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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심 면개발팀 고재민, 스프개발팀 전여진 선임 연구원
농심 면개발팀 고재민, 스프개발팀 전여진 선임 연구원. 농심 제공

짜파게티는 1984년 3월 출시돼 지난해까지 91억봉지가 팔린 ‘국민 짜장라면’이다. 이런 스테디셀러의 신제품을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짜파게티의 명성을 유지하면서도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짜파게티 더블랙’ 개발은 농심 연구원들에게 참 부담스러운 과제였다. 이를 완수한 농심 면개발팀 고재민(39) 선임, 스프개발팀 전여진 선임(35)을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만났다.

이들이 6개월여간 머리를 싸맨 끝에 더블랙이 탄생했다. 진한 간짜장 풍미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채택해 건강함을 더했다. 지난 4월 출시된 더블랙은 8주 만에 누적 1000만봉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고 선임의 하루 일과는 시식 업무로 시작한다. “오전에만 보통 라면 3봉지 정도를 시식해요. 오전 시간대에는 다른 음식으로부터 미각이 오염되지 않아 맛의 차이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더블랙 출시까지 많게는 400봉 정도 먹은 것 같아요.”

더블랙의 핵심 키워드는 ‘간짜장’이다. 전 선임은 전국 유명 중식당 10여곳을 다니며 짜장소스의 비밀을 파헤쳤다. “서울·부산·목포 등으로 중식당을 찾아 다녔어요. 식당마다 인기가 많은 비결이 뭘까 고민했어요. 세대별로 선호 식당이 다른 것을 보고 타깃 소비자층을 명확히 해야겠다는 점을 배웠어요.”

매주 금요일 점심, 농심 구내식당에선 ‘라면데이’가 열린다. 출시를 앞두고 있던 더블랙은 당시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농심은 잘 조리된 생면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건면을 택했다. 건면 제조 설비로 구현할 수 있는 최대 중량을 구현했지만 건면 특성상 기존 제품보다 약 20% 양이 적다.(올리브 120g, 더블랙 95g) 면의 길이도 7㎝가량 짧다.(올리브 42㎝, 더블랙 35㎝) 고 선임은 이에 대해 “식감과 품질을 유지하려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건면으로 굵은 면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건면은 건조과정에서 면이 쪼그라들기 때문에 굵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건조 시간도 유탕면의 10배(20~30분)에 달해요.”

양은 줄었지만 칼슘을 더했다. 면을 기름이 튀기지 않은 덕에 칼로리도 올리브 짜파게티 대비 20% 낮아졌다. “건면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니즈도 커서 신제품이 계속 나올 겁니다”

라면은 냄새를 맡는 순간 침이 나온다. 전 선임에게 더블랙 스프 개발은 마치 향수를 개발하는 과정 같았다고 한다. “라면은 끓일 때 느끼는 첫 향기가 제품 이미지에 굉장히 중요해요. 간짜장 맛의 핵심인 ‘볶은 풍미’를 내기 위해 익힌 정도가 다른 양파를 두루 활용했습니다”
더블랙에는 별첨으로 올리브유가 아닌 짜장풍미유가 포함된다. “올리브유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고급스럽고 묵직한 맛을 내는 소고기와 양파로 향을 냈죠. 지방을 많이 넣을수록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기껏 면에서 지방을 뺐는데 스프에 넣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생각해 최소화했어요”

더블랙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그 이유로 ‘커진 건더기’를 꼽는다. “건더기를 기존 제품보다 크고 푸짐해 보이게 만들었어요. 식물성 단백이지만 실제 고기 같은 식감을 내기 위해 주름도 넣었습니다”

두 연구원에게는 신제품 연구·개발(R&D)도 중요하지만 기존 제품의 품질 유지·관리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면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의 상태, 수급 상황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전 선임은 똑같은 이름의 제품이지만 매년·매분기 재료 배합을 바꾸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들은 제품 맛이 항상 똑같다고 느끼지만 연구원들은 원료에 따른 맛 차이를 최소화하고 표준화하는 업무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전 선임에게 온국민의 한끼 식사, 라면을 만드는 일이란 무엇일까. “신제품을 내놓을 때는 재미와 슬픔이 공존해요. 내 자식 같은 마음이랄까. 사라지는 제품을 보면 상처를 받기도 해요. 더블랙은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6살 딸을 둔 고 선임은 요즘 아이가 더블랙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딸에게 아빠가 만든 라면을 먹인다는 게 정말 뿌듯해요. 라면처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요. 더블랙이 잘 팔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40년간 짜파게티의 명성을 쌓아온 선배들의 공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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