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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창 '포천 372고지 539명' 중에서]

실탄은 개인당 쉰 여섯 발, 박격포탄은 50여 발로 전투를 치르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했지만 사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인터뷰> 박경석/예비역 준장 (생도 2기)
우리가 입교한 소위 엘리트다. 불타올랐지 욕망이. 푸른 꿈이. 그때니까 우리가 트럭 타고 가면 인민군 도망가는 거로 알고 뭐 사실 하나도 뭐 생도들이 겁을 먹거나 우리가 배운 것도 없는데 어떻게 싸우나, 이런 걱정 안 했어요.
우리가 가면 인민군 따위는 그냥 우리가 총 쏘면 도망갈 텐데 뭐. 이런 기백으로 배치가 된 거지.

<인터뷰> 장기호/ 예비역 대령 (생도 2기)
우리 생도 1기하고 생도 2기는 그 차량 위에서 군가를 부르면서 의기양양하게 사기가 충천해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갑니다.

육사에서 배치 명령이 떨어진 내촌삼거리까지는 약 23킬로미터.

오후 4시에 육사를 출발한 생도대는 저녁 8시가 돼서야 도착했습니다.

생도들은 372고지, 무동산 북측 지대에 진지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장기호/ 예비역 대령 (생도 2기)
올라가서 참호를 파죠. 부끄러운 말씀인데 생도 2기들은 25일 밖에 안돼서 호를 어떻게 파는 지도 몰라요.
그래서 생도 1기 분대장, 부분대장 한테 물어봐서 호를 파고서 그날 밤을 지냅니다.

26일 새벽에는 경찰대대가 내촌삼거리 동북쪽 330고지에 도착했습니다.
26일 오후 북한군은 경찰대대를 먼저 공격했습니다.

1인당 실탄 10발씩 갖고 있던 경찰대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10분만에 후퇴했습니다.

<인터뷰> 장기호/ 예비역 대령 (생도 2기)
저쪽에서는 그냥 막 기관총에다가 그냥 야포 그냥 막떨어지는 데 그게 그냥 전투경찰 고지가 다 뺏기더라고

적군은 이어서 생도대대를 공격했습니다.

야포도 탱크도 막아낼 무기가 없었던 생도들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신현수/ 예비역 중장(생도 1기)
부딪혀보니까 엄청 상대가 되지 않는다시피 우리는 오구잡상이 모여가지고 나갔고 그 사람들은 전쟁을 하자고 나온 사람들이고 하니까 뭐 어마어마하게 그런 차이가 나서 참패를 했어요, 초전에.

<인터뷰> 박경석/ 예비역 준장 (생도 2기)
그때는 비참하죠. 막 죽어 넘어지고 호우 속에 떨어지는 것처럼 팔다리가 막 날아가고 아주 비참한 광경이 눈에 띄니까 겁을 먹게 되죠. 아주 뭐 상상도 못할 그렇게 포탄이 그렇게 떨어져서 사람이 팔이 날아가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겠어요?

육사 수뇌부는 생도들에게 내촌에서 철수하고 학교로 집결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후퇴 과정은 혼란스러웠고, 교전 때보다 더 많은 전사자가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장기호 /예비역 대령 (생도 2기)
이게 대낮인데 가까이 온 다음에 철수하니, 철수 명령이 내리니, 이 등을 적에게 보이고서 그냥 철수를 하니 그거 뭐 조준 사격이지 뭐. 올라와서는 그냥 조준해서 그냥 빵빵. 이야~ 퍽, 퍽. 쓰러지는 거야.”

