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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식 한국임상우울증학회장
34년간 평생건강관리 클리닉 운영
주치의 없어 경미한 증상 자주 놓쳐
1차의료전문의 진료역량 강화 필요
정신질환 약물 치료 때 불이익 우려
병 감춘 채 진료받는 문제 사라져야
김영식 한국임상우울증학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잘못된 표현이에요. 감기는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잘 쉬면 대부분 저절로 낫지만 우울증은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좋아지지 않거든요.”

김영식 한국임상우울증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명예교수)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은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라며 “스트레스 없이도 생길 수 있는 뇌질환의 일종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아산병원이 개원한 1989년 31세의 가장 젊은 과장으로 임명돼 가정의학과를 개설했다. 지난해 정년퇴직할 때까지 34년간 평생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한가정의학회가 1995년 개원의들을 위해 ‘한국인의 평생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한 게 발단이었다. 개인의 일생 동안 건강 위험 요인과 행동 수정을 통해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초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캐나다 등에서 보편화된 주치의 제도와 유사한 개념이다. 그가 반평생을 바친 평생 건강 클리닉에 등록돼 있는 환자는 1000여 명이 넘는다.

지난해 3월 개원의가 된 김 회장이 가정의학과 의료진이 중심인 우울증학회를 창립한 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김 회장은 “우울증 진료 환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데 비해 질환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니 진료 문턱이 여전히 높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는 주치의가 없다 보니 경미한 우울증을 놓치기 쉬워 1차 의료 전문의들의 진료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우울증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 영역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정신병적 우울증 환자를 진료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1차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에 대한 선별검사를 시행하면 초기 환자를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할 수 있다.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학회가 3월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우울증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64명 중 21%는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문항으로 구성된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우울감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비율은 64.9%에 달했다. 김 회장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연령층이 젊고 증상이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설문에 답했을 가능성을 고려해도 현재 우리 사회의 우울증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실제 진단을 받은 비율은 6%에 그칠 정도로 의사들 역시 우울증 진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거나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한국임상우울증학회장이 병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원장님’이 된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속쓰림부터 불면, 허리 통증, 감기 기운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첫 진료 때 간단한 양식의 문진표를 작성하게 해보면 우울증 환자가 적지 않다. 상당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처방하는 대신 심리 상담 등 비약물 요법만으로도 호전된다.

김 회장은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는 등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정신 질환 관련 약물을 처방 받을 때 ‘F코드’ 기록이 남으면 보험 가입이나 취업 등에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우울증 환자들이 질환을 감춘 채 진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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