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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 마 압수수색’(14)]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하여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압수수색은 강제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 주거권,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합니다. 아무리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수사의 필요성이 크고 중대하다 할지라도, 그 필요성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이 함부로 침해되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래서 우리 헌법은 ‘영장’이라는 제동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영장’이 없으면 범죄자라 할지라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미리 받아 둔 영장에 의해 강제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을 ‘사전영장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긴급하게 현행범인을 체포해야 할 때 영장 없이 다른 사람의 집을 뒤질 수도 있고, 그 사람을 체포하는 자리에서 필요한 경우 그 현장을 뒤질 수도 있습니다.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사람을 잡았을 때는 그 자리에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하러 왔는데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면 어떠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수사기관은 강제로 문을 열 수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영장까지 받아 왔는데 만약 문을 열지 않는다면, 집 안에서 중요한 증거를 숨기거나 없애려고 한다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증거를 없애지 못하도록 수사기관은 비밀리에 수사하여 영장까지 발부받았는데, 압수수색을 코앞에 두고 집 안에서 증거가 사라져 가는 상황을 지켜볼 까요? 시급하게 문을 뜯거나 잠금장치를 뜯어내는 방법으로 집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즉 문을 닫고 꽁공 숨어봐야 큰 도움이 안됩니다.

형사소송법
제120조(집행과 필요한 처분)
①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을 따고 들어오려는 수사기관과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발이라도 들이밀으려고 하는 데 이를 막는다고 몸싸움을 하거나 승강이를 하면, 공무집행방해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즉 방어가 폭행이나 협박의 수준으로 까지 볼 수 있다면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①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세 번째, 증거인멸 의심을 받게 됩니다. 형사사건의 증거를 없애 버리거나 숨기는 행위, 다른 자료로 바꿔치기 하거나 내용을 조작하는 행위를 엄하게 처벌합니다. 특히 암수수색 과정에서의 증거인멸은 자칫 구속영장을 치게끔 상황을 악화시키곤 합니다.


다만 형법에서는 ‘타인의’ 형사사건, 즉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에 손을 대는 경우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는, ‘나의’ 형사사건이라면 그 증거를 없애더라도 증거인멸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사람이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범행을 은폐하려는 것까지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같이 살고 있는 가족이나 피를 나눈 친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을 하더라도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이 영장을 가지고 압수수색을 나왔다면, 문을 안 열어주는 등의 행위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문을 열어주고, 집에 아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조금 늦추는 방법이나, 영장을 꼼꼼하게 살펴보거나 변호인 참여를 요청하면서 상황을 확인하는 등의 대응에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자칫 구속영장 신청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 압수수색대응팀.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쫄지마, 압수수색(2024. 6. 좋은땅 출판사)을 통해 압수수색 당사자와 수사기관이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을, 실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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