무전기 조차 없었으니 복귀 명령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생도들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신현수 /예비역 중장(생도 1기)
그냥 있는데로 긁어 모아서 그냥 내보내는 데만 머리를 썼지. 그 나중에 뒷감당을 하는 이런 세밀한 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참 어.. 그냥 전쟁에 그 쓰레기랄까? 그 모양으로 그냥 그대로 투입하면서 많은 손해를 봤고”
뭐,....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28일 아침 육사로 복귀한 생도대대는 태릉 일대에 저지선을 구축해 북한군에 맞섰지만 다시 후퇴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장기호 /예비역 대령(생도2기)
그 다음날 뉴스가 들리는데 서울이 함락됐다 그거야. 이야 그러니까 앞에도 적이요 뒤에도 적이잖아
막 기관총 소총 막 핑 ...나한테서 조금 멀리 날아가는 건 핑하고 소리가 나 그런데 내 옆으로 지나가는 건 딱, 핑소리가 아니야 그냥 아주 짧은 그냥 딱 그러는 거야 .

생도들은 일단 광나루에 집결해 다시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30일 수원으로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이동 하던 중 판교 금곡리에서 북한군과 다시 전투를 치릅니다.

<인터뷰> 장기호/예비역 대령 (생도 2기)
그 당시에 사관생도들은 명령에 의해 철수를 하지만 몇십키로 철수하는 게 아니야. 몇 킬로 철수하다가 좋은 지형 있으면 거기에서 다시 저지하는 거야. 저지 진지를 만들어서 거기서 하는 거라고

7월 2일 생도대대는 수원을 거쳐 대전으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받고 6일에서야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대전에 모인 인원은 1기 약 130 명, 2기는 약 150 명. 열흘 만에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생도들은 후퇴를 거듭했지만 적군에게 파죽지세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강복 /당시 마을 주민
그거 탱크가 하나 불타서 맨날 우리가 거기 지나다니면서 재수 없다고 침도 뱉다가 어느날 한번 올라가 보니까 완전히 뭐 소위 대포를 뭘 맞았는지 불이 타서 껍데기만 있더라고

생도들의 거센 저항은 북한군의 작전과 진격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터뷰> 심호섭/육군사관학교 교수
북한군이 여기를 빠르게 함락시키지 못함으로써 실제로 이후에 북한군이 47번 도로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혹여나 생도들의 어떤 그런 저항이 그들로 하여금 한국군이 여기를 제대로 방어하고 있겠구나 라는 어떤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되게 놀랐던 부분이 정말 어떻게 보면 한번 북한군에게 북한군의 존재가 너무 세다는 걸 느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희생을 당한걸 목격을 하면서도 다시 싸우려고 했다는 그 의지 자체가 너무나 좀 놀라웠습니다. 우리 한강 이남에서 만나자라고 명령이 내려와서 내려가려고 했는데 못 내려가는 사람들이 여기서 남아서 끝까지 또 항쟁을 하거든요. 그게 불암산 호랑이잖아요

서울 북쪽 불암산 정상에는 3개의 동굴이 있습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의 은거지였습니다.

1동굴 입구는 큰 바위 두 개 사이로 공간이 있어 엎드려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2동굴은 입구가 작지만 사람이 걸어 들어 갈 수 있으며 앞뒤로 트여 있습니다.

3동굴은 깎아진 절벽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으로 20 명이 먹고 잘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어 유격대가 숨어지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후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1기 생도 10 명, 2기 생도 3 명 등 생도 열 세 명은 7사단 소속 7 명의 군인과 함께 이 동굴을 근거지로 암호명 호랑이라는 유격대를 결성했습니다.

7월 11일 퇴계원의 북한군 보급 물자 창고를 습격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적들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입혔습니다.

공격 과정에서 유격대 전사자 수도 늘어갔습니다.

불암산 유격대는 9월 21일 내곡리에서 북한군 수십명을 사살하고 납북되던 국민 백여 명을 구출한 것을 마지막으로 장엄한 결말을 맞습니다.

<인터뷰> 심호섭/육군사관학교 교수
생도들도 그 소식을 들었죠. 인천상륙작전이 성공리에 이루어졌고 곧 있으면 아군이 서울을 탈환하러 온다더라.
조금만 숨어 지내면 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가족이나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지금 들리는 소식은 우리 주민들이 북한으로 납치돼서 가고 있다더라. 그러면 우리가 구출해야 된다. 그들이 선택했던 거는 목숨을 걸고 구출작전을 하는 거였거든요.

관련방송 : 2024년 6월 25일 (화)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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