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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조합원 등이 지난 4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얼굴 윤곽만 담을 영정을 들고 행진하며 사망 공무원들을 추모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반직 공무원은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진 인원만 8명이다. 과도한 업무 부담과 직장 내 괴롭힘, 악성민원 등 다양한 이유로 사망했다. 특히 임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이들도 많았다. ‘철밥통’이라 불리던 공무원 사회는 어쩌다 젊은 공무원의 무덤이 됐을까. 숨진 청년 공무원 두 명의 이야기를 깊이 들여다봤다. 20~30대 공무원들이 이야기하는 공무원 생활의 어려움도 들었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경향신문이 지난 16일부터 보도한 ‘어느 젊은 공무원의 죽음’ 기사를 읽은 현직 공무원들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들의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공감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 등지에서 근무하는 20~30대 공무원 5명에게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하는 곳은 달랐지만 저마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들은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족감보다는 위기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도 했다.

올해 11년 차 사회복지직 공무원인 30대 A씨는 공직이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감옥”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무원이 되려 준비한 오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공직 입문 뒤 사회에서 써먹을 수 없는 ‘물경력’만 쌓였다는 자괴감이 젊은 공무원들을 짓눌렀다.

악성민원에 노출된 젊은 공무원들

여러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악성민원이다. 경향신문이 만난 공직사회 최말단 공무원들도 악성민원에 노출됐다. 이들은 조직이 지키지 못한다고 여겼다. 현장의 막내급 공무원들은 악성민원인으로부터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는데도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30대 공무원 B씨는 흉기를 들고 온 민원인을 응대한 적이 있다. 그는 “흉기를 손에 쥐고 휘적휘적 흔드는 분이 있었는데, 당장 위협적인 행동을 하진 않아서인지 주변의 어느 누구도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며 “짐짓 아무 일 없다는 듯 최대한 침착하게 응대해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3년 차 공무원 C씨는 “민원인이 욕을 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해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쳐다보기만 할 뿐 개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매뉴얼은 민원팀장급이 나가 상황을 듣고 제지하거나 경찰을 부르거나 조치하게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잘 달래서 보내는 게 낫지 경찰·소방을 부르는 건 민원인을 자극할 수 있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량에 치이고 악성민원에 노출되 젊은 공무원들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을 하면서도 노동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30대 공무원 D씨는 “두 명이 해야 할 업무를 혼자서 해야 할 때가 많다. 업무를 잘 모르는데 혼자 해야 하니 버겁다”며 “이 일이 진짜 기관과 업무 목적에 맞느냐 하는 의구심이 크다”고 했다. 공익적 사명을 갖고 택한 직업인데, 업무량에 치여 쳐내듯이 일을 하다 보면 공익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뜻의 말이다.

연차 늘려봐야…“현장서는 쓰지도 못해요”

정부는 최근 고조되는 공직사회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고 저연차 공무원의 휴가 일수를 최대 3일 추가로 늘리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했다. 부산에서 일하는 30대 공무원 E씨는 “연가를 쓰려면 업무 대행자가 있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내 업무를 대신 맡아줄 사람이 없다”며 “연차를 자유롭게 쓰라고 하지만 평소에 너무 바쁘고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가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당장 옆 사람이 육아 휴무나 연차를 쓰면 내가 타격을 입고, 결재권자도 욕을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이 세상을 등진 동료 공무원의 사연을 전해 들으며 ‘남 일 같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다. E씨는 “사회적으로 9급 공무원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초임 시절부터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니 스스로 너무 무능한 사람이라 느꼈다”며 “우울증약을 먹으면서 어떻게 굴러갔는지 모르게 버텼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해치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D씨는 최근 연이어 벌어진 공직사회 자살 사고에 대해 “동병상련을 느낀다”며 “업무에서 오는 책임감과 중압감이 임용되기 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너무 막중하다”고 말했다. A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러 이유에 모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은 고된데 성과는 불분명하다”며 “공직이 세계의 전부인 공무원은 일을 계속 쳐내듯 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둘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때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악성민원과 과도한 업무량, 막중한 부담감 때문에 젊은 공직자들의 초심은 갈길을 잃은듯했다. 초심을 더 흔들어 놓는 것은 열악한 처우였다. B씨는 “‘공무원끼리 결혼해 애 둘 낳으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며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무직’으로 일하면 업무 부담도 적고 돈도 더 벌어 제 삶을 사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을 젊은 공무원들이 많이 한다”고 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자료를 보면, 2013년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120만3500원이었다. 당시 최저임금보다 18% 높았다. 최근엔 역전됐다. 2023년 9급 1호봉 월급은 177만800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2% 낮았다. 공무원은 야간·휴일 근무 시 수당을 더 쳐주는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

B씨는 지난 10년간의 공직 생활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차라리 젊은 직원들은 더 빨리 나가는 게 나은 것 같아요. 10년 동안 있었는데 나만 멍청했구나 싶어요. 그동안의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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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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