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사기획창 '포천 372고지 539명' 중에서]

대한민국의 장교로서 국방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도들의 꿈은 좌절됐습니다.

소위로 임관하기도 전에 생도 1기는 예순 다섯 명, 생도 2기는 여든 여섯 명 등 백 쉰 한 명이 전사했습니다.

생도들은 임관 후에도 1기 마흔 일곱 명, 2기 마흔 여덟 명 등 아흔 다섯 명이 더 산화했습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생도 1.2기 들은 전체 재학생 오백 아흔 다섯 명 가운데 이백 마흔 여섯 명, 다섯 명에 두 명꼴이었습니다.

<인터뷰> 심호섭 /육군 사관학교 교수
정말 전선이 위급해서 가용병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제대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소총수로 투입했던 거잖아요. 결국 생도들의 투입이 나중에 한국전쟁에서 초급장교의 부족 초급지휘관의 부족까지 고려를 해봤을 때 정말 결과론적으로 전략적으로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휴전 이후 국가는 이들을 잊어버렸습니다.

생도들의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서조차 이들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훗날 하나회로 몸집을 키운 육사 11기 극소수 정치군인들의 외면이 있었습니다.

생도 2기인 박경석 예비역 장군은 다른 동기생이 아버지의 후광으로 사관학교에 무시험 입교한 사례 덕분에 최연소 생도라는 기록을 얻었습니다.

<인터뷰> 박경석 /예비역 준장 (생도2기)
박경석이라는 놈은 아니 학과 시험 예비 시험 다 합격했는데 나이가 어리다고 떨어졌는데 이거 안 되는 거 아니냐.
그냥 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들어가게 됐어요. 17살에 역사상 최초의 4년제 정규 과정 들어갔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6.25 전쟁으로 17살로 최연소 소위가 됐고 대한민국 최연소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로도 올라 있습니다.

생도 2기로서 최연소 기록의 군인, 그러나 그는 육사인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박경석/예비역 준장 (생도2기)
육사 생도 2기를 제쳐 놓고 4년제 모집한다고 해서 모집한 클래스가 전두환의 육사 11기 그 11기 12기 이어지는 바람에 육사 생도2기는 전사 군사 밀리터리 스토리에서 잊혀진 존재가 돼 버린 겁니다.

정부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경남 진해에 육군사관학교를 다시 열고 4년제 생도를 모집했습니다.

과거 두 차례 모집 공고는 1기 2기 등 기수가 명확했지만 이번에는 기수를 표시하지 않고 사관 생도 모집이라고만 했습니다.

이들이 4학년이던 1955년 4월, 육군본부는 과거 군사 교육을 받고서 6.25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을 예우해 육사 1기부터 9기까지를 부여합니다.

이때 생도 1기는 10기라는 정식 기수를 받았지만 생도 2기는 제외됐습니다.

1966년 전두환 당시 소령을 비롯한 하나회 핵심자들은 육군본부 인사관리처장을 맡고 있던 유학성 준장에게 자신들이 육사 11기임을 재확인하며 생도 2기의 기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인터뷰> 박경석 /예비역 준장(생도 2기)
(육사) 기수 조정에 들어갈 때 (육본 인사관리처장) 유학성 준장이 불러 온 사람은 두사람이에요. 전두환 소령, 박경석 중령입니다. 그 세 사람 모임에서 이제 운명이 결정되는 거예요. 자기가 4년제 테이프를 끊은 엘리트다
지금 생도 2기가 주장하는 이것은 우리가 모른다. 25일간 육사에 왔다가 가는 거 뿐인데 이게 어떻게 와서 위에 설 수가 있느냐. 이게 전두환 소령의 주장이죠. 유학성 준장이 그것을 인정을 했고 국가에서 인정을 했죠.

육군종합학교 출신이 된 생도 2기는 어느 순간부터 육사 11기들에게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박경석 /예비역 준장 (생도2기)
하여튼 생도 2기는 진급 때마다 완전히 벗겨가지고는 대령 진급할 때는 완전히 거꾸로 다 뒤집어졌지.

