈런’ 서민들의 ‘웃픈런’ 랭크뉴스 2024.03.26
43615 [속보] 美메릴랜드 주지사 "볼티모어 교량 충돌 선박, 동력에 문제" 랭크뉴스 2024.03.26
43614 [속보]박진섭 후반 37분 쐐기골... 태국에 3-0 리드 랭크뉴스 2024.03.26
43613 중국, 美인플레법 WTO에 제소…"전기차 보조금 차별" 랭크뉴스 2024.03.26
43612 "2천 명 증원" 못박은 대통령실에‥여당 "그게 제일 큰 걸림돌" 랭크뉴스 2024.03.26
43611 감옥에서 풀려난 지 열흘 만에…대통령 당선된 ‘44세’ 랭크뉴스 2024.03.26
43610 '치안 악화' 아이티 체류 한국인 2명, 헬기로 피신 랭크뉴스 2024.03.26
43609 두 달 만에 목숨 끊은 신입 공무원…유족 “직장 상사 폭언에 시달렸다” 랭크뉴스 2024.03.26
43608 [영상] 주민 공격하고 수백 마리 모여서 '패싸움'까지…'원숭이 도시' 참다참다 칼 빼들었다 랭크뉴스 2024.03.26
43607 선박 충돌에 20초만에 무너진 美 대형 교량…"액션 영화 같았다" 랭크뉴스 2024.03.26
43606 정부 총출동 테이블에 교수·전공의 불참…한동훈 ‘2천명 타협’ 시사 랭크뉴스 2024.03.26
43605 총선 D-15 여야 판세 분석‥"숫자보단 흐름" "110곳 우세" 랭크뉴스 2024.03.26
43604 올해 국세감면 77조 ‘역대 최대’…2년 연속 법정한도 초과 랭크뉴스 2024.03.26
43603 ‘밍글스 15위·세븐스도어 18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韓식당 4곳 선정 랭크뉴스 2024.03.27
43602 박정훈 대령 '항명' 입건 후 뒤늦게 법리 검토 보고서 작성 랭크뉴스 2024.03.27
43601 권익위, 김 여사 '명품 사건' 처리 연장‥총선 전 결론 부담됐나? 랭크뉴스 2024.03.27
43600 美 볼티모어 다리 붕괴로 20명 실종 추정… “수색·구조 작업 중” 랭크뉴스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