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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재범율 증가하지만 구속영장 발부율 낮아
“피해자 ‘위해 우려’ 구속 사유로 기능하게 해야”
2022년 9월18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18일, 스토킹하던 전 남자친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들은 여성이 보복 두려움에 떨다 투신해 전치 14주의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해자는 이별을 통보한 피해자에게 수십차례 전화·문자로 연락하고, 피해자의 카페에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성폭행까지 한 혐의를 받았지만, 지난 4월 법원은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가해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범죄 혐의에 다툼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를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게 해달라며 ‘잠정조치 4호’도 신청했으나 이 역시 불허됐다. 경찰의 보완 수사를 거쳐 가해자는 지난 24일 결국 구속됐다. 피해자가 투신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은 뒤였다.
스토킹이 보복·강력범죄로 비화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가 28일 입수한 ‘스토킹 처벌법 위반 사범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율’ 자료를 보면, 2022년 법원이 스토킹 가해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비율은 66.7%(전체 496건 가운데 331건)에 그쳤다. 한해 전(68건 중 58건 발부, 85.3%)보다 18.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2022년 발부된 전체 구속영장 발부율(81.2%)과 견줘도 낮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스토킹 가해자의 재범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스토킹 가해자의 재범율은 2021년 9.8%에서 2022년 12.8%로 늘어났다. 특히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도 잦아지고 있다. 한 예로, 2022년 광주에선 구속영장이 기각돼 유치장에서 석방된 스토킹 가해자가 이튿날 피해자를 찾아가 쇠망치와 유리병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내리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해자는 당시 이별을 통보한 피해자를 찾아와 쇠망치로 문을 부수거나 담장을 넘어 들어오기도 했으나, 영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거 확실 여부와 도주 우려, 증거 인멸 가능성만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현행 형사소송법(70조 1항)만으론, 스토킹을 비롯한 ‘친밀관계 내 폭력’ 피해자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형사소송법 70조2항에는 ‘1항의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피해자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라’는 규정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충적’ 규정일 뿐이다. 박남미 계명문화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현재 구속 판단 기준은 피고인 인권이 취약했던 과거에 만들어져 현재의 피해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피해자 위해 우려가 독자적 구속 사유로 기능할 수 있게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당장 형사소송법 개정이 어렵다면,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잠정조치’를 보다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잠정조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유치’(4호) 결정이 이뤄진 비율은 절반 수준(2023년 신청 1183건 중 601건)에 불과하다. 김은호 변호사(사단법인 선)는 “잠정조치 결정은 구속영장 발부와는 법적 의미가 다른데도, 법원이 구속에 준하는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가해자 구속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잠정조치가 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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