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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KBS는 6·25 참전 여성 간호장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50만 명이 넘는 장병들을 간호한 천 3백여 명의 간호장교들. 이제 머리가 하얗게 센 그녀들이 6·25 전쟁과, 간호장교로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합니다.


고 박옥선 간호장교: '호랑이' 같지만, '소녀'이기도 했던

고 박옥선 씨의 생전 인터뷰 모습 (KBS 스페셜 전쟁과 여성, 2017)

외교관을 꿈꾸던 18살의 고 박옥선 씨는 1951년, 18살에 간호장교로 지원했습니다.

서울역에서 군대로 향하는 기차에 오르던 날.

외동딸이던 박 씨는 뒤돌아서서 소리 없이 울던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고 박옥선 씨가 입대할 결심이 섰던 18살의 모습 (KBS 스페셜 전쟁과 여성, 2017)

훈련 도중 수류탄이 바로 옆에서 터져 귀가 들리지 않았어도 간호장교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간호장교가 된 박 씨는 병실도 모자란 전쟁터에서 대구, 부산, 철원 등을 오고 가며 다친 군인들을 치료했습니다.

"그때는 연병장에 병실이 모자라니까 노천에다 자리 깔고 치료했습니다. 환자도 정상적인 환자가 아니라 정말 볼 수 없는 처참한 환자들이었어요."

- 고 박옥선 씨 인터뷰 中 (KBS 스페셜 전쟁과 여성, 2017) -

전역하고 난 뒤에도 박 씨는 '도움의 손길'을 이어갔습니다.

박 씨는 지난 2009년부터 6.25 참전 서울지부 종로구지회 지회장을 맡아 봉사했습니다.

박옥선 씨가 유공자 집에 방문해 사람들을 돌보는 모습 (KBS 스페셜 전쟁과 여성, 2017)

눈을 감을 때까지 주변 사람들을 간호하고, 살림을 도와주며 유공자와 그 가족들을 직접 찾아 각별히 챙겼습니다.

단짝친구처럼 박 씨와 친하게 지내던 김영곤 씨는 박 씨를 '남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박 씨는 인간적인 면에선 '호랑이' 같기도 하고, '소녀' 같았던 평범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분한테는 웬만한 할아버지들이 덤비질 못했어요. 할아버지들이 조금 시원찮은 말씀을 하시면 양반은 즉시 그냥 육군 저 간호장교 대위로 변해버려. 아주 호랑이 같은 대장으로 바뀝니다"

"(여행을) 강릉을 가시더니 아주 소녀같이 좋아서 팔짝팔짝 뛰시다시피 하더라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 양반이 잘 어디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엄청나게 좋아하시고"

-김영곤/고 박옥선 씨 단짝친구-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했던 고 박옥선 간호장교는 훈장을 가슴에 품고, 지난해 별이 됐습니다.


신현재 간호장교: 6·25 전쟁 속 ' 간호 장교'에서 '보건 교사'까지


1950년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며 회사원의 삶을 꿈꾸던 평범한 소녀 신현재 씨.

6·25 전쟁이 시작돼 신 씨의 집은 안방과 부엌에 폭격을 맞았습니다.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신 씨는 나라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입대할 결심'이 섰습니다.

신문에서 봤던 '간호 장교'를 지원해 환자 후송 열차를 타고 군대로 향했습니다.


여성 군인이 없었던 시절, 치수가 큰 남자 군복을 입고 '간호 장교'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남자 군복 큰 걸 다 입게 됐잖아요. 큰 걸 다 줄여 입지도 못하고 고무줄로 해서 입었죠. 그때 우리 따로 만든 게 아니고 남자 군복을 입었으니까. 불편하고 뭐고 불편할 새도 없는 거죠. 그거라도 입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신현재 씨 인터뷰 中-

2년 동안의 교육을 받고 신 씨는 제주도, 포천, 강원도를 거치며 군인들을 치료했습니다.

'수술방 간호사'가 되어 점심도 거른채 7시간도 넘는 뇌수술을 하고, 사지가 모두 잘린 군인들도 도왔습니다.

"양쪽 팔 다 없는 사람, 뭐 기가 막혀서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사지가 다 없는 사람도 있다고. 사지가 그 사람은 퇴원해도 그냥 세상에서 못 살았을 거에요."

"그 사람들도 다 학교 다니다 나온 사람들이니까… 생각이 안 그래 전쟁이 없었으면 이런 일이 없어. 전쟁 때문에 이런 게 있으니까는 어떡하나. 언제 평화가 되나"

-신현재 씨 인터뷰 中-

1957년 전역한 신현재 씨는 '간호장교 신현재'에서 '보건교사 신현재'로 일했습니다.

신 씨가 간호할 사람은 이제 '군인'이 아닌 '학생'들이었지만, "누군가를 보살피고 간호하는 일은 똑같이 보람찼다"고 전했습니다.


일명 '나 때는 말이야'로 불리는 '군대 이야기'를 동기들과도 종종 했다는, 이젠 92살이 된 신현재 씨.

전쟁터에서의 기억을 함께 공유했던 동기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지만, 그 기억을 후손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 아이들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니까는, 그거를 엄마 아버지가 겪은 거 알아줬으면, 6·25를 기억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신현재 씨 인터뷰 中-

관련 기사: 어느 소녀의 ‘훈장’…6·25 참전 간호장교 이야기 [보훈기획]②

촬영기자: 허수곤, 강현경 / 자료 출처: KBS 스페셜 전쟁과 여성, 2017 / 장소 제공: 국군간호사관학교,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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