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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vs 트럼프' 토론의 후폭풍이 한창이던 미국 현지 시간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주제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공교롭게도 회의 소집을 요구한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와 북한에서 무기를 제공받고 있는 러시아가 '한국'을 사이에 놓고 싸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러시아는 회의 시작부터 북한과 무관한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를 초청한 게 월권이라며 이달 의장국 역할을 하는 한국을 비난했고, 미국은 이번 사안이 한반도는 물론 유럽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을 옹호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제재 위반을 왜 비난하지 않느냐"며 중국까지 비난 선상에 놨고, 러시아는 "북한과의 협력은 합법적이고 건설적인데다, 미국과 동맹국처럼 누구를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맞서며 토의는 진흙탕 싸움이 됐습니다.

버트 우드 미국 주유엔 차석대사가 현지 시간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등 48개국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규탄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깜짝 북한 방문에 이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북·러 조약이 체결되면서 세계는 러시아와 북한의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과 염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 수준의 관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수입한 대가로 북한에 어떤 지원을 제공할지도 관심입니다.

이런 북러 관계에 대한 견해와 전망을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1990년대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왔으며, 지난해까지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현재는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상임고문입니다. 약 한 시간의 인터뷰 내용 중 주요 부분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KBS와 인터뷰하는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 (사진=KBS)

▷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양국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 시드니 사일러 전 북한 담당관: (코로나 19로 오랫동안 나라를 봉쇄했던) 코로나 19 시기 이후의 북한, 그리고 아마도 그보다 더 중요할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북한 외교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초기 견해를 얻을 수 있는 회담이었습니다. 이러한 교류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말이죠.
▶ 푸틴의 러시아는 김정은이 수년 동안 바랐던, 세계가 북한의 핵 보유를 결국 인정하고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획득한 다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달하려 하는 목표에 대해 서명한 최초의 주요 국가입니다. 정상회담이 상징성을 보여준거죠. 국제 규범과 기준, 행동에 비춰보면 우리가 이른바 '불량 국가', 혹은 불법 무기 선적이나 불법 미사일 발사 등 금지된 행동을 하는 국가에 대해 얘기할 때 러시아와 북한은 둘 다 그 목록의 맨 위에 있습니다. 최근의 정상회담은 이런 나라들이 존재하고, 지속적으로 위험하며, 이들이 국제 체제를 무시한다는 걸 생생하게 상기시켜 줬습니다. 특히 한국을 위협하는 또 다른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급 관계'로 격상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동맹에 준한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전쟁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도울 것인가' 생각해보면, 저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냉전 시대를 돌이켜보면, 당시 소련은 분명히 북한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의 전쟁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뭐가 달라졌을까요? 최근 맺어진 북·러 합의는 허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보유한 수단으로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한다'는 한 단락조차도 자위권, 집단 방위 요건, 북한과 러시아의 법률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지금 한반도에서 생길 수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의 고의적 도발에서 비롯된 거고, 언젠가는 일부 영토를 점령한다든가 한미 동맹을 깨뜨리려는 등으로 잠재적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에선 북한이 '침략자'인 것이죠. 이럴 때 북한의 지원군으로 달려가게 되는 시나리오를 러시아는 원치 않을 겁니다. 그런 재래식 또는 핵 공격은 필연적으로 한미 동맹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맞닥뜨리게 될 거니까요.

지난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 환영식 (사진=조선중앙통신)

▷ 러시아가 북한에 핵 기술을 이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큽니다. 러시아가 그 정도의 대북 군사 지원을 실제 감행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넓게 생각할 때 핵과 핵무기, 탄두와 관련된 것들이나 잠재적인 다른 유형의 지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는데, 일부 학계에선 러시아가 우라늄을 과잉보유하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더군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걱정해온 고전적인 것들이고, 일부는 실패하면서 러시아의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들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정말 걱정되는 건 지난 30년간 정말 낡은 상태였던 북한군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는 겁니다. 북한군은 수가 백만에 달하는데도 오랫동안 '질보다 양'인 군대였죠. 훈련과 자금, 자원이 모두 부족했고, 냉전 이후 소련과 중국이라는 우방이 사라지며 재래식 군대 유지를 위한 원조도 끊겼습니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 북한군이 어떤 능력을 보유하게 되고 어떤 현대화를 거쳐낼 지도 관심입니다. 핵 추진 잠수함이나 더 나은 전투기, 항공기를 갖추고 대공 능력을 발전시킬 건가, 이런 모든 게 의문이에요. 군대의 발전만큼이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방위 및 군수산업 발전이죠. 현재 러시아를 위한 군수품이나 무기 생산이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북한을 돕는 겁니다. 북한이 잠재적으로 다양한 재래식 시스템 전반에 걸쳐 간부 기술자, 엔지니어를 훈련 시키고, 장비를 최신화하고, 더 나은 장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이런 게 장기적으로 북한에 더 위험한 재래식 전력을 제공하게 될 겁니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핵미사일에 관심이 많겠죠. 하지만 북한 핵 군사력의 진정한 위협은 대량살상무기 영역에서의 진전과 실현 가능한 재래식 능력을 개발해 김정은이 앞으로 강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힐 때 발생합니다.

