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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단시간 취업자 급증
고용률 가파른 상승 70% 도달
일자리 경쟁 속 고용 질 나빠져
주휴수당 없는 알바 취업 급증
추세 악화…앞날도 기대 어려워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음식점에 아르바이트 직원 구인 공고가 붙어 있다. 이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간 비교 기준으로 삼는 15~64살(생산가능인구) 고용률이 지난 5월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면서 70%(15살 이상 인구 전체로는 63.5%)에 이르렀다. 2014년 65%를 넘어선 뒤 10년 만에 70%대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고용 사정이 좋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고용주들이 임금을 올려 제시하며 인력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끼리 허름한 일자리라도 얻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현실인 까닭이다. 그 결과 취업자 수는 늘어나지만, 주 15시간 이하 일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비롯해 단시간 취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월평균 취업시간이다. 6월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들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5.4시간으로 지난해 5월에 견줘 4.2시간 감소했다. 감소율로 치면 10.6%에 이른다. 그 속살을 들여다본다.


고용률 오르고 임금 떨어지고

통계청은 매달 중순 전달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고용 사정을 파악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실업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실업률이 별 의미가 없다. 실업률이 거의 늘 4%를 밑도는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실업률은 2.7%에서 4% 사이에서 움직였다. 코로나 대유행 때인 2020년에도 4%에 그쳤고, 2023년에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경기가 가장 나빴음에도 실업률이 2.7%로 하락했다. 실업률의 변화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우니, 우리나라에선 고용률에 더 주목한다. 선진국에 견줘 낮은 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정책의 주요 목표이기도 했다.

고용률(15살 이상 인구)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고용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60.5%에서 2022년 62.1%, 2023년 62.6%로 올랐다. 올해 5월엔 63.5%까지 치솟았다. 생산가능인구 고용률도 2021년 66.5%에서 2022년 68.5%로 급등했고 2023년은 69.2%로, 지난 5월엔 70%로 상승했다. 이 시기 고용률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큰 차이 없이 상승했다. 40대의 상승폭만 상대적으로 작다.

2022년은 우리나라 가계가 물가 상승의 타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때다. 고금리로 인해 부채의 이자 부담이 커진 때이기도 하다. 고용률 상승이 고용주의 인력경쟁에 따른 것이라면 임금 수준이 올랐을 터인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통계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2022년 0.2% 줄고, 2023년 1.1%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1.7%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크게 늘고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고용의 질은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단시간 취업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의 비중은 2021년 24.6%에서 2022년 28.6%로 껑충 뛰고, 지난해 감소했다가 올해 1∼5월에는 35.2%로 폭증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은 2018∼2022년 사이에도 상승한 바 있다. 2017년 16.5%였던 것이 2018년 19.4%, 2021년 24.6%로 뛰었다. 2018년 16.4%, 2019년 10.9% 올린 최저임금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고용주들은 주휴수당(주 16시간 이상 근로자)을 주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 일자리 쪼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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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어려워 취업 전선으로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췄음에도 2022년부터 단시간 취업자 비중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가계의 실질임금, 실질소득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커지자 그동안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구성원이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시기 여성의 고용률 상승폭이 남성에 비해 훨씬 큰 것이 이를 시사한다. 여성 고용률은 2021년 51.2%에서 지난해 54.1%로 뛰었고, 올해 5월엔 55.6%로 급등했다. 자영업 부문에서는 지난 5월 통계 기준, 고용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1만4천명 줄었다. 이들도 일자리 경쟁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단시간 취업자의 비중이 높은 업종은 내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과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다. 지난 5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의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은 62.8%에 이르고, 17시간 미만 취업자(통계청 자료는 주 14시간 미만, 주 17시간 미만을 따로 분류) 비중은 14.8%나 됐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경우 각각 41.5%, 10%였다.

단시간 취업의 현황을 성·연령대별로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올해 1∼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봤다. 단시간 취업자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전체 여성의 51.2%가 주 35시간 이하 취업자(일시 휴업자 포함)였다. 주 15시간 이하 취업자의 비율도 18%나 됐다. 60살 이상 여성 취업자의 경우, 주 15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이 38.8%로 넷 중 한명이나 됐다. 이를 합해 35시간 이하 취업자의 비율이 68.8%로 열에 일곱꼴이었다. 또 29살 이하 여성도 주 15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이 14.7%로 높은 편이었다. 남성은 주 15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이 6.6%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주 35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도 31.3%로 여성에 비해서는 훨씬 낮았다. 그러나 60살 이상 남성은 넷 중 한명꼴(25.4%)로 주 15시간 이하 취업자였고, 35시간 이하 취업자 비율이 63.7%에 이르렀다. 29살 이하 남성은 주 15시간 이하 취업자가 11.1%, 주 35시간 이하 취업자가 39.4%였다.

단시간 취업을 하는 직무는 대체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 경력이 길어진다고 숙련도가 높아지거나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지난 5월 통계로 주 14시간 미만 취업자의 수는 192만4천명, 주 17시간 미만 취업자는 270만9천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7만7천명, 53만5천명씩 늘어났다. 5월 전체 취업자는 2891만5천명인데, 이 가운데 36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46.6%인 1347만명으로 절반도 안 됐다. 추세는 나빠지는 쪽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 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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