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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변희슬 기자


※뉴스레터 점선면 6월25일자(https://stib.ee/XM1D)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를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내시는 점선면 독자님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부자 인증 세금’처럼 통하는 게 종부세죠. “종부세 내보는 게 소원”이라는 웃지 못할 넋두리가 있을 만큼 안 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이지만 우리 사회 다양한 층위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종부세는 여러모로 독특한 ‘K-세금’입니다. 2005년 신설돼 벌써 20년 가까이 됐는데요. 그동안 종부세를 둘러싼 논쟁은 꾸준했습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종부세 폐지’ 논의가 나오면서 더욱 시끄러워졌어요. 노무현 정권에서 도입된 종부세는 민주당의 ‘영혼’과도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국민의힘이 국가보안법을 없애자고 한 격이라고 할까요?

미우나 고우나 19년을 함께 한 이 K-세금을 어쩌면 좋을까요? 폐지하는 게 좋을지, 고쳐쓰는 게 좋을지, 계속 이대로 두는 게 좋을지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 특이한 세금을 이모저모 뜯어봤습니다.





힘 빠진 종부세, 이젠 없애자?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시민이 종부세 상담 관련 안내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정치권에서 종부세 폐지 논의가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종부세가 대폭 완화된 데 이어 ‘폐지’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 먼저 민주당에서 종부세 완화·폐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완화 기조를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당론으로 반대한 바 있습니다. 22대 총선 이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면제’를 언급했고,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종부세 폐지’를 말했습니다.

· 민주당에서 시작된 종부세 완화·폐지론 이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종부세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무부처 장관이 종부세 ‘완화’가 아닌 ‘폐지’를 입에 올린 것은 처음입니다. 이어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바람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습니다.

🔷 종부세 완화·폐지 논의가 민주당에서 시작돼 정치권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종부세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완화됐고,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좀 특이하긴 하지

종부세는 특이한 세금입니다. 종부세는 부동산 세금의 한 종류이고, 그중에서 보유세입니다. 보유세는 보유한 재산에 물리는 세금이죠. 재산세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재산세는 납세자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 형태로 걷힙니다.

종부세는 재산세 외에도 따로 내는 보유세입니다. 주택분과 토지분으로 나뉘고, 재산세와 달리 ‘국세’예요. 국가가 걷어 필요한 지역에 나눠줍니다. 이게 다른 나라들의 조세 체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독특한 부분이에요. 종부세가 제일 자주 공격받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보유세를 지방세로도 내고, 국세로도 내고 있으니 ‘이중 과세’라는 거죠. 그러니까 종부세를 없애고 지방세와 통합하자는 게 종부세 폐지론의 주장입니다. 일단 헌법재판소는 2008년과 올해 5월30일 모두 종부세에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픽=변희슬 기자


다시, 종부세는 부동산 세금이고 보유세입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동산 세금 부담이 높고, 보유세 부담이 낮다고 합니다. 부동산 세금은 종부세 외에도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아우르는데, 이 모두가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돼서 부동산 세금 부담이 커졌습니다. 한편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아요.

부동산 세금 부담이 높다는 사실은 종부세 완화·폐지론에,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다는 사실은 종부세 강화론에 근거로 활용됩니다. 둘 모두 종부세와 관련된 파편적 사실들인데, 서로 반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에요. 여러모로 종부세의 독특한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종부세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시민(왼쪽)과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오른쪽)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질풍노도의 종부세입니다. 2005년 도입될 때부터 2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정권에 따라 강화·약화를 거듭하며 세금의 예측 가능성도 크게 훼손됐습니다.

일단 종부세 부과 대상과 부과액이 정권에 따라 널을 뛰었습니다. 세금은 부과 대상이 되는 액수(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한 값이 기본 틀이죠. 여기에서 각종 감면·공제분을 빼면 최종 세액이 됩니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였습니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올랐고,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에서 내렸어요. 세율도 정권에 따라 등락을 반복합니다. 결과적으로 종부세는 진보 정권에서 강화됐다가 정권이 교체되며 다시 약화되는 양상을 띠어 왔습니다.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 : 부동산공시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공시하는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이 공시지가입니다. 건물에 대한 공시가는 공시가격이고요. 현실화율은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얼마나 반영하느냐를 의미합니다. 현실화율이 100%라면 공시가가 곧 실거래가가 됩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 재산세·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에 할인을 적용할 수 있게 정한 기준율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종부세 완화를 위해 도입했습니다. 60%~100%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하게 돼 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 2021년 95%까지 인상했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법정 하한선인 60%로 내려왔습니다. 1주택자에는 특례가 적용돼 43~45%까지 완화됩니다.

