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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기준 제시하지 않고 추가배송 신청받아
쿠팡 “대리점에 기준 고지…이의 제기하라”
쿠팡이 명절 연휴 추가 배송을 할 기사들의 신청을 받는 앱 화면. 지급 단가만 있을 뿐, 지급 기준에 대한 공지는 전혀 없다. 제보자 제공

“벼룩의 간을 내먹지…. 명절에는 돈 더 준다고 해서 옆 라우트(배송구역) 물량까지 배송했는데, 땡전 한 푼 안 주네요. 쿠팡의 ‘휴일 없는 배송’은 결국 퀵플렉서(배송기사) 고혈을 짠 결과 아닌가요?”(쿠팡 배송기사)

쿠팡이 명절 연휴 기간 배송기사가 휴무인 구간의 물량을 추가 배송하는 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며 신청을 받은 뒤 실제로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송기사들은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정산 때 말을 바꾸는 쿠팡의 행태는 기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30일 쿠팡씨엘에스 배송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다른 택배사와는 달리 추석·설 명절 연휴에도 배송을 멈추지 않기 위해 ‘추가 물량을 배송하는 기사들에게 2~3배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며 사전 신청을 받는다. 명절 연휴로 배송기사가 빠진 구역의 물건을 배송하면 명절 전날과 명절 다음날은 평소 단가의 약 2배, 명절 당일은 약 3배를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 단가가 700원인 한 배송구역의 경우, 명절 전날·익일엔 1400원, 명절 당일엔 3천원 이상을 준다는 것이다.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명절 추가 배송을 했던 배송기사 중 상당수가 한 달 뒤 정산 때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남지역 배송기사 ㄱ씨는 “지난 설 연휴 내 배송구역과 함께 추가로 100건 정도를 추가 배정받아 배송했는데, 나중에 입금된 수수료를 보니 추가 프로모션 비용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대리점에 따지자 그제야 ‘쿠팡이 자기 구역 배송 물량의 평균치를 넘는 분량에 대해서만 프로모션 금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즉, ㄱ씨 담당구역의 평균 물량이 1일 300건인데 명절 연휴엔 200건 접수밖에 안 됐다면, 다른 구역 물량을 추가로 100건 배송해도 총 300건을 배송한 셈이므로 인센티브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배송기사당 적게는 십여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송기사들은 이런 지급 기준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명절 연휴엔 평소보다 물량이 최대 50% 이상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이지 않다고 항변한다.

쿠팡이 명절 전 추가배송을 할 기사들의 신청을 받으며 제시한 단가와 예상수익. 어디에도 구체적인 지급 기준에 대한 공지는 없다. 제보자 제공

또다른 경기지역 배송기사 ㄴ씨는 “명절 연휴 전후 각 일주일 동안은 물량이 터지지만, 정작 명절 연휴엔 다들 쉬는 탓에 배송물량이 현격히 준다. 특히 오피스 밀집 구역은 평소 대비 20~30%까지 감소한다”며 “이 사실을 뻔히 아는 배송기사들이 쿠팡의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사전에 알았다면 추가 배송에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쿠팡 쪽은 명절 연휴엔 평소보다 물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리점(영업점)을 통해 지급 기준을 사전에 알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쿠팡 관계자는 한겨레에 “프로모션 지급 기준 등은 수차례에 걸쳐 영업점에 명확하게 공지하고 있다”며 “택배 영업점이 프로모션 지급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받아들여지면 소급해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명절 전 추가배송을 할 기사들의 신청을 받으며 제시한 단가와 예상수익. 어디에도 구체적인 지급 기준에 대한 공지는 없다. 제보자 제공

쿠팡의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쿠팡은 명절 전 신청을 받을 때 배송기사 앱을 통해 배송 구역별 받을 수 있는 예상 프로모션 금액을 상세히 제시하며 신청을 독려하면서도 정작 지급 기준은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령 프로모션 지급 기준을 대리점에 설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요식 행위에 그쳤거나 충분하지 않았을 공산이 있다는 뜻이다.

쿠팡씨엘에스 노조 관계자는 “쿠팡의 프로모션 지급 기준 자체가 황당할뿐더러, 그 기준이 문제가 없다면 배송기사 앱에 떳떳하게 공지를 해 모두에게 알리면 될 일”이라며 “365일 배송이라는 쿠팡의 경쟁력은 사실 사기·기망행위를 통해 배송기사의 노동력을 착취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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