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TV토론 참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커지자 서방 동맹도 패닉에 빠졌다. 주요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CNN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암담한 모습은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외교관들은 트럼프 재선 시 외교정책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질문하며 충격과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 외교관 6명과의 인터뷰에서 압도적인 의견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토론을 지켜보기 힘들었고, 바이든에게 악몽의 밤이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권의 한 외교관은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라덱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엑스(X)에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위대한 황제였지만, 코모두스에게 바통을 넘겨 후계 구도를 망쳤다. 그 비참한 역할이 로마 쇠퇴를 시작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올렉시 곤차렌코 의원은 “바이든의 대통령직이 우크라이나에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어떤 의미일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전역에서는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뉴스가 대부분 1면 헤드라인으로 다뤄졌다고 한다. 실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조 바이든은 대체 후보에 양보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4년 더 맡기엔 너무 병약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지독한 운명을 피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가장 위대한 마지막 정치적 행동이 미국을 비상 상황에서 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에서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하는 임무를 완수하기에 너무 노쇠해 보였다”며 “물러서는 것이 품위 있고 정치가다운 행동이자 민주주의 보전이라는 그의 넓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번 토론에서 도출 가능한 결론은 단 하나,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재선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인구 3억5000만 명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내놓을 수 있는 후보가 그 두 명이라는 게 정말 두렵다”는 한 장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르몽드 역시 ‘늙고, 닳고, 결여된 바이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고, 사설을 통해 “토론은 바이든이 계속 후보로 남아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으며, 대답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다양한 국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은 개인적인 고려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폴란드 오네트(Onet)는 분석 기사에서 “관전하기 서글플 정도였다. 그 정도 아수라장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나아가 폴란드에 나쁜 소식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방송 SVT와 핀란드의 Yle도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이 재앙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로시야1은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넘어지지 않을 것을 축하하고, 그가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조롱했다. CNN은 “러시아 방송사의 바이든 패러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연내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한 것에 고무된 러시아 대통령의 기분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칼럼을 통해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고, 바이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논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