▷ 북·러 정상회담 이후 나온 중국의 반응이 애매했습니다. 환영은 내놨지만, 속내가 복잡해 보이는데요.
▶ 중국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외교 분야가 통제가 안 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정보에 대해 항상 긴장합니다. 지금의 북러 양자 문제는 중국이 언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생명줄을 얻고 핵 무력이 가능해진 북한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한 일을 보고 다른 유형의 행동이 허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봤죠. 그리고 지금 대담해졌고, 권한을 부여받았고, 힘을 얻었습니다. 큰 기대는 못 하겠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막는데 협조하고,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러시아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해요.

북한이 지난 26일 진행한 다탄두 미사일 실험. 북한은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와 유도조종시험이 성공적이었다”고 밝혔지만, 우리 군은 이를 실패로 판단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지난해 말 KBS와 인터뷰한 전직 러시아 외교관은 북러 관계가 오래 지속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었습니다. '힘없는 불량국가' 북한과 관계를 맺는 정책이 러시아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할 거라는 견해였는데요. 북한과 러시아의 강화된 관계는 오래 지속 될 수 있을까요?
▶ 사람들은 조약이라는 게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조약은 그저 종잇조각일 뿐입니다. 그리고 북러 조약을 다시 보면 어느 쪽도 뭔가를 확실히 약속하지 않았어요. 이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긴밀한 관계로 오랫동안 발전해온 한미동맹과는 달라요. 그저 기회주의적 선택이었던 거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수품이 필요하다는 게 양국 관계 강화를 이끈 가장 중요한 이유였고, 장기화될 미국과의 대치, 나아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잠재적인 대체 전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고려됐습니다.
▶ 하지만 중요한 건 2년 전만 해도 러시아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거예요. 북러 정상회담 전의 일이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하고서도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를 푸틴 취임식에 보내 (한러 관계의) 문을 열어둔 건 실용적 접근이었다고 봅니다. 상대국들에 한러 관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푸틴의 정책에 가역성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북한의 대러시아 지원을 저지할 외교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러시아가 이번 북러 조약으로 얻을 것보다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알게 될 거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거래는 시작됐다…푸틴의 목표는 ‘커다란 북한’? [특파원 리포트]

현지 시간 2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1차 미 대선 후보 TV 토론. (사진=CNN, 연합뉴스)

▷ 미국 대선이 한창입니다. 다음 대통령 임기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에게 '2기'가 되는데요. 다음 대통령의 대북 접근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 김정은은 세 가지 조건, 즉 (한국이) 미국과 대화를 중단하고, 핵 문제를 테이블 위로, 제재를 무시하지 않는 한 외교를 진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할 거로 생각합니다. 푸틴은 이에 동의했죠. 저는 바이든과 트럼프 양쪽 모두 그런 서명을 하진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미국은 그간 점진적인 접근, 보고방식, 단계적 접근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그런 방식의 외교에 김정은은 관심이 없어요. 김정은의 관심사는 진보 정부가 들어와서 '세 가지 조건 모두를 양보할게요' 라고 말해주는 건데 그건 너무 위험하고 실익이 없는 거잖아요. 결국, 북한이 가장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항상 중국이 될 거예요. 중국은 항상 더 많은 걸 줄 의향이 있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 왔으니까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을 얻고 있고,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된다면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에 손을 내밀 이유가 없습니다.
▶ 트럼프의 경우, (2019년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많은 걸 배웠어요. 그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진전시키는데 융통성도, 관심도 없다는 걸 지켜봤죠.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예의를 지켰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김정은과 개인적인 관계의 회복을 위해 손을 내밀 거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나 대북 정책 일부는 하노이에서 일어난 일과 맞지도 않아요.
▶ 바이든 팀은 북한에 대해 확고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30년 동안 당근과 채찍, 압박과 관여, 외교 문 열기 등의 미국의 대북 정책을 모두 검토한 결과 나온 정책입니다. 바이든 팀은 항상 다음 정상회담을 위해 준비돼 있다고 생각해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미국 지도자 가운데 '대화에 관심 없다'고 말한 사람은 없거든요. 하지만 북한 김정은이 추구하는 건 핵무기 발사가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 돌파구에 의존하지 않는 생존 전략을 구축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 어떤 종류의 대화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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