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유도·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직접 들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에 나섰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발언 여부는 쏙 빼놓은 채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윤 대통령 스스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7일 펴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자신이 들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공개했다. 2022년 12월5일 국가조찬기도회가 끝난 뒤, 두 사람이 따로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이 참사 책임과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건의하자 윤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꺼낸 말이라고 한다.

당시는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처벌 요구가 거셀 때였다. 다른 곳도 아닌 서울 도심에서 순식간에 159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었겠나. 대규모 축제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고에도 당국은 아무런 사전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구급차가 제때 출동하지 못해 사상자 규모는 더욱 커졌다. 직접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주무 부처의 수장인 이 장관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문책하기는커녕 시종일관 감쌌다. 그런데 그 이유가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김 전 의장은 밝히고 있다.

국 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책에다 썼다고 보긴 힘들다. “김 의장한테서 해당 내용을 들었다”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메모까지 공개한 상황이다. 그중엔 ‘대규모 인파가 모인 건 좌파 언론의 유도 때문이다’,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김 전 의장의 전언 내용이 추가로 들어 있다. 당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틀어대던 주장을 대통령이 고스란히 반복했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이 대통령 발언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의 어떤 말을 왜곡했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장을 만나 정확히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그 근거는 어떤 것인지 직접 밝혀야 한다. 더 이상의 침묵은 무책임할뿐더러 논란을 키우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1298 바이든보다 더 고령 펠로시 "난 바이든 교체 요구 안해" 랭크뉴스 2024.06.30
41297 푸틴 “중·단거리 핵미사일 필요”…미·러 핵무장 경제 억제 수포로 랭크뉴스 2024.06.30
41296 수술 자국서 장(腸) 튀어나왔다…"수술 봉합 풀어도 재채기 조심하세요" 랭크뉴스 2024.06.30
41295 미국 미술관 전시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관장 “도록 발행 취소” 랭크뉴스 2024.06.30
41294 [단독] 검찰, 이재명 대선 캠프 수사 확대…국방정책위 부위원장 소환 랭크뉴스 2024.06.30
41293 인스타 만들고 페이스북 올리고…나경원·한동훈 'SNS 선거전' 랭크뉴스 2024.06.30
41292 정부, 미복귀 전공의 처분 데드라인 임박…의료계는 ‘투쟁’ 만지작 랭크뉴스 2024.06.30
41291 북한 고위 간부들 ‘김정은 배지’ 첫 공식 부착…독자 체제 우상화 본격화 랭크뉴스 2024.06.30
41290 미국 미술관 전시된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전시도록 발행 취소” 랭크뉴스 2024.06.30
41289 ‘EU와 전기차 갈등’ 중국 “희토류는 국가소유” 관리 강화 랭크뉴스 2024.06.30
41288 당정 “‘인구전략기획부’ 신속 추진…화성 화재 종합 대책 마련” 랭크뉴스 2024.06.30
41287 방통위 놓고 계속 공방…“악의적인 프레임” vs “민주당은 갑질이 일상” 랭크뉴스 2024.06.30
41286 "하루 1300억 쓰는 남자" 오세훈, 러닝셔츠 차림 일상 공개 랭크뉴스 2024.06.30
41285 [단독] 미국 미술관이 내건 이중섭·박수근 그림 4점 다 가짜였다 랭크뉴스 2024.06.30
41284 [단독] "이중섭 작품 위작"…LA 미술관 초유의 사건 전말은 랭크뉴스 2024.06.30
41283 SK, 화학·바이오 ‘군살’ 줄이고 AI·반도체 ‘근력’ 키운다 랭크뉴스 2024.06.30
41282 바이든에 “재앙” “도박”…교체 여부는 여론 추이가 결정한다 랭크뉴스 2024.06.30
41281 ‘윤, 이태원 참사 조작 언급’ 의혹에 “끔찍했던 2차 가해 떠올라” 랭크뉴스 2024.06.30
41280 '한동훈 배신 정치'로 단결?‥"'공한증'인가" 랭크뉴스 2024.06.30
41279 국내 시추 ‘산 증인’이 보는 대왕고래… “교차 검증은 난센스” 랭크뉴스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