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북한 기업들이 지난달 26~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한 북한 상품 박람회 '조선상품축전'에 출품한 과자류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백운산종합식료공장 졸인젖 과자, 삼석과일종합가공공장 사과 병졸임, 봉선화표 가슴띠, 진주표 홍삼 물크림·미백 살결물….

지난달 26~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한 상품 박람회인 '조선상품축전'에 북한 당국이 내놓은 상품들이다. 북·러가 군사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협력을 예고하며 개최한 행사지만, 다소 조악한 수준의 제한된 생필품 위주의 품목은 장기 제재로 인해 붕괴된 북한의 제조업 역량과 경제난 실태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접경지역에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실태를 연구하는 강동완 동아대 교수를 통해 조선상품축전의 현장 사진을 다수 입수했다. 행사 현장에서는 방문객의 여권 등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며 한국인의 출입을 막았는데, 강 교수는 현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현장 사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난달 26~30일에 개최된 북한 상품 박람회 '조선상품축전'에서 북한 관계자가 그림, 공예품을 진열하는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해당 박람회는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해 양국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뒤 처음 열린 경제협력 행사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개막일인 지난달 26일 쵤영한 사진에는 주최 측인 북한과 러시아 관계자들이 다수 참가해 문전성시를 이룬 모습이 담겼으나, 지난달 28~29일에 촬영한 사진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북한은 이번 박람회에서 자국 기업 70여곳이 생산한 그림, 공예품, 의류, 식료품, 건강용품, 악기, 가발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실제 무역을 위해 제작한 상품이라기보다는 북한 내 유통을 염두에 둔 조잡한 생필품이 댜부분을 차지했다.

북한 기업들이 지난달 26~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한 북한 상품 박람회 '조선상품축전'에 출품한 여성속옷, 화장품, 치약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구제적으로 사진에는 졸인 젖(연유)·참깨·버터 과자와 각종 단묵(젤리) 같은 스낵류, 칼시움(칼슘) 과자·불로차·고려인삼 등 건강식품, 미백 세럼·홍삼 물크림을 비롯한 각종 화장품, 가슴띠·빤쯔 등 여성 속옷 등의 제품들이 보였다. "세계 유수 기업의 주요 제품을 수입해 사용해온 러시아 소비자들이 구매할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수준이었다"는 게 강동완 교수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북한이 국제 상품 박람회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내놓는 단골 상품인 그림·자개·공예품조차도 기존에 보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해당 작품 중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된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작품도 있었다.

북한 기업들이 지난달 26~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한 북한 상품 박람회 '조선상품축전'에 출품한 식료품, 건강식품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현장에는 로브(샤워가운), 타월, 치약과 같은 현지 숙박업소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나 북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경기에 출전할 때 착용하는 운동복을 제작하는 만경대체육복장제작소의 '단상'이란 브랜드의 의류들도 진열돼 있었다.

이와 별개로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사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본떠 만든 튜브 등 기괴한 'ICBM 굿즈'도 전시됐다.

당장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현지 무역업자들과 접촉에 주력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북한 관계자들이 각 부스에서 러시아어로 편집된 홍보 브로슈어와 명함을 나눠주면서 수출 루트를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 기업들이 지난달 26~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한 북한 상품 박람회 '조선상품축전'에 출품한 샤워가운과 타월, 운동복의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강동완 교수는 "박람회라고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궁색한 모습"이라며 "특히 각종 식료품이나 의류의 재질 및 제작 수준은 북한 경제의 열악한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8685 "우리집 반려견 등록은 필수…9월까지 자진 신고하세요" 랭크뉴스 2024.08.04
38684 "아빠, 나 메달 2개야"…펜싱 윤지수, 롯데 무쇠팔 윤학길의 딸 랭크뉴스 2024.08.04
38683 “욕설하며 흉기 협박” 군부대 조리원 괴롭힘…부실대응 논란 랭크뉴스 2024.08.04
38682 '한예종 전도연' 임지연, 술집 마담됐다…내연남 애인한텐 "언니!" 랭크뉴스 2024.08.04
38681 "티몬·위메프, 각자 살 길 찾는다"...구영배의 큐텐, 사실상 '해체' 랭크뉴스 2024.08.04
38680 짠물 휴가일수, 상사는 열일…당신의 휴가 괜찮아요?[일당백] 랭크뉴스 2024.08.04
38679 "너무 뚱뚱해" 6세 아들 러닝머신 강요해 숨지게 한 아버지 징역 25년 랭크뉴스 2024.08.04
38678 개원·취업 연수에 몰리는 사직 전공의…의협 주최 초음파 강좌 '북적' 랭크뉴스 2024.08.04
38677 티메프 여행·상품권 환불 보류… 법적 의무 주체 검토 랭크뉴스 2024.08.04
38676 '성별논란' 여자복서 칼리프, 66㎏급 4강 진출…동메달 확보(종합) 랭크뉴스 2024.08.04
38675 김두관 "더민주혁신회의 '하나회' 연상시켜‥'이재명의 민주당' 안 돼" 랭크뉴스 2024.08.04
38674 '성별 논란' 칼리프, 여자 복싱 66kg급 준결승 진출...동메달 확보 랭크뉴스 2024.08.04
38673 尹, 내일부터 여름휴가…정국구상 틈틈이 군부대·민생현장 방문 랭크뉴스 2024.08.04
38672 ‘총·활·검’ 세계 정상 대한민국, 금 9개로 반환점 돌았다 랭크뉴스 2024.08.04
38671 해리스 남편 “첫 결혼 때 불륜” 인정 랭크뉴스 2024.08.04
38670 성별검사 실패 알제리 복서, 올림픽 여자 복싱 동메달 확보 랭크뉴스 2024.08.04
38669 ‘노란봉투법’ 무제한토론 31시간여 만에 종결…내일 표결할 듯 랭크뉴스 2024.08.04
38668 "사브르에 유독 강한 이유는.." 사상 첫 은메달, 펜싱 여자 대표팀 인터뷰 랭크뉴스 2024.08.04
38667 한동훈 "내가 먼저 '尹 독대' 제안…자유롭게 대화하는 관계" 랭크뉴스 2024.08.04
38666 김정은, 러 수해복구 지원 의사에 “진실한 벗”... 한국엔 “변할 수 없는 적” 랭크뉴스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