그래픽=변희슬 기자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변화가 가장 컸습니다. 부동산 가격 자체가 급등한 데다,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랐고 최고세율도 상향 조정됐습니다. 종부세액을 결정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오른 거예요. 그 결과 2017년 39만7000명이던 종부세 납부인원은 2022년 128만3000명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종부세액은 2017년 1조6900억원에서 2021년 7조2700억원까지 4배 이상 뛰었고요.

주택분 종부세로 좁혀 보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7년 33만2000명이던 납부인원이 2022년 119만5000명으로, 세액은 2017년 3900억원에서 2021년 4조4100억원으로 11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2021년 공시가격 기준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 4곳 중 1곳(24.2%)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라는 집계도 있었습니다.

그래픽=변희슬 기자


종부세를 ‘특이한 세금’을 넘어 ‘이상한 세금’으로 보이게 한 시기예요. 세금이 단기간에 너무나 올랐으니까요. 조세 저항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양도소득세와 거래세까지 같이 올라서 ‘집을 팔란 거냐 말란 거냐’는 원성도 들렸죠. 세금을 피하기 위한 주택 증여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합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던 민주당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연달아 패했어요.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를 다시 완화합니다. 공시지가·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도로 떨어뜨렸고 세율도 하향 조정했습니다. 종부세 납부인원과 부과 세액이 모두 급감했어요. 지난 1월 소형 신축 여러 채를 보유해도 보유세 중과(가중 부과)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종부세 힘빼기 중입니다.

💡 실거래가 20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종부세를 얼마나 낼까요? 현행 기준으로 구해보겠습니다. 먼저 공시가격을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정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입니다. 20억원에 0.69를 곱한 13억8000만원이 공시가격이죠.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공제를 받으니 이걸 빼면 1억8000만원이 됩니다. 여기에 1주택자에 적용되는 특례 공정시장가액비율 45%를 곱해요. 8100만원이 됩니다. 이게 과세표준입니다. 현행 과세표준별 세율표를 보니 0.5%네요. 8100만원의 0.5%인 40만5000원이 종부세입니다. 1년마다 내는 세금이니, 월별로는 3만원꼴이네요.

감세, 감세, 감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강윤중 기자


주목할 건 지금이 세수에 ‘역대급’ 구멍이 생긴 시기라는 점입니다.

앞에서도 알아봤듯 윤석열 정부 들어 이미 종부세는 상당 부분 약화됐습니다. 2022년 6조7200억원이던 종부세액이 2023년 4조7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주택분 종부세는 3조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급감했어요. 특히 다주택자 등 보유세 중과 대상은 1년 새 48만명에서 2597명으로 99%나 줄었고요. 중과세액도 1조8907억원에서 920억원으로 95.1%가 감소했습니다.

종부세만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세수 펑크는 5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어요. 정부가 예상한 세금 수입보다 56조4000억원이 비었다는 뜻입니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가 덜 걷힌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법인세·종부세에 이어 상속세·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감세도 들고 나왔죠. 저출생·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악화되고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데 정부는 감세 일변도 기조입니다.



종부세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나는 동안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떨어졌습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정부 조세정책이 불공정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의 다주택자 종부세 인하 방침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우세했고요. 같은 단체가 5월 의뢰한 조사에서는 ‘1주택자 종부세를 전면 폐지하자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과반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어요.

근로소득으로 자본소득·부동산소득 등 불로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망이 사회에 만연합니다. 이미 종부세가 많이 약화됐고,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세수는 부족합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미 지난 4월 기준으로 국세 수입이 작년 대비 8조4000억원 줄었어요. 종부세 폐지를 논하기 좋은 때일까요?

종부세는 독특한 세금이고, 조세 신뢰성이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완전하나마 불로소득을 재분배하는 기능을 하고 있어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종부세 폐지 논의는 ‘세금 줄이기’에만 초점이 가 있다는 게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종부세 완화·폐지에 회의적인 여론이 의미하는 바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 종부세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세금입니다. 진보 정권에서 강화, 보수 정권에서 약화되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흔들렸습니다. 이번 종부세 폐지 논의는 ‘역대급 세수 펑크’ 시점에 나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좁게 걷어 넓게 쓰기

종부세법 1조는 “이 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대목에서 ‘국토 불균형’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문제상황이 읽혀요.

종부세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걷혀 전국 각 지역에 지방교부세의 일종인 ‘부동산교부세’로 재분배됩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종부세는 약 77%가 수도권에서 걷히고, 75%가 비수도권에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걷힌 종부세의 80%가 다른 지역으로 재분배됐어요. 다른 지방세 수입을 다 합한 것보다 이 부동산교부세 수입이 더 많은 지자체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종부세액이 줄어들면서 부동산교부세가 2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고요.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재산세와의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하면 부동산교부세는 전국으로 퍼지지 않고, 재산세와 함께 관할 지자체에 귀속됩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걷힌 세금은 강남구의 재정으로 쓰이는 거예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국토 균형발전’이 수십년째 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우려스럽습니다. 지역 불균형은 더 심해지겠죠.



