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상대방 몰래 녹음한 내용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모두 증거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몰래 녹음’의 경우 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법 조항까지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와 4조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불륜 사건, 아동학대 사건, 함정수사 사건 등에 제출된 ‘몰래 녹음’을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DALL-E3 제작

법원 “스파이앱으로 녹음한 남편·상간녀 대화, 증거 안돼”
‘스파이앱’을 다른 사람 휴대전화에 깔아두면 통화 기록, 문자 메시지뿐 아니라 통화 내용까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불륜이 의심되는 배우자 휴대전화에 스파이앱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A씨도 남편이던 B씨가 C씨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의심해 B씨 휴대전화에 스파이앱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B씨와 C씨의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 대법원은 “제3자인 A씨가 B씨와 C씨 사이의 대화를 녹음했으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와 4조를 적용한 것이다.

반면 제3자가 아닌 대화 당사자가 제출한 몰래 녹음은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D씨는 남편 E씨의 불륜을 의심해 남편 휴대전화에 자동 녹음 기능을 활성화했고, E씨가 모르는 사이 3년간의 통화 내용이 녹음됐다. 몰래 녹음은 E씨의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D씨는 전화 통화의 일방 당사자로서 E씨와 직접 대화하며 그의 발언을 직접 들었으므로 내용이 녹음됐다고 하더라도 E씨의 사생활 비밀, 통신의 비밀, 대화의 비밀 등이 침해됐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음성권 등 인격적 이익의 침해 정도도 비교적 경미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동학대 사건 ‘교사 발언 몰래 녹음’ 법원 판단 엇갈려
교사의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부모가 아이 옷이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을 몰래 녹음하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이런 몰래 녹음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 시간 중 한 발언도 ‘공개되지 않은 대화’여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라는 것이다. 부모는 제3자이기 때문에 타인인 교사의 말을 녹음한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다.

하지만 하급심에서는 다른 판단도 나오고 있다. 유명 웹툰작가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1심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9단독은 “자폐성 장애로 인지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피해자가 학대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던 점, 녹음 외에 피해자 법익을 방어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3자 녹음의 위법성이 없어진다”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법원 “경찰의 성매매 현장 몰래 녹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수사 기관이 범죄 현장을 몰래 녹음하기도 한다. 최근 대법원이 성매매 알선 과정을 몰래 녹음한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관이 손님으로 위장한 뒤 업주와 종업원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업주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지 몰래 녹음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방법, 범행이 행해지고 있거나 행해진 직후 등 요건이 갖춰진 경우 영장 없이 녹음이 이뤄졌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단은 수사 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344 '태권도장 5세 남아 심정지' 전말…거꾸로 매트 사이에 넣어 10분 넘게 '방치' 랭크뉴스 2024.07.13
42343 "사두기만 하면 돈 번다"...최고 ‘안전자산’은 수도권 아파트 랭크뉴스 2024.07.13
42342 나토 정상들 '바이든 말실수' 감싸도…유럽 언론 "그는 끝났다" 랭크뉴스 2024.07.13
42341 정부 엇박자에 고삐 풀린 주담대…가계빚 어떻게 잡을까 랭크뉴스 2024.07.13
42340 인천 교차로서 오토바이-화물차 충돌‥20대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 랭크뉴스 2024.07.13
42339 넷플릭스에 '포용 전략팀'이 있는 이유[김한솔의 경영전략] 랭크뉴스 2024.07.13
42338 취하지 않아도 괜찮아, 떠오르는 ‘논알코올’의 시대 랭크뉴스 2024.07.13
42337 가깝고도 먼 한·일… 군사훈련해도 동맹은 “…” 랭크뉴스 2024.07.13
42336 “연봉 5000만원 더”...‘역대급 제안’에 현대차 노조, 파업 無(종합) 랭크뉴스 2024.07.13
42335 [저출산을 읽는 새로운 시각] ③ “아이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다고 느끼는 직업·가족 문화에 대해 대화해야” 랭크뉴스 2024.07.13
42334 온라인게임서 반복 메시지 ‘스토킹죄’ 적용 벌금형 랭크뉴스 2024.07.13
42333 “밤낮없이 즐거워”…‘동양 속 작은 유럽’ 마카오로 가볼까 랭크뉴스 2024.07.13
42332 ‘킹메이커’ 김종인의 경고…“尹, 이준석처럼 한동훈 내쫓으면 與 존속 안돼” 랭크뉴스 2024.07.13
42331 [인터뷰] “차태현 고백 덕분에 정신과 문턱 낮아져…좋은 베르테르 효과” 랭크뉴스 2024.07.13
42330 ‘마처세대’ 베이비부머의 은퇴…연금 100만원 이상 10명 중 1명뿐 랭크뉴스 2024.07.13
42329 "여보세요?" "가해자 남편입니다"‥전화에 기겁한 동탄 청년 랭크뉴스 2024.07.13
42328 ‘N잡러’ 대한외국인 타일러 라쉬의 가방[왓츠인마이백⑭] 랭크뉴스 2024.07.13
42327 "패륜 정도가 극에 달해" 모친 살해하고 TV보고 잠든 아들... 2심서 징역 27년 랭크뉴스 2024.07.13
42326 휘발유 ℓ당 1700원 돌파…유류세 인하폭 하향에 고공행진 랭크뉴스 2024.07.13
42325 ‘장난치다가?’ 태권도장서 5살 남아 심정지…관장 긴급체포 랭크뉴스 2024.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