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해안도시 포츠머스의 고등학교 ‘시티 오브 포츠머스 칼리지’에서 9년 동한 홀로 사육된 ‘수컷’ 뱀이 새끼 14마리를 낳았다. 알고보니 이 뱀은 암컷이었고, 단성생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제공

9년 동안 홀로 사육된 뱀이 최근 새끼 14마리를 낳았다. 그동안 수컷으로 여겨졌던 이 뱀은 알고 보니 암컷이었다.

영국 남부 해안도시 포츠머스의 고등학교 ‘시티 오브 포츠머스 칼리지’는 24일(현지시각) 학교에서 사육 중인 무지개보아뱀 ‘호날두’가 새끼 14마리를 낳았다고 누리집에 밝혔다.

학교 쪽 설명을 들어보면, 호날두는 몸길이 1.8m의 13살짜리 뱀으로 지난 9년 동안 다른 뱀과의 접촉이 없었다. 9년 전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RSPCA)가 구조해 보호하고 있던 호날두는 2년 전부터 이 학교에서 지내왔다. 구조 당시 수의사는 호날두를 수컷으로 판별한 바 있다. 뱀, 악어, 바다거북 등 몇몇 파충류들은 알이 부화할 때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종으로 어린 시절에는 성별 구분이 어려운 편이다.

학교 동물사육 담당자인 어맨다 맥레오드는 “학생 한 명이 사육장 정기 점검 중 호날두가 새끼를 낳은 걸 발견했다. 처음엔 학생이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새끼가 태어난 걸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그동안 호날두의 자문을 맡아왔던 파충류 전문가 피트 퀸랜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퀸랜은 “50년간 뱀을 사육해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새끼들은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지만, 사실상 어미 뱀의 복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퀸랜은 “학생들이 아기 뱀의 발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수컷으로 여겨졌던 무지개보아뱀 ‘호날두’가 낳은 14마리의 새끼 뱀들. 학교 제공

학교는 보도자료에서 호날두의 알 낳기를 ‘기적의 탄생’이라고 설명했지만, 과학적으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퀸랜은 호날두가 수정 과정 없이 배아가 발달하는 무성생식의 한 종류인 ‘단성생식’을 통해 새끼를 낳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단성생식은 번식을 위해 수컷의 정자가 필요한 암컷이 짝짓기 없이 자신의 세포를 융합해 배아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그저 희귀한 일로만 여겨졌지만, 디엔에이(DNA)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도마뱀, 뱀, 상어, 가오리 등이 단성생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는 않았다.

과학자들은 사육 상태로 인해 짝짓기가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혹은 특정 스트레스 상황일 때 단성생식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지개보아뱀의 단성생식이 확인된 것은 호날두가 세 번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

김지숙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