종부세 폐지를 줄곧 주장하던 국민의힘에서 ‘완화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경북 지역이 종부세 폐지 시 부동산교부세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지자체에 경북 청송·영양·울릉군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지난 12일 특위 회의 후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방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쉽게 없앨 수 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재산세는 지자체별로 경감이 가능합니다. 지방세법에 따라 지자체장 권한으로 50%까지 깎아줄 수 있어요. 국세로 징수할 때보다 세금이 덜 걷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산세를 강화하자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주도로 강남구 등이 이를 무력화한 전례가 있기도 하고요. 지자체가 손댈 수 없는 ‘국세’ 형태로 종부세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민주당은 왜?

그래픽=변희슬 기자


이번 종부세 폐지 논의가 민주당에서 먼저 나왔다는 게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더구나 박찬대 의원은 원내대표,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 박성준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예요. 당 지도부에서 종부세 완화 주장이 나온 겁니다. 조선일보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권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등 보수지·경제지에서 특히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종부세는 민주당의 ‘영혼’과도 같은 세금입니다. 토지 공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고, 불로소득 환수·부유층 과세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진보 정치세력 특유의 ‘이념성’을 볼 수 있어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부세를 “진보의 심장”이면서 “불가침의 성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2021년 자신의 SNS에 종부세를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고 했었는데, 어떻게 민주당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걸까요?

결국 ‘정치적 고려’가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가 대폭 강화된 이후 민주당은 2021년, 2022년 선거에서 연달아 패했어요. 올해 22대 총선에서는 크게 승리했지만 이른바 서울 지역 ‘한강벨트’에서는 고전했습니다. 중도층을 마음을 두드리는 ‘우클릭’으로 해석돼요.

22대 총선 결과 서울 지역 ‘한강벨트’ 지역에서 민주당이 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민 기자


그 과정에서 당내 의견이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부자 감세에 동조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정부의 감세 기조와 세수 결손을 비판하면서 ‘재정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어요. 일단은 종부세 폐지 논의를 넣어두는 분위기입니다.

‘K-세금’을 어떻게 할까

다시, 종부세는 독특한 세금이 맞습니다. 우리에게만 있고, 엄청나게 누진적이며, 한 정권 안에서 10배가 넘게 오르기도 한 희한한 존재예요.

결국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들여다보게 돼요. 종부세의 여러 특이한 면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30일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 대상이 확대된 것이 헌법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결정했는데요. 결정문을 일부 인용합니다.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 되는 생활공간인 만큼 주택과 토지를 다른 재산권의 대상과 달리 취급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

“(종부세가) 지방세인 재산세에 비해 높은 세율의 국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동산의 과도한 보유와 투기적 수요 등을 억제해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실질적인 조세부담의 공평을 실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일정한 수를 넘는 주택 보유는 투기적이거나 투자에 비중을 둔 수요로 간주될 수 있고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도 인정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이 갖는 의미와 맥락을 고려한 판단으로 읽힙니다. 헌재는 재산세 외에도 부동산에 종부세를 매기는 게 이 사회에서 합리적이라고 봤고, 투기와 과도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한국 사회에서 관찰되는 특유의 ‘부동산 욕망’을 관리하려면 이 사회만의 특수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적어도 종부세가 현 시점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세금이라는 명분을 획득한 셈입니다.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구성원의 욕망이 매우 집약적으로 투영된 대상이에요. 이런 특수성을 반영한 세금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덴마크·뉴질랜드 등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소 방귀세’를 걷거나, 독일에서 빗물 처리 명목으로 ‘빗물세’를 부과하거나, 비만 문제 때문에 ‘설탕세’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있는 것처럼요.

이렇게 보면 종부세 ‘폐지냐 유지냐’보다 더 중요한 논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 독특한 ‘K-세금’에 어떤 사회적 요구가 있는지 읽어내고, 이 세금이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운영되려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고민해서, 마침내 이 사회의 요구를 실현해내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겠죠.

🔷 종부세에는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과세 목적이 있습니다. 당장 종부세가 약화되거나 폐지될 경우 지방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셈법으로 종부세 폐지를 띄웠던 민주당은 일단 숨을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종부세가 우리 사회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한 세금이란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종부세 완화·폐지 논의가 민주당에서 시작돼 정치권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종부세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완화됐고,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종부세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세금입니다. 진보 정권에서 강화, 보수 정권에서 약화되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흔들렸습니다. 이번 종부세 폐지 논의는 ‘역대급 세수 펑크’ 시점에 나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에는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과세 목적이 있습니다. 당장 종부세가 약화되거나 폐지될 경우 지방 재정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셈법으로 종부세 폐지를 띄웠던 민주당은 일단 숨을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종부세가 우리 사회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한 세금이란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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