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5월까지 누적 세수, 전년보다 9조 덜 걷혀
재정 당국, 여권 ‘감세 드라이브’에 온도차
한겨레 자료 그래픽

“돈 써야 하는 곳은 많은데 돈을 더 벌어오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고령화, 저출생 등 정부 재정 수요가 늘어가는데도 누구도 증세를 이야기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한 핵심 관료는 이런 볼멘소리를 내놨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약화하는 와중에서도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나오는 각종 감세 요구가 과도하다는 이야기다. 정부 내에서도 감세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 셈이다.

실제 재정 여건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정부는 ‘세수결손 조기경보’를 공식 발령했다. 올해 5월까지 걷힌 국세가 연간 세입 계획의 41.1%에 그친 151조원으로 집계되면서 최대 20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결손은 지난해 말 예산안에 담긴 예측치에 견줘 실제 세수가 덜 들어왔다는 얘기다.

‘예측 실패’보다 눈길을 끄는 건 세수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재정당국의 예측 능력 문제이지만 후자는 세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5월까지의 누적 세수(총국세 기준)는 한해 전 같은 기간에 견줘 9조원 남짓 더 적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수가 감소하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는 주로 기업·개인 등 경제 주체의 ‘실질 세 부담’을 줄여주는 감세 정책이 영향을 끼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현 정부는 출범 첫 세법개정을 통해 최고세율을 포함해 법인세 과표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당시 법인세 감세를 포함한 세법개정에 따라 향후 5년간 64조4천억원(연평균 12조8천억원)의 세수가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세수 기반 침식이 계속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오는 7월 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여당에선 ‘감세 보따리’가 준비 중이다. 법인세부터 상속·증여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까지 감세 대상 목록에 올라가 있다. 모두 경제주체의 ‘실질 세 부담’(실효세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는 방안이다.

감세 드라이브를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재정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상속세 세율을 30% 수준까지 대폭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는 초고가 1주택과 가액 총합이 매우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당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반면 기재부는 이와는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로 감세에 접근하고 있다. 한 예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성태윤 실장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언급이 나온 직후 “구체적인 상속세 개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고세율, 공제, 최대주주 할증 등 상속세를 둘러싼 여러 과제의 시급성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재정당국이 상대적으로 감세 신중론을 펴는 배경엔 경고등이 켜진 세수 상황이 놓여 있다.

기재부 한 핵심 관계자는 “세수 등 전반적인 상황을 봐가며 조세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재정당국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세법개정안 최종안은 막판까지 가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7월 말 최종안 확정에 이르기까지 당정 간 또는 대통령실과 재정당국 간 이견 조율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올해는 세수결손을 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보수적으로 세수 전망을 하고 지출도 허리띠를 졸라맸는데도 세수결손이 난다면 재정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감세 위주의 정책을 편다면 양극화·저출생·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0419 출생률 제고를 위한 성욕과 교미의 정치경제학[에디터의창] 랭크뉴스 2024.06.06
40418 [단독]삼성전자 '미래먹거리' 위기..."연구개발 조직 주64시간 근무" 랭크뉴스 2024.06.06
40417 [단독] 보유세 부담 커진 고령층이 소비 줄인다? 오히려 늘렸다 랭크뉴스 2024.06.06
40416 “풀 듯한데 못 풀겠다”···난감한 모평에 8000명 몰린 입시설명회 랭크뉴스 2024.06.06
40415 동의도 확인도 없는 ‘밀양 성폭력 가해자 신상공개’…“정의구현 앞세워 이익 추구” 비판 랭크뉴스 2024.06.06
40414 국민의힘 "김정숙 타지마할 의혹 점입가경‥고소 빨리하시길" 랭크뉴스 2024.06.06
40413 이번엔 라이브로 모습 보인 김건희 여사···단계적 확대? 랭크뉴스 2024.06.06
40412 [속보] 서울대병원 "17일부터 필수의료 제외 전체 휴진" 랭크뉴스 2024.06.06
40411 [단독]삼성전자 "연구개발조직 주64시간 근무"...미래먹거리 위기감 랭크뉴스 2024.06.06
40410 [속보] 서울대병원 교수들 “전공의 사태 해결 안되면 17일부터 전체 휴진” 랭크뉴스 2024.06.06
40409 윤건영 "대한항공, 김정숙 기내식비 현 정부와 같다고 밝혀" 랭크뉴스 2024.06.06
40408 '이건희 신경영' 31주년·...“가보지 않은 길 가자” 외친 이재용 랭크뉴스 2024.06.06
40407 “동해 석유 15년 탐사했지만 장래성 없어”…작년 철수한 호주 기업 랭크뉴스 2024.06.06
40406 서울의대·서울대병원 17일부터 전체 휴진 결의… “정부 조치 때까지 지속” 랭크뉴스 2024.06.06
40405 "본 것 중 가장 끔찍"…해변 걷다 기절할 뻔한 '기괴한 생명체' 랭크뉴스 2024.06.06
40404 서울대병원 "전공의 사태 해결 안되면 17일부터 전체휴진" 랭크뉴스 2024.06.06
40403 한국, 마침내 일본 제쳤다...1인당 GNI 3만6194달러[숫자로 보는 경제] 랭크뉴스 2024.06.06
40402 [단독] 홍색 전기차 밀려온다… BYD 연내 국내 상륙 랭크뉴스 2024.06.06
40401 국토부, 준공 임박 아파트 특별점검서 하자 1천여건 적발 랭크뉴스 2024.06.06
40400 윤 대통령 만난 조국 “민심 받들라는 말에 대답 없었다” 랭크뉴스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