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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보다 삶 훨씬 나빠져" 무력감·소외감…지지 정당도 큰 격차


비오는 런던과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높은 월세와 생활비 등 경제 상황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고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젊을수록 투표를 안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2022년 기준으로 연령대별 유권자 등록률은 20∼24세 67%, 25∼34세 74%, 35∼44세 84%, 45∼54세 91%, 55∼64세 94%, 65세 이상 96%다.

실제 투표율은 더 낮다. 2019년 총선에서 18∼24세 54.5%, 25∼34세 54.4%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45∼54세 71%, 55∼64세 72.8%, 65세 이상 78.5%와 큰 차이가 났다.

많은 20∼30대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는 배경에는 정치가 자신의 삶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이나 경제적 불안감,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는 소외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인 토미 허드슨(31)은 생애 한 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

그는 BBC에 "정치라는 걸 전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라며 "정치인은 나 같은 세상 출신은 아니지 않나. 그들이 서민층이 어떻게 사는지 이해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한 25세 여성은 이번 총선에서 투표할 계획이 없다면서 모든 정당과 정치인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한 표는 쳐주지도 않고 나이 든 사람 생각만 중시하는 것 같다"라며 "선거엔 신경도 안 쓰는 나 같은 젊은이가 많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성인이 된 Z세대의 경우엔 물가 급등, 경기 침체, 치솟은 주거비용, NHS 위기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리버풀 병원의 식당에서 일하는 리엄 케호(26)는 보수당 14년 집권 동안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악화했다며 "30년 전엔 집도 살 수 있었고 삶이 좀 더 낫지 않았느냐"며 "이젠 아무것도 감당할 수가 없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 병원에서 침상 이동 일을 하는 오언 버로스(21)는 "브렉시트 상황과 함께 나라가 전반적으로 단단히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지지 정당도 현격히 차이가 나며 군소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비교적 높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18∼34세의 노동당 지지율은 51%로 보수당 13%와 4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 부모 세대(45∼64세)에서 20%포인트(노동당 39%, 보수당 19%) 차이가 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또 18∼34세는 녹색당 지지율이 10%로 어떤 세대보다 높다.

정치사회 연구기관 포칼데이터의 가이 미스캠벨 대표는 "고공행진 하는 월세, 등록금, 실질 임금 상승률이 낮은 노동시장에 직면한 젊은이라면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는 생각이 안 들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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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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