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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 연대 결성해 사옥 앞 시위, 법정 분쟁
신약 성과, 자금 조달 어려움에 경영진 골머리

일러스트=손민균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부진이 길어지면서 회사와 주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불만을 터뜨리다가 급기야 회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차바이오텍 주주들로 구성된 비상 주주연대가 차바이오텍을 대상으로 주주명부 열람 소송 제기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0일 차바이오텍 비상 주주연대가 회사와 소유주 일가에 대한 투쟁을 선포하는 주주행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주주들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판교 사옥인 차바이오컴플렉스 앞에서 집회를 벌인 지 300일을 넘겼다.

주주들은 “차바이오텍 오너인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 회장 일가가 경영권 승계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소액주주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박차를 가해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소액주주의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주주들은 회사와 법정 공방도 벌이고 있다. 앞서 주주들은 “회사의 거짓 공시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법원이 주주 측 손을 들어주자, 다시 차바이오텍이 불복해 지난해 11월 항소를 제기했다.

경기도 성남시 차바이오컴플렉스 앞에 차바이오텍 비상주주연대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차바이오텍 비상주주연대 소속 주주

새로운 최대 주주와 기존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제넨바이오는 상장 폐지 위기로 최근 회사와 일반·소액 주주들 간 갈등이 격화했다. 이 회사 주식은 지난 3월 22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23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앞서 이 회사 주주들은 “신한진 대표를 위시한 현 경영진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최대 주주를 상대로 무리하게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유상증자를 시도하면서 회사를 상장폐지 위기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주들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라”며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제넨바이오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결정 판결을 내려고, 지난 7일 임시 주총이 열렸다. 신한진 전 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 이날 주총과 이사회를 통해 황병호 전 제넨바이오 경영지원본부장이 제넨바이오 신규 대표로 선임됐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기업의 향방까지 바꾼 일도 있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은 주주 연대를 결성하고,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소액주주들은 두 회사의 통합이 주가를 하락시켜 주주들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법원도,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사실상 OCI와 한미의 통합을 주도한 창업주 일가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캐스팅 보터’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이 모녀와 대결을 한 형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권이 모녀에서 형제로 넘어갔다. 업계에선 “역전승”이란 말이 나왔다. 창업주 일가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는 당시 “국민연금을 상대로 일반 주주들이 이긴 최초의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초 씨티씨바이오와 파마리서치는 대주주들이 최대 주주 자리를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이면서 급격한 주가 변동을 겪었다. 그러자 소액주주 연대가 결성돼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21년 헬릭스믹스는 소액주주들이 결성한 주주연대가 경영진 해임까지 추진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엑세스바이오, 씨젠 등도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갈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바이오 기업과 주주 간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회사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주주들이 기대하는 주가 반등 호재인 임상시험 결과와 신약개발 성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자금 조달 환경은 더 팍팍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근본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상장 제약사 관계자는 “팬이 안티가 되면 제일 무섭다고 하지 않느냐”며 “주가 흐름이 안 좋을 때는 주주총회 기념품, 날씨, 교통 상황까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과 매입, 배당 같은 주주환원책을 총동원해 회사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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