육사 11기가 육군사관학교 첫 정규 4년제 생도라는 이름값을 고집하는 바람에 생도 1,2기의 희생도 명예도 희미해졌습니다.

육사의 역사에는 생도2기에 대한 입교 사실을 비롯해 6.25 첫날 포천 전투에 투입했던 사실조차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생도 1기 남상선 졸업생이 1978년 불멸탑의 증언이라는 책을 내 산화한 동기들의 전공을 세세히 알렸지만 이 책도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장기호 /예비역 대령(생도 2기)
18살 19살 밖에 되지 않는, 육사에 들어간 지 25일 밖에 되지 않는 어린 사관생도들이 목숨을 읿어 내던져서 가면서 전쟁을 했는데도 나라가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70여 년 동안을 나라를 원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생도 2기생들이 명예를 찾기까지 46년이 걸렸습니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를 해체하고 생도 2기생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면서 마침내 1996년 5월 4일, 육사 개교 50주년을 맞아 생도 2기 전원이 육군사관학교 명예 졸업장을 받게 됩니다.

관련방송 : 2024년 6월 25일 (화)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SiteMap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6681 “명품백 종결 압박이 사인…김 국장 소신 접으며 괴로움 호소” 랭크뉴스 2024.08.09
36680 도쿄 근교 '규모 5.3' 지진…"자갈길 달리는 버스처럼 흔들려" 랭크뉴스 2024.08.09
36679 그들의 ‘국민 눈높이’ 랭크뉴스 2024.08.09
36678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주역, 김우진-임시현 9시 뉴스 출연 랭크뉴스 2024.08.09
36677 구영배, 티몬·위메프 합병 추진…회생 가능성은 불투명 랭크뉴스 2024.08.09
36676 30개월 아이 누르고 밀치고…4개월간 학대한 어린이집 교사 집유 랭크뉴스 2024.08.09
36675 [풀영상] “발이 끊임없이 나와요” 동점 또 동점 끝 ‘우세승’…서건우 준결승행 랭크뉴스 2024.08.09
36674 이란혁명수비대 "고폭탄두 순항미사일 등 무기 확보" 랭크뉴스 2024.08.09
36673 3세 아이 몸으로 누르고 밀치고…학대한 어린이집 교사 ‘감옥행’ 면했다 랭크뉴스 2024.08.09
36672 [올림픽] 태권도 서건우, 4강 안착…남자 80㎏급 첫 메달까지 '1승'(종합) 랭크뉴스 2024.08.09
36671 첫 무대서 메달 수확에 신기록까지…올림픽 새내기들의 활약 랭크뉴스 2024.08.09
36670 "하다하다 이젠 '이곳'까지 찾아냅니다"…경찰들 '의문의 보물찾기' 뭐길래? 랭크뉴스 2024.08.09
36669 ‘보수 유튜버’ 김문수 매출이 5억···야 “막말 아이콘, 철저 검증 받아야” 랭크뉴스 2024.08.09
36668 아이들 물놀이장에 소화용수 쓴 아파트…“최대 50만원 과태료” 랭크뉴스 2024.08.09
36667 태권도 서건우, 4강 진출…세 번째 금메달 노린다 랭크뉴스 2024.08.09
36666 ‘머리 누르고 발로 차고’…어린이집 선생님의 두 얼굴 랭크뉴스 2024.08.09
36665 스프링클러 미작동 원인은? “정지 버튼 눌렀다” 랭크뉴스 2024.08.09
36664 ‘김건희 오빠’ 재판서 검찰 추궁에…변호인 “법·관행 허용 범위” 랭크뉴스 2024.08.09
36663 센강 나온뒤 다들 토하는데…“물맛 좋았다”는 이 선수 정체보니 ‘아하’ 랭크뉴스 2024.08.09
36662 金까지 두 걸음…'초신성' 서건우, 태권도 男 80㎏급 준결승 진출 [올림픽] 랭크뉴스 2024.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