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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처 양영모 선임 동행 인터뷰
트랜스포머 같은 다목적 차량 몰며 더위 식혀
타는 듯한 도시의 더위를 식히는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처 환경팀의 양영모(46) 선임.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처에서 그를 만났다. 낮 기온이 30℃를 한참이나 웃돌던 날이었다.

여름철 그의 주 임무는 열을 뿜어내는 도로를 식히는 일이다. 여름철 맑은 날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 온도는 60℃에 이른다. 시설공단 도로환경처에서는 양 선임을 비롯해 60여명의 운전직 직원들이 도로를 식히고 있다. 무기는 대형 다목적 차량과 물청소 전용차다. 다목적 차량은 여름에는 물청소차로, 겨울에는 제설차로 활용할 수 있다.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물의 양은 11t. 이들이 한 번 지나고 나면 노면 온도는 7℃~11℃가량이 내린다.
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처 환경팀의 양영모 선임. 한 번에 11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다목적 차로 도로의 열기를 식히는게 그의 업무다. 다목적 차는 겨울에는 제설차로도 쓰인다. 차량 전면에는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이수기 기자
이들의 전장(戰場)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내부순환로처럼 서울의 동맥 역할을 하는 자동차 전용도로 154㎞ 구간이다. 양 선임은 이중 올림픽대로 행주대교~청담대교 구간을 맡았다. 원래 버스기사로 일하던 그였지만, 지난 2018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다목적차는 웬만한 성인은 오르기도 힘들 정도의 높이였다. 차 안의 제어장치로 분사하는 물의 양과 강도를 조절한다. 임무는 다양하다. 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도로 인근의 먼지 등도 치운다. 양 선임을 비롯해 60여명의 직원은 총 12개 반으로 나뉘어 밤낮없이 일한다. 원칙적으로 폭염특보(주의보ㆍ경보)가 발효된 날 물청소에 나서지만,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거의 매일 작업한다고 했다.



차량 많을 땐 수압 낮추는 등 노하우
업무는 주어진 구간을 오가며 도로 바깥쪽 차선에 물을 뿌려 열을 낮추는 동시에 이물질을 제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노하우도 있다. 분기점이나 램프(Ramp) 구간처럼 다른 차들이 진·출입하는 구간에서는 물의 수압을 낮춘다. 도로 정체 구간이나 도로 아래 한강공원 등에 자전거도로가 있는 구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형 화물차가 오가는 자주 구간은 도로 위 이물질을 꼼꼼히 물로 밀어내야 한다. 노면에 흘린 잔돌 등이 다른 차에 튈 수 있어서다.

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처 환경팀의 양영모 선임. 차량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다목적 제어장치(흰색 박스)로 도로에 분사하는 물의 양과 수압을 조정한다. 차량 정체 구간 등에서는 도로를 적시는 정도로 약하게, 오염 물질이 많고 무더운 구간에서는 강하게 분사하는 게 노하우다. 이수기 기자

한강다리 등 교량을 지켜내는 역할도 한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날에는 교량 시설물(신축이음) 구간으로 출동해 이곳을 식힌다. 계속되는 고열로 다리 곳곳의 금속 이음매 등이 휘거나 늘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참고로 도로 청소는 상수도 등 깨끗한 물로만 한다. 한해 물 사용량은 9781t(2022년 기준)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5월 말 현재 1971t의 물을 도로 청소에 썼다. 수도요금도 낸다. 정세혁 도로환경처 환경팀 차장은 "도로 물청소에는 상수도와 옥외 소화전의 맑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4100여만원을 물값으로 지출했다"고 소개했다.



'물 튄다' 민원·접촉 사고 등 고충도
다들 반길 것 같지만, 의외로 민원도 많다. 대부분 ‘세차했는데 당신들 때문에 차가 더러워졌다’는 식이다. 접촉 사고도 종종 생긴다. 살수차 앞으로 급하게 끼어드는 차들이 많아서다. 작업을 위해 시속 30㎞ 이하로 주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차도 많다. 야간작업 중에는 차량 뒷면에 대낮처럼 밝게 경고등과 문구를 붙여놓아도 졸음 차량이나 음주 차량이 달려와 들이받는 일도 있다. 양 선임은 ”가급적 출ㆍ퇴근 시간처럼 차가 많을 때는 피해서 작업을 하는 데도 도로를 오가는 분들께 죄송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일부 운전자 "폰·지갑 찾아달라 요청"
재미난 일도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작업하지만, ‘스마트폰·지갑을 찾아 달라’는 요청이 종종 접수되곤 한다. 도로를 오가는 운전자 중 일부가 안전지대 등에서 잠시 멈춰 흡연을 하거나, 생리현상을 해결하다가 소지품을 흘리는 일이 잦아서다. 양 선임은 “우리 아니면 달리 찾아드릴 사람이 없어서 열심히 찾아드리고 있다”며 “재미난 보람”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의 다목적 차가 물을 분사하며 도로를 씻어내는 모습. 수압은 10단계로 조정할 수 있다. 이수기 기자

더위를 식히는 일이 주 임무이긴 하지만, 장마철에도 꾸준히 출동한다. 중랑천이나 한강 등의 범람으로 더러워진 도로를 빠르게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범람 후 도로에 쌓인 뻘이나 토사를 치우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침수된 도로에서 다른 누구보다 먼저 작업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실제 2년 전에는 동부간선도로 지하도 구간에서 작업 중이던 차량이 물에 잠긴 일도 있었다.

장마철이나 폭염기에는 근무가 들쭉날쭉해지기도 한다. 조별로 일하다 보니 부서 회식 등도 어렵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할수록 다른 분들의 운전이 더 편하고, 안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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