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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쓴 『밥을 지어요』가 지난 27일 난데없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도서 판매 플랫폼 교보문고에서 이틀 만에 494계단 수직 상승했고, 일부 출판사는 재고가 떨어져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튿날인 28일 역시 여전히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개표 결과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인천 계양구 선거 상황실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지역구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6년 전 출간된 이 책은 이 전 대표 관련 내용뿐 아니라 정치적 내용이 일절 담기지 않았다. 서점에서도 요리·살림 분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도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비결은 ‘팬덤’이다. 이 전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과 여러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 최근 “이 전 대표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잇따라 전했고,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 전 대표가 일주일에 3~4번 재판에 나가면서 변호사비가 만만치 않다”며 김씨의 책 구매를 독려하자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통상 책 가격의 10%로 알려진 책 인세가 쌓이면 재판 비용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였다.

지지층은 즉각 응답했다. “잼파파(이재명 별칭) ‘굿즈’ 인증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님 너무 불쌍하다. 책을 모두 갖고 있지만 이번에 10권 더 구매했다”며 구매 인증 운동을 벌였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직에 도전했던 개그맨 서승만씨도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김혜경씨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님 만나서 반가웠다. 여러분도 책 많이 봐 달라”고 적었다.

김혜경씨의 책을 소개하는 개그맨 서승만씨의 글. 페이스북 캡쳐

이런 현상은 팬덤이 두터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조 대표의 아내인 정경심 전 교수는 지난 13일에 자신의 저서 『희망은 한 마리 새』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약 400년 동안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시 61편을 실은 책이다. 정 전 교수는 책 공유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은 “멋진 시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라거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책 구매해서 잘 읽어보겠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딸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조씨의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에도 옥중 수기를 엮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발간했다. 책에는 구치소 생활 관련 내용과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담겼다.

과거 차 전 감독의 배우자 오은미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경심 교수의 책 사진을 올린 게시물. 사진 인터넷 캡처

이 당시에도 조 대표 지지자들은 “아름다운 책. 내가 좋아하는 분들께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라거나 “진짜 범죄자들이 처벌 받는 날이 올 겁니다” 등의 댓글과 함께 책 구매 인증 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정 전 교수의 책은 지난해 11월 27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차범근 전 축구 감독의 배우자인 오은미씨도 과거 페이스북에 정 전 교수의 책 3권이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진을 공유하며 “선생님, 힘냅시다!”라고 응원했었다.

지지자들이 유력 정치인 본인을 넘어 배우자의 책까지 ‘굿즈’처럼 모으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만의 기묘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와 팬덤이 결합하며 생긴 특이한 현상으로, 어떠한 목적을 향한 지지자들의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며 “팬덤이 특정 한 사람만을 종교처럼 받들거나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마뜩찮아 하는 분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김혜경 씨의 책 구매 열풍 소식을 전하면서 “이 대표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온 것처럼 소금 하나만으로 식사를 잘하신다. 무슨 요리까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그리고 ‘밥을 지어요’라는 책 제목도 틀렸다. 그동안 법카 사용 의혹대로라면 ‘밥을 시켜요’가 맞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지자가 ‘딸’을 자처하고, 대표를 ‘아버지’라고 칭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표의 부인까지 추종하고 있다. 이 정도면 글자 그대로 ‘어버이 수령체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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