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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곡동 중대부고는 학교용지 일부 미매입 문제로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해 최근 축구부 시설 등 건물 14동을 철거했다. 유튜브 캡처
서울 도곡동의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중대부고)는 강남‧서초구 내 고교 중 유일하게 체육관이 없는 학교다. 지난 2021년 체육관 설치 예산을 받았지만 1년 만에 예산을 반납해야 했다. 지난 2~3월엔 국가대표 조현우를 배출한 축구부 급식실과 트레이닝실도 철거됐다. 2021년부터 철거한 건물만 14동이다.

학교법인 중앙대가 1993년부터 도시시설계획상 미매입 학교용지 121.9평(403㎡)의 소유주인 A교육재단과 땅값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해 중대부고를 이전한 1997년 이래 28년 째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다.

이같은 시설 미준공 상태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중대부고 측에 임시사용 승인을 내주면서 조건부로 시설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건축물을 증‧개축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축구부와 학생 800여명은 지난 4월 “도시락으로 끼니를 떼워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체육관이 없어 체육 활동이 어렵고, 건물이 언제 또 허물어질까 걱정된다” 등의 탄원서를 관계기관에 내기도 했다.
학교법인 중앙대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1976년 도시시설계획상 학교용지로 지정됐다”며 “토지수용 비용의 최대치인 공시지사(53만7200원) 4배에 달하는 비용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학교가 제시한 금액은 8억9000여만원이다. 독자 제공
토지주 측은 중대부고 이전으로 소유한 땅 주변에 펜스가 쳐지고 접근 통로가 막히는 등 출입이 불가해지는 등 맹지화돼 손해를 봤기 때문에 중대부고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자 제공
중대부고는 1993년 서울 흑석동에서 도곡동으로 이전계획을 세웠다. 당시 학교용지로 지정된 일부 산지를 소유한 A재단 이사장 윤모(68)씨와 1996~2005년 수차례 토지 보상 협의를 했지만 결렬됐다. 이후 각종 이유로 토지주, 학교법인, 교육당국, 강남구청 모두 미매입 토지 문제를 잊었다. 이에 2년마다 연장하던 ‘임시사용 승인’도 2010년~2022년까지 중단됐다.

토지 미매입 문제는 2021년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때문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매입 자투리 땅 때문에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가 이전한 1997년 이후 신축한 보일러실, 창고, 샤워실, 체육창고 등 14동이 무허가 건물이 된 것이다.

이후 토지보상 협상을 재개했지만 학교법인과 땅 소유주 A재단과 입장 차이는 컸다. A재단은 중대부고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당 1128만2486원 등 토지 보상금 69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윤씨는 “학교 이전으로 출입이 통제돼 맹지화된 주변 토지 206㎡를 포함해 총 609㎡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학교법인 측은 ㎡당 222만원 등 총 8억9466만원을 제시했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해당 용지는 학교 이전 계획 설립 전인 1976년 도시시설계획상 학교용지로 지정됐고, 국토계획법상 절대 보전을 요구하는 생물서식지로 개발이 어려운 비오톱 1등급이다. 학교 이전으로 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매입 토지의 ㎡당 공시지가는 1997년 200만원을 찍었지만 다음해인 1998년 27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1997년 이전에는 20만원대 이하를 기록했다고 한다. 서울 부동산정보 조회 시스템 캡처
기준 공시지가에 대한 입장도 달랐다. 서울 부동산정보 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미매입 땅의 ㎡당 공시지가는 1997년 200만원을 찍었지만 다음해인 1998년 27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1997년 이전에도 20만원대 이하를 기록했다고 한다. 윤씨 측은 “1997년을 기준으로 토지값이 70% 가량 떨어졌다. 땅값은 중대부고 공시지가 기준으로 매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법인 측은 “1997년에만 공시지가가 급상승했고, 이후 급하락했다.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며 “토지수용 비용의 최대치인 공시지가(53만7200원)의 4배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공공사업을 위해 토지를 강제 취득하는 토지수용 절차도 진행됐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는 지난 17일 “공익성이 인정된다”면서도 “토지수용 최소화 대안이 우선”이라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중토위는 대신 미매입 부지에 대한 강남구청의 ▶도시계획시설(학교) 결정 해제와 강남·서초교육청의 ▶기존 학교사업시행계획 변경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학교법인은 “공익성이 인정된 만큼, 중토위 대안대로 윤씨 소유 토지를 학교용지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씨 땅이 학교용지에서 제외되면 중대부고는 학교용지를 모두 매입했기에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는 지난 17일 “공익성이 인정된다”면서 “토지수용 최소화 대안이 우선”이라며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학교법인은 “중토위 제시대로 윤씨 소유 토지를 학교용지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자 제공
교육계에 따르면 미매입 토지로 인한 도심 학교의 미준공 사례는 많다고 한다. 일부 자투리 땅의 매입이 어려운 상황을 학교 측이 장기간 방치하고, 교육 당국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토위원 B씨는 “일부 토지 미매입 문제로 미준공 상태인 학교가 많다. 교육기관이라 토지주가 미준공 상태를 문제 삼는 경우가 적을 뿐”이라며 “미준공 문제로 인한 건물 철거 등 언제 터지질 모를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시설상 학교 미매입 문제 관련 중토위 심의 건수도 2021년 3건, 2022년 5건, 2023년 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개교한 천안 한들초는 부지비용 107억원을 민간개발조합 측에 지급하고 소송전을 벌였으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한 상태다. 이에 한들초는 임시사용 승인을 받은 미준공 상태로 통학로 등 학교시설 개선이 불가능한 상태다. 부지 매입 문제로 미준공 상태인 건국중과 건국고도 경사도 23%의 통학로 개선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육당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토지 미매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중토위원 C씨(공법학 교수)는 “도시계획시설상 학교용지는 행정당국 재량에 따라 충분히 변경할 수 있다. 이미 장기 미집행 토지를 학교용지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학생과 학생뿐만 아니라 토지주 입장에서도 학교용지에서 제외되면 얻는 이익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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